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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영업 중인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 단속하는 필리핀 당국. 연합뉴스

필리핀에서 중국계 범죄조직이 운영하던 온라인 도박장을 정부가 나서 폐쇄하자 같은 중국인을 겨냥한 납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은 동남아 각국이 사기·인신매매를 벌이는 중국계 조직에 대한 단속을 최근 강화하는 가운데 벌어졌다.

27일(현지시간) AP·AFP 통신에 따르면 후아니토 빅터 레물라 내무부 장관은 최근 납치돼 손가락 일부가 잘린 중국인 10대 소년이 지난 25일 오후 마닐라 시내에서 구조됐다고 밝혔다. 이 소년은 지난 20일 마닐라 국제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하교하기 위해 운전사가 모는 차에 탔다가 실종됐다. 운전사는 마닐라 인근에 방치된 다른 차량에서 살해된 채 발견됐다.

이후 납치범들은 소년의 가족에게 2000만달러(약 289억원)에 달하는 몸값을 요구했다가 100만달러(약 14억원)로 낮췄다. 돈을 받아내기 위해 소년의 새끼손가락 일부를 자르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소년의 부모에게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이 휴대전화 신호를 추적해 접근하는 것을 눈치 챈 납치범들은 소년을 마닐라 길거리에 버려두고 달아났다.

레물라 장관은 납치범 두목과 피해자 가족이 필리핀 정부에 의해 폐쇄된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 운영자였다고 설명했다. 이들 업장의 폐쇄로 수익성 있는 사업을 잃은 이들 중 일부가 납치 등 다른 범죄로 갈아탔다는 것이다.

필리핀역외게임사업자(POGO)로 불리는 필리핀 내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은 한때 번성했지만 온라인 사기·인신매매 등 온갖 범죄의 온상이 되면서 논란이 됐다. 결국 지난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모든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을 연말까지 폐쇄하도록 지시했고 수많은 업장이 문을 닫았다.

올해 들어서만 필리핀 거주 중국인과 관련된 다른 납치 사건이 최소 2건 있다고 AFP는 전했다. 현지 정부 관계자들은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들이 문을 닫은 뒤에도 그곳에서 일하던 중국인 1만1000명가량이 여전히 필리핀에 남아 있다면서 납치 외에도 가상화폐·연애·투자 사기가 여전히 위협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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