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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철의 안 보이는 안보
국가와 국민 아닌 ‘대통령에 충성’
기무사 시절 부대 정신 안 바뀌어
“방첩사 기능 분산시켜 균형 이뤄야”
1979년 12월 당시 전두환(앉은 이 중 한가운데) 보안사령관은 보안사령부 앞에서 12·12 군사반란 성공을 기념해 사진을 찍었다. 한겨레 자료사진

왜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는 12·3 내란사태 등 쿠데타 때마다 등장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방첩사의 전신인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시절 누리집에서 찾아볼 수 있다.

“부대가 걸어온 60년의 발자취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자유민주체제 수호의 첨병이자 국가안보의 최후 보루라는 사명의식으로 국가와 민족의 안위를 위해 ‘위국충성의 길’을 당당하게 걸어올 수 있었던 것은 부대원들의 가슴 속에서 맥을 이어오고 있는 ‘절대충성’의 부대 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기무사 누리집은 ‘절대충성’이 부대 정신이라고 설명했다. 기무사가 군사안보지원사령부(2018년 9월~2022년 10월), 국군방첩사(2022년 10월~현재)로 부대 이름이 변경됐지만, 절대충성이란 부대정신은 바뀌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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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충성하는 대상은 누구일까. 원래 군인의 충성은 국가와 국민에 대한 충성이다. 하지만 당시 기무사 누리집은 ‘군 통수권자에 대한 절대충성’이라고 밝혔다. 방첩사가 12·3 내란사태 때 정치인 체포에 나선 것은 대통령에 대한 절대충성이 이 부대의 유전자(DNA)이기 때문이다.

방첩사는 보안, 방첩, 신원조사, 군내 동향감시 등을 맡고 있다. 방첩사 공식 임무에는 없지만, ‘통수 보좌’가 가장 중요한 임무로 꼽힌다. 통수 보좌는 대통령이 군 통수권을 원활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대통령의 눈과 귀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통수 보좌는 절대충성이란 부대 정신에서 비롯됐다.

방첩사는 1979년 12·12 군사반란, 민간인 사찰, 정치 개입, 박근혜 정부 때 계엄령 문건 문제 등 탈법과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방첩사의 전신인 특무대는 1950년대부터 국내정치에 본격적으로 개입했다. 1952년 이승만 대통령은 거듭된 실정으로 국회의 신뢰를 잃어, 제헌헌법의 국회 간접선거로는 대통령 연임이 불가능해졌다. 이 대통령은 1952년 5월25일 비상계엄을 선포해 국회의원 통근버스를 크레인으로 헌병대로 끌고가 체포했다. 결국 대통령 직선제로 개헌해 이 대통령은 1952년 8월5일 재선에 성공했다. 1952년 5월 비상계엄령 선포로부터 7월 직선제 개헌까지 한국전쟁 중 임시수도였던 부산에서 일어난 일련의 정치 파행을 ‘부산 정치 파동’이라고 부른다.

국군방첩사령부 입구에 설치된 조형물. 방첩사 제공

부산 정치 파동 때 비상계엄 선포의 빌미가 된 것은 부산 금정산 공비 사건이었다.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하루 전인 1952년 5월24일 금정산에 북한군으로 보이는 무장병력이 나타났다. 임시수도인 부산에 북한군이 나타날 정도로 안보가 위험하다는 이유로 이승만 정부는 다음날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당시 이승만 정권에 맞서다 구속됐던 국회의원 서민호는 나중에 금정산 공비 사건이 조작됐다고 증언했다. “특무대장 김창룡은 대구형무소의 죄수들을 빼내 공비로 위장시켜 부산의 금정산에 나타나도록 쇼를 벌이고 이들을 사살했다. 이승만은 기다렸다는 듯이 부산 지역 일원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특무대의 공작에 힘입어 이승만 대통령이 부산 정치 파동이란 친위 쿠데타를 일으켜 재집권에 성공했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12월 이후 한국 사회가 익숙해진 비상계엄, 친위 쿠데타, 국회의원 체포, 북풍공작 같은 단어가 이미 1952년 부산 정치 파동 때 등장했다. 이 주역이 특무대(방첩사)란 점도 닮은 꼴이다.

지난 1990년 10월 방첩사의 전신 국군보안사령부(보안사) 소속 윤석양 이병은 보안사가 계엄령 선포에 대비해 반정부 인사 목록을 만들었다고 폭로했다. 보안사가 김대중·김영삼·노무현 전 대통령, 김수환 추기경을 포함한 정치인, 노동계, 종교계, 재야 등 민간인 1303명의 동향을 파악해 관리해온 개인사찰카드가 공개되자 한국 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계엄이 선포되면 이들을 체포하려고 평소 동향을 파악하고, 개인사찰카드에는 집의 담장 높이와 예상 도주로, 은신처까지 기록해뒀다.

보안사가 군인이 아닌 민간인을 불법사찰한 것은 ‘청명계획’이라는 친위 쿠데타 계획의 일부였다. 지난 2007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는 “1989년 보안사가 정치적 상황에 따라 주요 인물들을 예비검속하기 위한 청명계획을 세워 운용했다”고 밝혔다.

한 사진기자가 국군기무사령부 사진 취재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email protected]

방첩사가 현대사의 고비마다 친위 쿠데타, 주요 인사 체포 같은 상황에 엮이는 것은 역대 권력자들이 ‘입안의 혀’처럼 굴라는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방첩사의 힘은 최고 권력과 직거래에서 나온다. 과거 국민의힘 쪽 대통령이 집권하면 방첩사는 직속상관인 국방부 장관을 제치고 대통령을 독대해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여인형 방첩사령관 등과 수차례 저녁 모임을 하며 계엄을 언급했지만, 여인형 사령관은 이 사실을 당시 신원식 국방장관에게 보고하지 않았고 신 장관은 이를 몰랐다고 한다. 이는 국방장관이 국민을 대표해 군을 통제하는 문민통제의 틀에서 방첩사가 ‘열외’라는 점을 보여준다.

한반도평화포럼 등이 지난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쿠데타 방지! 군 개혁 방안’ 토론회에서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막강한 권한이 방첩사 한 곳에 집중돼 있고 국방장관 등 부처 통제도 벗어나게 됐다. 방첩사 기능을 분산시켜서 어떻게 견제와 균형을 이루게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신원 보안 확인이나 개인 비리 조사는 방첩사가 할 이유가 없다. 방첩사의 기능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도균 전 수도방위사령관도 “좌고우면할 시기가 지났다”며 “방첩사 해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전 사령관은 “보안 기능을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국방부·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가 있고, 군 수사를 맡을 수 있는 국방부 조사본부 조직도 잘 짜여져 있다”며 “방첩사 전문가들을 기능에 따라 부대별로 옮기면 큰 문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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