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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공식 문서에는 존재가 없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외국인인 부모의 체류 기간이 끝났거나, 난민 신청을 했지만 인정받지 못한 미등록 이주아동입니다.

사실상 한국 사람이지만 꿈을 펼칠 수가 없는 아이들, 여소연 기자가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4살이던 7년 전, 러시아를 떠나 한국으로 온 무비나 씨.

난민 신청을 내고 심사를 받는 동안, 임시 체류자격을 얻어 지내왔습니다.

그러던 중 2022년 이사를 하면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사로 인해 다른 학교에 전학 요청을 했는데 거절 당했고, 추방 위기에 놓인 겁니다.

[무비나/미등록 이주 아동 출신 : "제가 왜 학교를 그만둬야 되는지….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집에만 있어야 되니까 충격이었던 것 같아요."]

한시 시행되고 있는 '미등록 이주아동' 구제대책은 학교에 다니는 미등록 이주 아동에게만 체류 자격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무비나/미등록 이주 아동 출신 : "제 인생은 한국에서 시작한 거였거든요. 제가 살아왔던 시간들을 하루아침에 부정당한 것 같이…."]

몽골 출신의 고 강태완 씨도 가족이 취업 비자 사기를 당해 25년 동안 미등록 신분으로 지냈습니다.

[이은혜/고 강태완 씨 어머니 : "고등학교 졸업했는데 대학 갈 순 없잖아요. 비자도 없고…. 핸드폰 쓸 수 없고, 운전면허 딸 수도 없고."]

서른 살까지 숨어지내던 태완 씨는 인구감소지역에서 일하면 거주 비자를 빨리 얻을 수 있다는 소식에, 연고도 없는 전북 김제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여덟 달 뒤인 지난해 11월 태완 씨는 작업 중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김사강/이주와인권연구소 : "체류 자격이 이 친구들한테 주어졌다면 굳이 '내가 지역특화형(비자 신청)을 해서라도 내가 F-2(거주 비자)를 따겠다'라고 하면서 전혀 아무도 없는 전북 김제까지 왔을까…."]

운전면허를 딴 뒤 여행을 가고 싶다던 태완 씨의 소박한 꿈은 그렇게 사라졌습니다.

[태완 씨 생전 영상 :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별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지라도 저는 진짜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KBS 뉴스 여소연입니다.

촬영기자:서원철/그래픽:여현수/화면제공:'이주와인권연구소' 유튜브

[앵커]

▲3월 지나면 추방?…“구제 대책 상시화해야”▲

미등록 이주 아동들은 이렇게 자기 책임도 아닌데 추방을 걱정하며 불안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권위 권고로 정부가 구제책을 시행하곤 있지만, 이것도 다음달이면 끝난다고 합니다.

계속해서 배지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5년 전, 국가인권위원회는 미등록 이주 아동에 대한 강제 추방이 인간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미등록' 상태가 된 책임이 이주 아동들에게 있지 않고, 이들이 한국에 장기 체류하며 성장해 우리 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했다는 겁니다.

인권위는 대책 마련을 권고했고, 법무부는 2022년 한시적 구제 대책을 내놨습니다.

임시 비자를 받기 위한 최소 체류 기간을 줄여주고, 중도 입국 아동도 학교를 다니면 체류 자격을 주기로 한 겁니다.

이 대책으로 3년 동안 미등록 이주 아동 천 명 정도가 체류 자격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미등록 상태로 살고 있는 이주 아동들이 2천 명이 넘습니다.

주로 체류 기간이나 재학 기준 등을 충족하기 어렵거나, 언어 장벽과 까다로운 행정 절차에 막히는 경우입니다.

다음 달이면 이런 한시적 구제 대책마저 아예 시행이 종료됩니다.

많은 미등록 이주 아동들이 한국에서 성장해 우리 국민의 정체성을 가진 만큼, 일회성이 아닌 상시적 구제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사강/이주와 인권 연구소 : "정부가 이 아이들을 교육시켜서 성인으로 만들 때까지 투자한 비용이 있어요. 그리고 얘네들은 거의 한국인처럼 자랐고요. 그렇다면은 갈 수 있는 길들을 좀 더 열어줘야 된다."]

법무부는 관련 검토를 거쳐 다음달 중 구제 대책 시행 연장 여부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낼 계획입니다.

KBS 뉴스 배지현입니다.

촬영기자:서원철/영상편집:최근혁/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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