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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왼쪽부터)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3차 청문회에서 위원 질의를 받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이 위헌·위법 행위라는 헌법재판소의 27일 결정에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즉각 임명 절차를 밟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헌재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마 후보자 임명 여부에 대해선 “결정문을 잘 살펴보겠다”고만 말했다. 헌법재판소법 66조에 따르면 헌재가 부작위(일정 행위를 하지 않음)에 대한 심판 청구를 받아들일 경우, 피청구인은 그 결정을 따라야 한다. 다만 헌재가 결정의 시기까지는 강제할 수 없어, 최 대행의 숙고는 길어질 수 있다.

최 대행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이유로 줄곧 “여야 합의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혀왔다. 최 대행 측 대리인단은 헌재 변론에서도 “국민의힘이나 대통령이 추천하는 재판관을 헌재소장으로 임명하는 조건으로, 더불어민주당이 2인을, 국민의힘의 1인을 추천하는 논의를 진행하던 중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 소추됐고, 이후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재판관을 선출했다”고 주장했다.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지난해 12월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김성룡 기자/
최 대행도 지난 6일 계엄 국조특위에 출석해 “헌재가 여야 합의를 확인해 주는 기관은 아니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여당이 반발하는 상황에서, 정무적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의 복귀 가능성도 임명 보류의 주요한 이유다. 지난 19일 한 총리에 대한 헌재 탄핵 심판이 단 한 번의 변론으로 종결되며, 이르면 3월 초 한 총리에 대한 탄핵이 기각되고 한 총리가 복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정부 각 부처에선 한 총리에 대한 실적보고 준비도 들어간 상태다.

지난 25일 변론이 종결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 전, 한 총리가 먼저 돌아온다면, 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최 대행은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 대행의 권한대행 지위는 불안정한 상태라, 재판관 임명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헌법재판소
대통령실과 일부 내각 및 여당의 반발도 최 대행을 고심케 하는 지점이다. 여당은 야당 추천 몫인 마 후보자의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 이력과 진보 성향의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고 있다. 마 후보자가 헌재에 합류할 경우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과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여권에선 나온다.

최 대행은 지난해 12월 31일 국무회의에서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 중 조한창·정계선 후보자 2명을 임명해 대통령실과 여당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샀었다. 최 대행의 결정으로 헌재 8인 체제가 구성되며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속도가 붙었다. 당시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 등 용산 수석급 이상 참모 전원은 최 대행에게 항의성 사표를 냈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월 1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를 마친 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동하고 있다. 정 실장은 이 자리에서 그 전날 정계선, 조한창 헌법재판관을 임명한 최 대행에게 사의를 표했었다. 연합뉴스
다만 한 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 시점이 불확실하고, 헌재의 결정까지 나온 마당에 최 대행이 마냥 임명을 미루긴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헌재의 결정은 조속히 따르는 것이 원칙으로, 지나치게 시간을 끌 경우 직무유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최 대행이 마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다면 헌법 수호 의무를 저버린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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