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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국회 탄핵소추단장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에 출석해 변론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 윤석열 대통령 1호 공약입니다 "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위원장이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피해보상 특별법’(이하 코로나 보상법)을 법안 2 소위로 회부하면서 한 말이다.

정 위원장은 이날 안건으로 상정된 코로나 보상법을 살피는 과정에서 “(이건 문제가 있는데) 왜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통과시켰을까”라고 입을 열었다. 그러자 보좌관이 그에게 재빠르게 다가서 쪽지 한장을 건넸다. 쪽지를 펴든 정 위원장은 비로소 납득한 듯 “보좌관이 써온 것을 그냥 읽을게요”라며 “이유가 있긴 있었네요. 윤 대통령 1호 공약법입니다, 그래서 그랬구나”라고 말했다.

이후 정 위원장은 “법안 2 소위가 그래도 열리긴 해야 할 것 아니겠나. 이 특별법은 2 소위로 가서 심도 있는 토론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달 23일 복지위를 통과했던 코로나 보상법은 27일 본회의 처리가 좌절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을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지난해 5월 22대 국회 개원 이후 법사위 2 소위로 법안이 보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개 율사 출신 의원이 모여 법안의 체계·자구를 심사하는 법사위 2 소위는 거의 열리지 않아 ‘법안의 무덤’이라 불리는 곳이다. 상임위를 통과해 법사위로 넘어온 법안이 2 소위로 별도 회부될 경우 무기한 계류되다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 위원장이 2소위 회부의 근거로 댄 것은 “인과관계 입증이 이루어지지 못한 경우에도 지원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원할 수 있다”는 문장이다. 정 위원장은 “국문적으로도 비문이고 내용적으로 비문이라 2소위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통 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보상을 많이 해주면 대부분 사람이 환영하고 좋아한다”며 “그런데 그 보상해주는 돈은 또 국민이 낸 혈세라서 밸런스를 맞추는 게 기본인데 그게 깨졌다”고 했다.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제422회국회(임시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헐거운 인과관계’는 해당 법안의 취지라는 게 국회 보건복지위의 설명이다. 코로나 보상법은 코로나 19 예방접종과 질병·사망 사이에 시간적 개연성이 있고, 질병이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닐 경우,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해 피해보상 범위를 확대했다. 그동안 백신 피해에 대한 인과성을 극히 제한적으로 인정해 피해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주장이 컸기 때문이다. 익명을 원한 보건복지 전문가는 “백신 부작용에 관해 피해 유족이 인과성을 입증하기란 불가능의 영역”이라고 했다.

코로나 보상법은 지난 대선 직후인 2022년 4월부터 복지위에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논점을 좁혔지만, 21대 국회에선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후 22대 국회에서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과 민주당 강선우·김남희·김윤 의원의 법안을 하나로 통합해 지난달 23일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극적으로 여야 합의 처리했다.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은 “몇 개월 전 저를 찾아오셨던 피해 유가족분들이 떠오른다. 가족분들이 국회 앞 분향소를 떠나 온전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다양한 의견이 있었음에도 끊임없이 논의하고, 대안을 찾아주신 김미애 소위원장님을 비롯한 위원님들, 정말 수고 많으셨다. 위원장으로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란 말도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021년 12월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코로나19 감염병 대응 및 의료불평등 해소를 위한 '공공의료 확충 정책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에선 이날 정 위원장이 놓친 사실이 하나 더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코로나 보상법은 윤 대통령 공약이었을 뿐 아니라 이재명 대표의 공약이기도 했다. 이 대표는 2022년 3월 대선을 앞두고 “국가가 백신 피해를 무한책임 지겠다”고 공언했다. 지난달 23일 복지위에서 여야 간 오랜 논의 끝에 합의 처리되자, 이 대표는 기다렸다는 듯 페이스북에 “코로나 백신 피해보상, 더 늦출 수 없습니다”란 글을 올렸다. 이 대표는 “당 대표 지시사항으로 추진된 ‘코로나 19 백신 피해보상법’이 오늘 국회 복지위를 통과했다”며 “지난 대선 여야 공통공약이었음에도 진척이 없어 아쉬움이 컸는데 이제라도 첫발을 떼 다행”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원한 국회 관계자는 “정 위원장이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의 국회 탄핵소추 위원장이다 보니 윤 대통령 공약이었다는 점에 꽂혀 정작 중요한 민생법안을 놓친 것같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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