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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오전 3시 10분쯤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한 골목에서 경찰관이 5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쓰러지고 있다. 50대 남성은 경찰이 쏜 실탄을 맞고 숨졌다. [연합뉴스]
새벽 시간 도심에서 경찰관을 피습한 50대 남성이 실탄을 맞고 숨진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테이저건을 사용했지만, 효력이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두꺼운 외투를 입으면 테이저건을 쏴봐야 소용없다”고 설명했다.

27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오전 3시 10분쯤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한 골목에서 50대 남성 A씨가 ‘스토킹 의심’ 신고를 받고 출동한 B경감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당시 B경감과 함께 출동한 여경이 A씨를 향해 테이저건을 발사했지만, 두꺼운 외투에 맞아 효력이 없었다.

경찰이 사용하는 테이저건은 방아쇠를 당기면 전선으로 연결된 2개의 탐침(전극)이 발사된다. 탐침이 모두 명중했을 때만 전기가 통해 근육 마비 같은 효과가 있다. 테이저건 사용 지침상 신체 후면부를 조준해 발사하고, 전면부에 발사할 시 흉골 아래를 조준해야 한다. 얼굴이나 목 등 급소 부분에 조준해서는 안 된다.
지난 26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4가역 교차로 인근 골목 도로에 혈흔이 남아 있다. 이 곳에서는 이날 새벽시간 50대 남성이 경찰관에게 흉기를 휘두른 뒤 경찰이 쏜 실탄에 맞고 숨졌다. 황희규 기자.
이런 규정 탓에 겨울철에 사용하는 테이저건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두꺼운 옷을 입어 탐침 2개가 피부에 닿지 않아 효력이 없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럴 때 대상자의 하체를 조준하도록 교육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하체에 탐침 2개를 맞추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사건 당시 A씨는 무릎 위까지 내려온 두꺼운 외투를 입은 상태였다. A씨가 흉기를 들고 B경감에게 달려드는 급박한 상황에서 외투에 가려지지 않은 하체 부분에만 탐침 2개를 명중시키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외투에 테이저건을 맞은 A씨는 공포탄을 쏜 B경감에 달려들었고, 두 차례 흉기를 휘둘러 얼굴과 이마 부분에 중상을 입혔다. A씨는 B경감이 쏜 실탄을 맞고 40여m 달아나다 지원요청을 받고 출동한 다른 경찰관들에게 붙잡혔다. 이때도 A씨는 테이저건을 맞았지만, 효과가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저위험 권총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플라스틱 탄환을 사용한 저위험 권총이 대안으로 꼽히지만, 성능과 안전성 검증이 되지 않아 개발된 지 3년이 넘도록 도입을 못 하고 있다.

저위험 권총은 실탄을 사용하는 권총보다 성능이 10분의 1 수준으로 허벅지에 맞으면 약 7㎝만 관통된다. GPS 기능이 탑재돼 있어 사격 시간과 장소·각도·발수 등의 정보까지 저장되면서 ‘스마트 권총’으로 불리기도 한다.
26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4가역 교차로 인근 골목에서 경찰관에게 흉기를 휘두른 50대 남성이 경찰에 검거되고 있다. 50대 남성은 경찰이 쏜 실탄에 맞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사진 독자

경찰청은 저위험 권총을 2029년까지 현장에 도입할 계획이다. 올해 안전성 검사 등을 마치고 내년부터 1년간 사전훈련·시범운영·현장배치 순으로 총 2만8826정을 보급한다는 방침이다.

광주경찰청 소속 한 경찰관은 “B경감은 피습을 당한 트라우마와 살상을 했다는 죄책감에 무척 괴로워할 것”이라며 “그동안 차일피일 미뤄진 저위험 권총 도입이 하루빨리 이뤄져 시민과 경찰 안전이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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