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미 통상정책 전문가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권한대행실 제공
헌법재판소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보류는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 헌재 구성권 침해”라고 어제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결정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조한창(국민의힘 추천) 정계선·마은혁(더불어민주당 추천) 후보자 선출안을 의결했으나, 최 대행은 마 후보자에 대해선 여야 합의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나머지 2명만 임명했다. 이에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를 대표해 청구한 권한쟁의심판을 헌재가 인용했다.
헌재는 "대통령은 국회가 선출한 사람의 임명을 임의로 거부하거나 선별 임명할 수 없다”며 “헌법상 대통령의 재판관 임명권 행사는 권한인 동시에 의무"라고 못 박았다. 여야 합의가 없었다는 최 대행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마 후보자에게 즉각 재판관 지위를 부여해 달라"는 취지의 국회의 지위확인 요구는 부적법하다며 각하해 최 대행에게 공이 넘어갔다.
최 대행 측은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법적 판단뿐 아니라 정무적 판단도 같이 내려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그러나 더 시간을 끄는 것은 또 다른 월권이다. 헌재는 별도 보도자료에서 “(이 사건 같은) 부작위심판청구 인용 결정이 나오면 피청구인은 결정 취지에 따른 처분을 해야 한다”고 밝혀 임명 의무를 강조했다. 국가기관이나 공직자가 헌재 결정을 따르지 않는 것은 중대한 국가기강 문제다. 최 대행은 정치적 고려가 아닌 오직 헌법질서를 기준으로 마 후보자를 조속히 임명해 헌재를 9인 체제로 정상화해야 한다.
마 후보자 임명 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참여 여부는 헌재가 결정한다. 25일 변론이 종결돼 선고만 남은 상황에서 새로 합류하려면 증거·증인 신문 갱신 절차를 거쳐야 해 선고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 11차례에 걸친 기존 변론에 참여하지 않은 마 후보자의 대통령 탄핵심판 참여는 신속성뿐만 아니라 엄정성, 충실성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더욱이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을 8인 체제에서 결정한 선례가 있는 만큼 9인 체제 선고를 고집할 일이 아니다. 조속한 국정 정상화와 국론분열 수습이 필요한 대한민국 상황을 감안해 헌재가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