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친문재인(친문)계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만나 조기 대선과 관련 “결코 (승리를) 낙관할 상황이 아니”라며 야권 통합을 강조했다. 임 전 실장은 통합과 정권교체에 동의하면서도 “이재명을 넘어서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을 성원하고 지지할 생각”이라고 각을 세웠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63빌딩의 한 식당에서 임 전 실장과 만나 “헌정 수호 세력과 헌정 파괴 세력의 구도가 아니라 정상과 비정상의 대결 구도로 봐야 한다. 상식적인 세상을 만드는 데 모든 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며 “거기에 임 전 실장이 하실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이 대표가 띄운 역할론에 “개인적으로 별다른 욕심은 없어서 앞으로도 대표께 좋은 소리보단 쓴소리를 많이 할 것이다. 가까이에서 못하는 소리, 여의도에서 잘 안 들리는 소리를 가감 없이 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가 더 넓어지기 위해 지금 민주당 구조에서 이 대표와 경쟁해보기 위해 용기를 내고 이재명을 넘어서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을 성원하고 지지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임 전 실장은 거대 양당 구조에 따른 대립 정치를 막기 위해선 다양성에 기반한 연합 정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정책과제였던 지방 분권과 균형 발전을 강조했다. 임 전 실장은 “지방 분권과 균형 발전은 민주당의 (정책적) 한 축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언제부터인가 철학과 의지가 약화한 것 같다”며 “이 대표가 선거 일정과 무관하게 재정립해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해왔던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의 경우 광역 철도망을 일찍 구체화해서 제시해도 괜찮겠다”고 말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두 사람의 비공개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두 사람 모두 힘을 합쳐서 정권 교체를 이뤄낸다는 데 공감했다”며 “이 대표는 ‘본질은 하나고 뿌리도 하나다’라며 확장을 위해선 격렬한 논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정당은 다양성”이라며 “운동장을 넓게 쓰자”고 말하기도 했다.
한 대변인에 따르면 비공개 회동에서 임 전 실장은 통합과 연대의 방향성과 관련해 “헌법 개정 등 연합 정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의견 수렴 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고 이 대표는 “현재로서는 내란 사태에 집중해야 하지만, 해당 제안에 대해 고민해 보겠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임 전 실장의 부울경 메가시티 정책 지원 요청에 “자치와 분권은 이 시대의 핵심 과제이며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지난 총선에서 서울 중·성동갑 출마를 희망했으나 공천에서 배제됐다. 이 과정에서 친이재명계와 친문계간 갈등이 비화하기도 했다. 임 전 실장은 최근 지난 대선 패배를 두고 ‘이재명 책임론’을 직접 언급하며 이 대표의 일극 체제를 겨냥한 메시지를 잇달아 냈다.
임 전 실장은 지난 21일 이 대표의 ‘중도보수’ 정당 발언을 겨냥해서도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이 아니다”라며 비판했다. 다만 그는 이날 회동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저로서는 (당의) 정체성을 그렇게 규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봤기 때문에 지적했다”며 “그 이후 여러 대표의 발언으로 (상황이) 정리된 것 아닌가”라며 오해를 풀었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시작으로, 이달 21일엔 박용진 전 의원, 24일엔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회동을 이어가면서 당내 통합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28일에는 김동연 경기지사와 만날 예정이다.
김 지사는 이 대표와의 만남에서 제20대 대선을 앞둔 2022년 3월1일 두 사람이 발표한 ‘정치교체를 위한 공동선언’의 이행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공동선언엔 대통령 임기 1년 단축·책임총리 등을 위한 개헌,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 국민통합정부 구성, 초당파적 국가주택정책위원회·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등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