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 "우려 있지만, 추계위 설치가 우선"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강선우 위원장이 개의 선언을 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의대 정원을 심의할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 설치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면서 탄력을 받게 됐다. 하지만 정원 문제를 두고 지난 1년간 정부와 갈등해온 의사단체는 자신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환자단체는 각론보다는 일단 추계위를 설치하는 게 급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추계위법(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안)에서 문제를 삼는 건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추계위가 의료인력 양성 규모를 심의하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가 이를 존중해 최종 결정하도록 한 부분이다. 의협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보정심 위원장을 맡기에 독립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또, 추계위원 구성도 문제 삼는다. 위원을 15명 이내로 두되 의료 공급자가 추천하는 위원이 과반을 차지하도록 했는데 의협 외에 대한병원협회(병협)도 1명 추천할 수 있도록 했다. 병원 운영자 단체인 병협은 의료인력을 늘리는 안을 두고 의사들과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의사들은 추계위 등을 거쳐 의대 정원 조정이 어려울 경우 대학 총장이 정원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한 부분에도 반발한다. 총장들은 학교 위상 등을 고려해 가급적 정원을 늘리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의협 관계자는 "의료인력 규모 결정 과정의 독립성 등을 (정부와 국회에) 오래 얘기해 왔는데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아직 개정안이 확정된 단계는 아닌 만큼 저희 주장을 계속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 부회장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추계위원 중 수요자(환자) 단체 추천 인사가 들어가는 것을 두고 "이런 식이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에도 노동자, 시민, 소비자단체로 넣어 사회적 합의로 하자"고 불만을 표출했다.
환자단체는 "우려되는 점은 있지만 의정갈등에 따른 환자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추계위 설치가 급하다"는 입장이다. 환자단체는 △추계위원 중 과반을 공급자 단체가 추천하면 객관성을 보장할 수 없고 △위원 자격을 조교수 이상 등으로 엄격히 하면 환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어렵다고 우려해왔다. 둘 다 법안에 반영되지 못했다. 하지만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국민들이 1년 이상 의료 공백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기에 법안이 신속히 국회를 통과해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복지위는 조만간 전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심의할 예정이다. 강선우 법안1소위 위원장은 이날 소위 종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사협회 입장에서 후퇴한 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질문에 "최대한 의협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선까지 수용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