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은씨가 국정원에 사찰당하는 상황을 지난 25일 오동욱 기자(오른쪽)가 해당 카페에서 재현하고 있다. 당시 왼쪽 손님 자리에 앉은 주씨와 오른쪽 테이블에 앉은 국정원 직원의 거리는 1m가량이었다. 권도현 기자
“온 방향 그대로! 난 더이상 못 뛰겠음.” 주지은씨(46) 미행 이틀차인 지난해 3월7일 국가정보원 직원 이모씨(47)가 다급히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메시지를 올렸다. 항암치료 차 맨발 산책을 마친 주씨가 자전거를 타자 이씨는 달려서 쫓다가 놓쳤다. 미행을 이어받은 다른 요원이 곧장 답했다. “자녀 학원 들어감.”
26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국정원 ‘대치팀의 카카오톡 대화방’(대치팀방)에는 국정원의 민간인 대상 정보수집 방식이 담겨 있었다. 이들은 사찰 대상자 1명당 통상 5~6명으로 된 팀을 붙였다. 일정 기간이 되면 노출 위험을 줄이기 위해 팀원을 교체했다.
사찰 대상자와는 늘 가까운 거리를 유지했다. 대치팀이 주씨를 촬영한 사진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국정원 직원과 주씨의 거리를 계산해보니 1m까지 근접한 사례도 있었다. 멀어야 20m 정도가 최대였다. 주씨는 지난해 3월8일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들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 모였는데, 당시 국정원 직원은 주씨를 바로 뒷자리에서 촬영했다. 당시 국정원 직원 한 명은 “토끼(주지은씨)가 보던 노트 표지는 핑크색 바탕이고 ‘우리 키즈 노트’라고 적혀있다. 아이와 관련된 일지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의 현장 베이스캠프는 차량이다. 차 안에서 대상자 몰래 사진을 촬영하고 휴식도 한다. 교대 장소도 차량이다. 국정원 요원들은 미행에 좋은 위치를 잡으려다 건물 관리인이나 상가 주인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주씨 자택 건너편의 빌라 건물주 A씨는 국정원 직원들과 자주 실랑이를 벌였다. A씨는 수시로 주차된 국정원 직원 차량으로 다가와 “어디에서 왔느냐”며 추궁하고 “남의 집 앞에 차를 이렇게 오래 대고 있으면 어떡하냐”며 짜증도 냈다. 대치팀 단톡방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주차단속을 하면 주의하라는 경고도 올라왔다.
대치팀은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애용했다. 주씨가 자전거를 타고 골목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잦아 찾은 이동수단이었다. 지난 3월8일 대치팀방에는 “토끼 움직이면 알려주시고 바로 (따릉이) 원격해제 해달라. 내가 뛰(어)가서 타고 쫓겠다”는 내용이 올라왔다. 요원들은 매일 따릉이를 선점하려 동네를 돌기도 했다. 대여소에 남은 자전거가 없어 못 빌리는 때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