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웰’로 성장세 이어갔지만…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등 악재 산적
인공지능(AI) 반도체 선두주자 엔비디아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딥시크 충격’으로 불거진 AI 칩 수요 둔화 우려에도 향후 성장세를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엔비디아는 지난 분기(2024년 11월~2025년 1월) 매출 393억3100만달러(약 56조7000억원)와 주당 순이익 0.89달러(약 1280원)를 기록했다고 26일(현지시간) 밝혔다. 매출과 주당 순이익 모두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월스트리트 평균 예상치(매출 380억5000만달러·주당 순이익 0.84달러)를 웃돌았다.
지난 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78% 증가했다. 분기 성장률로만 보면 최근 7개 분기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이전처럼 폭발적인 확장세를 이어가진 못했다. 엔비디아는 이번 분기(2~4월)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65% 증가한 430억달러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는 “엔비디아는 ‘좋지만 대단하지는 않은’ 분기 실적을 발표했고, 폭발적인 실적에 익숙한 투자자들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고 전했다.
엔비디아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 등 거대 기술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막대한 투자에 힘입어 성장해왔다.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데이터센터 AI 칩 부문은 1년 전 대비 93% 확대된 356억달러를 기록했다.
이 중 엔비디아가 지난해 말 출시한 AI 칩 ‘블랙웰’ 매출이 110억달러에 달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콘퍼런스콜에서 “블랙웰 수요가 엄청나다”며 “우리는 2025년에 강력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실적은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적은 엔비디아 칩을 사용하고도 미국 빅테크 기업에 필적하는 AI 모델을 개발했다고 발표한 후 처음 나온 결과다. 딥시크 발표 이후 시장에선 “AI 업계가 엔비디아 칩 수요를 줄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황 CEO는 더 많은 기업이 추론형 AI 모델 개발과 활용에 나서면서 엔비디아 칩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 CEO는 딥시크의 추론 AI 모델 ‘R1’에 대해 “추론 모델은 (일반 모델의) 100배 수준 연산량이 필요하고 미래 추론 모델은 훨씬 더 많은 연산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