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직원들 수용공간 확보 포함
10쪽 문서 주며 “숙지한 후 없애라”
10쪽 문서 주며 “숙지한 후 없애라”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지난해 12월 24일 오전 서울 은평구 서울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 ‘비선’ 의혹을 받는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비상계엄 후 정보사령부에 부정선거 관련 콜센터를 설치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병력 투입은 전산 시스템 스크리닝 목적이었다고 주장했지만 노 전 사령관은 선관위 직원 30여명 수용 공간 확보 등 ‘4개 임무’를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2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노 전 사령관이 지난해 11월 9일 정보사 간부 A씨에게 전달한 4개 임무에 관한 진술을 확보했다.
A씨 진술에 따르면 첫 번째 임무는 소집된 정보사 인원이 수도방위사령부에 출입할 수 있도록 협의하고 선관위 직원 30명을 방별로 1∼2명씩 수용할 공간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계엄 후 선관위로 가서 직원 명부를 파악하고 직원 30명을 데려온 후 부정선거에 관해 물어볼 공간을 확보하라는 지시였다. 노 전 사령관은 정보사 간부들에게 계엄 계획을 언급하며 “수방사령관(이진우)과도 다 얘기됐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 번째 임무에는 선관위 홈페이지에 ‘부정선거를 아는 사람은 양심고백을 하라’는 문구를 올리고 사령부에 일반 전화가 있는 콜센터를 설치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네 번째는 선관위 내부 방송을 통해 계엄 상황을 고지하고, 정보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체포 등 조치가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하라는 지시였다. 윤 대통령 측 주장대로 선관위 병력 투입이 전산 점검 목적이었다면 정보사에 콜센터를 설치하거나 선관위 직원 30여명 수용 공간을 확보할 이유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A씨는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이 같은 지시를 듣고 황당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했다. 그는 “부정선거를 이유로 계엄을 선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대북 상황을 이유로 계엄을 선포할 만한 상황도 아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검찰은 정보사 관계자들이 노 전 사령관 지시에 따라 계엄 관련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보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은 정보사 간부들에게 4개 임무 등이 포함된 A4용지 10장을 주면서 “숙지한 후 없애라”고 당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정보사 간부들은 비상계엄 해제 전후 틈틈이 선관위 장악 등 작전 계획이 담긴 서류를 세절했다고 한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지난해 12월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하기 전 부하들에게 연락해 “수사기관에서 연락 오면 내가 국회에서 얘기하는 범위에서만 답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