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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 보고서]
<3>명태균에 얽힌 정치인들
서울시장 선거 吳-安 단일화 전략 개입
김종인·지상욱에 '손댄' 여론조사 제공
吳 후원자에겐 "지지율 안 오르네" 수금
吳 4번 만났다? 지속 접촉 정황은 없어
吳 "사기꾼이 물건 팔려다가 쫓겨난 것"

편집자주

명태균은 정치 컨설턴트인가 정치 브로커인가. 서울중앙지검이 본격 수사에 착수하면서 명태균 사건은 '태풍의 눈'이 될 조짐이다. 한국일보는 명태균 통화 녹취록과 메시지 내역 등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입수해 그를 둘러싼 불편한 얘기를 가감 없이 공개한다. 파편적이고 편향적으로 제기됐던 각종 의혹을 검증하고 향후 어떤 의혹을 규명해야 하는지도 살펴봤다. 여론조사와 선거 캠프 등 정치권의 고질적인 문제점도 분석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5일 경기 김포시 김포시청에서 열린 '서울런x김포런' 업무협약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브로커 명태균씨는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부터 본격적으로 정치적 야욕을 드러냈다. 국민의힘 지도부를 상대로 후보 단일화 협상 등 내밀한 사안까지 조언하게 되자 스스로를 '선거 전략가'라고 과신한 것 같다. 하지만 명씨의 '오세훈 후보 필승 전략'은 정작 오세훈 캠프엔 제대로 닿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명씨는 오 시장을 사로잡으려고 '손을 댄' 미공표용 여론조사 결과까지 만들었지만, 오 시장이 곁을 내어준 정황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오 시장 연루 의혹이 명씨의 일방적 주장이었는지는 향후 검찰 수사로 가려질 전망이다.

2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명씨는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오세훈-안철수' 후보 단일화 협상 국면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 접촉하며 영향을 끼치려 했다. 당시 협상은 첫 실무협상(3월 9일) 이후 번번이 불발되다가 3월 21일 극적 타결돼 선거의 큰 변곡점으로 평가받았다.

"이 조건만은 관철해야" 단일화에 明 훈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23년 7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75주년 제헌절 경축식에 참석해 있다. 고영권 기자


명씨는 선거 석 달 전부터 여론조사 결과보고서와 분석 결과를 수시로 김종인 당시 비상대책위원장과 지상욱 전 여의도연구원장에게 전송했다. 대부분은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미한연)가 실시한 미공표용 조사였다. 그러다 단일화 국면에 들어서자 연락이 잦아졌다.

두 후보 측이 협상 결렬을 선언하는 등 파국 상태가 이어지던 2021년 3월 15일, 명씨는 김 전 위원장을 만났다. 뒷날 명씨가 김 전 위원장과 지 전 원장에게 '단일화 방안'을 보낸 점에 비춰보면 당일 만남에서도 관련 대화가 오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명씨가 내놓은 방안은 "안철수와의 단일화는 결렬되는 게 상책이고, 만약 단일화 여론조사를 한다면 이 조건만은 꼭 관철시켜야 한다. ①당명, 기호가 적시 호명된 적합도 조사로 단일화 ②유선 20% 무선 80% 비율 조사"였다. 당시 협상단은 세부 룰을 놓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었다.

명씨는 이틀 뒤에도 김 전 위원장에게 "한 번만 협상팀에 유선전화 10% 당부 전화 부탁드린다. 협상 재개를 하면 안 된다"고 피력했다. 협상 타결에 이어 3월 23일 오 시장이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승리하자, 지 전 원장은 "명대표께 감사, 형이 밥산다요"라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며 치하했다.

후원자 포섭한 뒤 "吳 위한 여론조사비 부족"



명씨는 당 지도부를 사로잡았다고 자평했지만, 끝내 오세훈 캠프의 신뢰는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본 선거를 석 달 앞둔 1월 초순 명씨는 당시 4선이던 김영선 전 의원을 대동해 캠프 문을 처음 두드렸다. 오 시장이 두 사람을 직접 만난 자리에서 명씨는 스스로를 '여론조사 전문 컨설턴트'라고 소개했다. 오 시장은 1월 20일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과 함께 서울 광진구 중식당에서 명씨와 김 전 의원을 다시 만났다. 명씨가 이 자리에서 "전략이 있다"고 하자, 오 시장이 "예시 조사 결과를 강 전 부시장에게 보내보라"고 했다는 게 양측의 공통된 설명이다.

하지만 이후 오 시장과 명씨의 관계에 대해선 서로 입장이 갈린다. 명씨는 "2021년 1월 20일, 23일 28일과 2월 중순까지 총 네 차례 오 시장을 '직접' 만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오 시장은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두 번째 만남(1월 20일) 뒤 캠프를 지휘하던 강 전 부시장에게 '선거를 돕겠다고 하니 얘기 들어보고 판단해보라'며 넘겨준 게 저로선 마지막"이라며 "이후 명씨와 연락한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명씨 주장을 뒷받침할 물증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만 오 시장 측은 "명씨가 캠프 사무실에서 오 시장을 오다 가다 봤을 수는 있지만, 오 시장은 명씨를 두 번 만난 것 외에는 기억할 게 없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강 전 부시장은 이와 관련해 "명씨가 처음 가져온 여론조사 샘플 테스트 자료가 캠프에서 하던 방식과도 다르고 수치도 이상해 로데이터(Raw Data·가공 전 자료)를 가져오라고 요구하다가 대판 싸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명씨는 계속 캠프를 기웃거린 것으로 전해졌다. 오 시장 측은 "1월 말~2월 초 강 전 부시장이 명씨와 몇 차례 접촉했지만 의견차가 점점 커지자 '더 이상 얘기하지 말라'고 끊어냈다"고 밝혔다.

대신 명씨는 오 시장의 오랜 후원자로 알려진 사업가 김한정씨와 가까워졌다. 명씨에 대한 김씨의 첫인상은 '불쌍한 고향 후배'였다고 한다. 김씨는 본보에 "(명씨가) 여론조사를 캠프로 들고 왔더니 환영하며 돈을 주기는커녕 이상한 사람 취급받길래 연락처를 물었다"며 "동향(창원) 출신이라니 반가워서 밥값, 옷값 하라며 용돈을 줬다"고 말했다. 명씨가 "오 후보 지지율이 안 오른다"거나
"시장님을 위한 여론조사비가 부족하다. 김종인이 기다린다"
며 돈을 요구한 적도 있다는 게 김씨 얘기다. 김씨는
"몇 차례에 걸쳐 3,300만 원을 건넸다"면서도 오 캠프와는 무관한 단독 행동이라고 주장
했다. 오 시장 측도 "명씨가 김씨를 통해서도 강 전 부시장 쪽에 수차례 여론조사 관련 의견을 피력했지만 번번이 냉대받았다"며 "오 시장과 명씨, 김씨가 '3자 회동'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명태균(빨간 화살표)씨와 오세훈 서울시장의 후원자 김한정(하얀 화살표)씨가 2023년 제주 서귀포시 소재 식당에서 식사 중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직접 접촉 정황은 부족… 吳 측 "빨리 수사해라"

명태균씨가 지난해 11월 8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선거 기간 명씨의 지시로 미한연은 미공표 여론조사 13건을 진행했다. 검찰은 명씨가 '오 시장의
여성 지지율이 높으니, 응답자 중 여성 비율을 높여서 지지율을 앞서게끔 만들라'고 로데이터 조작을 지시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명씨가 오 시장을 위한 미공표 여론조사를 실시했지만, 정작 오 시장 캠프가 이를 제공받았다는 객관적인 근거는 나오지 않았다. 오 시장 측은 명씨를 향해 "원하지도 않고 받지도 못한 미공표 여론조사 결과를 언제 누구에게 줬는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오 후보가 '나경원 이기는 조사'를 가져오라고 했다"는 명씨 주장에도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오 시장은 19일 "사기꾼이 물건 팔러 왔다가 실패하고 쫓겨난 것"이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결국 △명씨 주장대로 두 사람이 4번 만났는지 △명태균표 여론조사가 오 캠프에 제공됐는지 △오 시장 후원자가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했는지 등은 검찰 수사를 통해 규명해야 할 과제다. 오 시장과 명씨 모두 '엄중하고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창원지검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은 26일 사업가 김한정씨의 여론조사 비용 대납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고발건과 관련해 김씨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목차별로 읽어보세요

  1. ① 여론조사와 공천개입의 진실
    1. • 尹 부부·당대표·공관위 모두 포섭 정황… 명태균의 공천 청탁 전모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2310410002198)
    2. • "잘못 짜깁기해" "빼주세요"… 김건희, '尹 맞춤 조사' 받고 '김영선 공천' 보답했나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2222280001535)
    3. • "판세 잘 짠다" 평판에 명태균 '스카우트'... 갈등 빚다 尹 부부 뇌관으로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2114100002742)
    4. • "김건희 여사가 경선 나가라더라" 김영선 당대표 여론조사도 돌린 명태균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2314020004490)
  2. ② 명태균을 키운 여권 지도부
    1. • '명태균-여권' 부당거래… "김종인에 불리" 문항 '슬쩍', '이준석 열세' 공표 연기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2322180000786)
    2. • '무명' 명태균, 김종인 만난 뒤 중앙 무대로... '가덕도 신공항'도 논의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2416070002789)
  3. ③ 명태균에 얽힌 정치인들
    1. • '洪캠프 봉사방' 당원 명부가 명태균에게… 홍준표 "무관한 일, 明 사기꾼"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2520440000536)
    2. • 명태균, 손댄 여론조사로 '필승 전략' 과시했지만... 오세훈 신뢰 못 얻어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2511240001349)
    3. • 명태균, 김진태 공천 밀어주고 '지사 보좌역' 알선 시도 정황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2518170002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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