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전기차의 ‘고질병’인 전기차용 통합충전제어장치(ICCU) 고장이 리콜(시정조치) 이후에도 계속돼 차량이 도로에서 멈춰서는 등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일부 지역 서비스센터에서는 해당 부품을 구할 수 없어 소비자들이 장시간 수리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국내외 전기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보면, 현대차 아이오닉 5·6, 기아 EV6 소유자들의 ICCU 고장에 대한 불만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ICCU는 전기차의 충전과 전력 관리를 담당하는 전자제어 시스템이다. 전기차에는 차량을 구동하는 대형 배터리와, 오디오·차량용 컴퓨터 등에 사용되는 저전압(12V) 배터리가 탑재된다. ICCU는 이 2개 배터리의 충전과 제어를 담당하는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설비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올라온 게시글을 종합하면 ICCU 고장은 대개 주행 중 비닐봉지가 터지는 것 같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이후 계기판에 ‘전기차 시스템을 점검하십시오’ 또는 ‘전원 공급장치 점검! 안전한 곳에 정차하십시오’라는 안내 문구가 뜬다.

차량에 따라 서행을 하라는 거북이 모양 아이콘이 계기판에 표시되고, 속도가 시속 40㎞ 이하로 제한된다. ICCU 고장은 대체로 여름보다는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철에 발생 빈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기아는 자사 전기차에서 ICCU 고장이 잇따르자 지난해 3월과 12월 아이오닉 5와 EV6 등 전기차 약 35만대에 대해 리콜을 진행했다.

지난해 12월 리콜은 ICCU 소프트웨어 오류로 12V 배터리 충전이 불가능해지고, 이로 인해 차량이 멈출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리콜을 받아 소프트웨어 오류를 개선했음에도 ‘ICCU가 터졌다’는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한 구매자는 “포털사이트 전기차 동호회에 올라온 글을 보면 리콜을 받은 뒤에 ICCU가 터졌다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ICCU가 터질 차를 고르는 리콜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들린다”고 말했다.

ICCU 부품 수급이 원활치 않아 수리에만 한 달가량이 걸린다는 토로도 적지 않게 올라오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일부 하이테크센터 등 규모가 있는 정비소에서는 그나마 일주일 안에 수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블루핸즈 등 공식 정비소라도 규모가 작은 곳에서는 수리에 더 긴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리 기간에 다른 차를 대여해주는 대차 서비스도 전기차가 아닌 내연기관차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고객의 불만 사항에 대해 다각도로 살펴보고 있다”며 “고객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김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