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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손해봐도 중장기적 신뢰가 더 중요”
해외 KP물 수수료, 국내 회사채 2.5배

주태영 KB증권 전무(IB부문장)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증권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KB증권

KB증권은 부채자본시장(DCM) 부문의 전통 강호다. 14년간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온 적이 없으며(블룸버그 통계 기준), 초대형 발행 건의 주관사단에 거의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고 있다.

KB증권이 국내 DCM 시장에서 오랜 기간 왕좌를 지킬 수 있었던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주태영 전무의 공이 절대적으로 컸다는 사실엔 반박의 여지가 없다. 회사에서도 그 공을 인정해 지난해 말 주 전무를 IB1그룹장에서 IB부문장으로 승진시켰다. 올해부터 주 전무는 DCM뿐 아니라 IB부문 산하 주식자본시장(ECM),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부동산 및 프로젝트금융까지 총괄한다.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KB증권 본사에서 주 전무를 만나 DCM 부문 및 IB부문의 방향성과 청사진 등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올해부터 KB증권에서 IB부문장을 맡게 됐다. KB증권의 IB부문을 간략히 소개한다면.

“IB부문은 크게 세 그룹으로 나뉜다. 1그룹은 기업금융(DCM·ECM)으로, 내가 그룹장을 겸직하고 있다. 2그룹은 인수금융(M&A 포함)을 담당한다. 3그룹은 부동산 및 프로젝트금융을 맡고 있다.

KB증권은 DCM 부문에서 작년까지 14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블룸버그 기준). ECM 부문의 경우 지난해 2위를 했지만, 기업공개(IPO)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인수금융은 은행들과 경쟁하는 시장인데 KB증권이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우리는 KB국민은행과 함께 인수금융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KB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M&A 자문 부문에서도 국내 증권사 중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 DCM 시장에서 18조5681억원의 주관 실적을 기록하며 1위를 지켜냈다. 발행 규모가 가장 컸던 딜은 무엇인지.

“8000억원 규모의 LG화학 회사채였다(당초 5000억원 규모로 발행할 계획이었는데 수요예측에서 3조4450억원의 매수 주문이 들어왔다). 한화생명이 8000억원어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것도 기념비적인 딜이었다. 단일 발행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자본성 증권이었다.

대규모 회사채 발행은 최근 들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조 단위 발행도 증가하고 있다. 포스코, LG화학,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이 회사채를 조 단위로 찍고 있다."

─KB증권이 DCM 부문에서 오랜 시간 정상을 지키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오랜 기간 신뢰 관계를 잘 쌓아왔기 때문이다. DCM의 전통 강호들은 장기간 발행사들과 함께 성장해 왔기 때문에 경쟁사들에 쉽게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최근 기업금융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려는 증권사들이 있지만, 단순히 돈을 많이 투입한다고 해서 시장에서의 입지가 쉽게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DCM 업무를 잘하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객을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한 번의 거래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중장기적으로 고객으로부터 신뢰받는 게 더 중요하다.”

─최근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은데.

“작년부터 증가하는 추세다. 기존에는 회계상 자본을 늘리려는 목적으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은행, 금융지주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보험사들이 많이 발행한다. 지급여력비율(킥스 비율)이 많이 떨어지고 IFRS17 비율에 대한 감독이 엄격해지면서 자본 확충을 위해 신종자본증권을 찍어내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올해도 보험사들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많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

─올해 연초 효과(1월 기관의 자금 집행이 재개돼 채권 시장에 대한 자금 유입이 늘어나는 현상)는 어땠는지.

“지난해 만기를 맞은 공모 회사채가 67조원어치였는데, 발행 규모는 82조였다. 사상 최대 규모로 발행을 한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작년보다 발행이 더 많은 것 같다. 1월 발행 규모는 작년과 비교해 좀 줄었지만 2월 발행액은 늘었다. 작년 말 미국 대선 등 대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발행을 올해 초로 미룬 회사들이 많은 것 같다.

회사채가 시장에 많이 쏟아지고 있음에도 계속 잘 팔리는데, 이는 마땅한 투자처가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이 안 좋다 보니 채권이 우선순위를 점하게 된 것이다. 또 중장기적으로 금리가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아, 자산에 채권을 편입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기관이 늘고 있기도 하다."

─KB증권은 2022년부터 글로벌 DCM(해외 채권 발행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채권을 발행하고 이를 주관하는)을 본격적으로 확대했다. 현재 성과는 어떤지.

“언제부턴가 국내 증권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갈 필요성을 느꼈다. 국내에서 발행되는 회사채 총액과 외화표시채권(KP물) 발행 규모는 비슷하지만, 수수료는 해외 KP물이 약 2.5배 높다. 즉 같은 업무를 수행해도 글로벌 시장에서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글로벌 채권을 발행할 때 북빌딩을 하면 KB증권으로 들어오는 오퍼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수출입은행, KDB산업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의 해외 채권 발행 주관 트랙레코드를 쌓은 상태다. 글로벌 DCM 부문에서 국내 증권사 중 독보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글로벌 DCM 부문의 목표는?

“리그테이블 1위를 유지하는 것이 기본적인 목표다. 또 KP물뿐 아니라 김치본드(국내 자본시장에서 외국 기업이 발행하는 외화 표시 채권)와 아리랑본드(국내 자본시장에서 외국 기업이 발행하는 원화 표시 채권)의 발행을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이다. 중국 동방항공의 3000억원 규모 아리랑본드를 발행해 재작년 만기 상환한 이력이 있으며, 중국 길림성 철도공사 및 인도네시아 제지 회사의 김치본드도 발행했다. 앞으로도 동남아시아 우량 기업들의 한국 시장 진출을 도울 것이다.”

─공개매수 주관에 집중하는 경쟁사도 있지 않나. 공개매수 업무를 늘리는 방안도 고민 중인지.

"공개매수는 증권사가 단독으로 주도할 수 있는 거래가 아니다. 대형 사모펀드(PE)가 주도하고 증권사가 서포트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다만 KB증권도 내부적으로 공개매수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관련 거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기존 어드바이저리총괄담당 겸 인수금융본부장이 IB2그룹장으로 영전하고(양현종 전무) 해당 그룹 내 부서가 하나 더 만들어진 것도 공개매수 등 새로운 먹거리를 강화하려는 준비 작업의 일환이다.″

─ECM 시장은 어떨지 궁금하다. 올해 기업들의 유상증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는지.

“업종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전기차나 2차전지, 화학 업체 중 재무적으로 어려운 기업들은 유상증자를 늘릴 가능성이 크다.”

─올해 IB 부문의 주요 전략은.

“기존 비즈니스를 강화하는 것은 기본이고, 새롭게 성장할 수 있는 분야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M&A와 인수금융을 더욱 활성화할 계획이다. 작년에는 KB증권이 처음으로 크로스보더(국경 간) M&A를 주관했다. 인도네시아 제지 회사 아시아펄프앤페이퍼(APP)가 국내 회사 모나리자를 인수할 때 APP 측에서 인수 자문을 담당했다. 국내에서는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돕는 등 업무를 다각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효성의 지배구조 개편을 도운 바 있다.

또 부동산 금융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것이 올해의 중요한 과제다. 부동산 시장이 지난해 위기를 잘 견뎠다면, 올해는 새로운 모멘텀(상승 동력)을 찾는 게 중요하다. 자본을 효율화하고 체력을 강화해 다시 좋은 시기를 준비해야 한다. KB증권은 단발적인 개별 딜을 수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들에게 종합 설루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전략을 유지하면서 IB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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