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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학년도 '진리자유학부' 신설
융합 인재 육성위해 '무전공' 선발
의대·사범대 빼고 全전공 선택가능
문·이과 통합 합격선 예측 어려워
상위권 외 중하위권까지 파장 클듯

[서울경제]

연세대가 11년 전에 폐지했던 자유전공을 내년도 입시부터 부활시키기로 했다. 이번에는 인문사회를 넘어 이공계 계열 전공까지 선택권을 넓힌, 말 그대로 ‘자유 전공’이다. 무전공 학과 신설로 합격선(입결) 예측이 어려워지는 데다 의대 중복 합격 등으로 이탈하는 학생들도 대거 발생할 수 있어 상위권 입시 판도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27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연세대는 이달 18일 열린 평의원회에서 정원 총 262명의 ‘진리자유학부’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학칙 개정안을 승인했다. 진리자유학부 입학생은 1학년 때 진로를 탐색한 후 2학년 때 원하는 과로 진학하게 된다. 의과대학, 교육과학대학, 신과대학 및 예·체능계열 학과를 제외한 모든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연세대가 문·이과 모든 전공을 고를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국제·상경대 등 일부 단과대에서 광역 선발을 하고 있지만 해당 단과대 안에서만 전공을 고를 수 있기 때문에 자유전공보다는 학부제에 가깝다.

2009학년도 법학과 후신으로 설치됐다가 6년 만에 폐지됐던 자유전공학부가 진리자유학부와 가장 유사한 학과지만, 이번 진리자유학부는 그보다도 한층 더 확장·발전됐다는 평가다. 당시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이 상경·사회과학 등 이른바 문과 계열 전공만 선택할 수 있었다면 진리자유학부 학생들은 이공계 전공도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연세대 관계자는 “예전 자유전공학부는 전공별 정원 제한이 있어 인기과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학점 커트라인을 넘겨야 했다”며 “진리자유학부의 경우 이 같은 제한이 없어 전공 선택권이 더 폭넓게 보장될 것”이라고 했다.

연세대가 진리자유학부를 설립한 것은 정부가 융합 인재 육성을 위해 확대 중인 무전공 선발 정책에 발맞추기 위해서다. 무전공 전형은 모든 전공(의대·사범대 제외)을 선택할 수 있는 ‘유형1’과 특정 단과대·계열 내에서 전공을 선택하도록 하는 ‘유형2’로 나뉜다. 수도권 대학의 경우 2026학년도에 정원 10% 이상을 유형1로, 정원 25% 이상을 유형1과 유형2로 뽑으면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서울대·고려대·성균관대 등 서울 주요 대학 상당수가 이미 2025학년도부터 유형1을 도입했다. 연세대는 그간 유형2만 운영해오다가 이번에 학부를 신설하면서 요건을 충족하게 됐다.

연세대 무전공 학과 신설로 입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고려대는 2025학년도 정시 모집 무전공 전형에서 36명을 모집했는데, 무려 733명의 추가 합격자가 발생했다. 이는 최상위권 대학 입시 사상 최대 규모의 추가 합격 사례로 꼽힌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문·이과 학생을 통합 선발하는 만큼 합격선을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고 의대 중복 합격 등으로 빠져나가는 인원도 상당할 것”이라며 “상위권은 물론 중·하위권 입시에까지 도미노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무전공 제도에 대한 회의론 또한 나온다. 융합 인재 육성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데다 최상위권 학생들의 ‘대입 보험’으로 전락해 입시 시장에 더 혼선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연세대가 자유전공학부를 설치 6년 만에 폐지했는데, 이 같은 우려가 어느 정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직 자유전공학부를 유지하고 있는 서울대·고려대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특정 학과를 선택하는 기존의 시스템으로는 무전공제가 성공할 수 없다”며 “다양한 전공을 학생 스스로 조합할 수 있는 ‘전공트랙제’가 필요한데 이 같은 준비가 돼 있는 대학이 국내에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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