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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다음 달 5일 ‘레벨제’ 도입 사내 설명회 개최
“승진 없는 제한적 직급제 단점 보완” 기대
‘나 혼자만 레벨업’ 사내 이기주의 확산 우려도
상대평가 레벨제 도입했던 美 MS, 퇴사 속출... “직원 절반이 CEO 불신”
“결과보다 과정 중시하는 리더십 배워야” 조언도

그래픽=정서희

네이버가 창업자인 이해진 전 의장의 복귀를 앞두고 ‘레벨 기반 직원 평가체계(이하 레벨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격변기에 내부 경쟁을 촉진하는 새로운 인사 체계 구축에 나선 겁니다. 하지만 네이버의 새로운 인사 시스템이 내부 기술 인력 이탈을 심화하고, 외부 AI 인재 영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가 최근 사내 공지를 통해 다음 달 5일 레벨제 도입을 위한 설명회를 개최한다고 밝혔습니다. 레벨제는 직원들의 역량과 전문성을 평가해 근속연수와 상관없이 레벨을 부여하고, 장기적으로는 성과보상 체계와 연동하는 인사 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근속연수가 20년인 직원이 2년차 직원보다 낮은 레벨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제도는 2020년 네이버가 도입하려고 했지만, 내부 직원들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습니다. 네이버 측은 “레벨제는 급변하는 사업 환경 속에서 전사 역량을 효과적으로 집중하고 구성원에게는 성장의 가시적인 이정표를 제시하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했습니다.

10여년 전 이해진 전 의장은 사내 강연에서 “사내 게시판에 ‘삼성에서 근무하다 편하게 지내기 위해 네이버로 왔다’는 글을 보고 너무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졌다”며 “회사를 동네축구 동호회 쯤으로 알고 다니는 직원이 적지 않다”라고 질타한 적이 있습니다. 어쩌면 레벨제는 이러한 이 전 의장의 의중이 반영된 제도일 수 있습니다. AI 격변기를 맞아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경쟁 없이 안주하는 기업문화는 적절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뒤처질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대두된 최근의 네이버 상황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정인지도 모릅니다.

현재 네이버의 내부 직급은 ‘일반직원’과 ‘리더(임원급)’ 2개 뿐입니다. 올라갈 수 있는 직급 자체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내부 경쟁이 없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레벨제가 직급 승진을 대신하는 일종의 보상 체계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사 전문가들은 레벨제의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역효과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직원들의 레벨 구분으로 내부 경쟁이 심해지면 외부에서 인재를 유치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기술직 비중이 60% 이상인 네이버에서 내부 기술 인력의 이탈(이직)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큽니다. 한 인사(HR) 전문가는 “기술 인력들은 자존심이 상하고 사기가 떨어지면 회사를 쉽게 떠날 수 있다”며 “네이버 출신 개발자는 능력이 입증됐다는 외부 인식이 있어, 다른 회사에서 곧바로 영입해 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MS)도 레벨제와 유사한 인사 제도를 도입한 이후 대규모 인력 이탈을 경험했습니다. 2000년부터 2014년까지 MS를 이끌었던 스티브 발머 전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의 내부 경쟁을 강화하는 쪽으로 인사 정책을 펼쳤습니다. 5개 레벨(등급)로 직원을 평가했고, 등급별 할당 비율을 정했습니다. 이 시기 지나친 내부 경쟁 촉발과 평가 체계에 불만을 가진 MS 직원들이 대거 퇴사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1년 미국 취업사이트 글래스도어의 설문 조사에 응한 MS 직원 60%가 “발머의 리더십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답할 정도였습니다. 2014년 발머 은퇴 후 후임자인 사티아 나델라 CEO가 MS를 이끌면서 ‘5등급 상대 평가 체계(스택랭킹)’는 폐지됐습니다.

일각에서는 레벨제가 불필요한 인력을 줄이는 ‘인력 효율화’ 추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최근 AI 투자에 집중하기 위해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합니다. 지난 1월 메타는 AI 투자 집중을 위해 전체 인력 중 5%를 해고했습니다. 당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성과 관리 기준을 한층 강화해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는 직원은 더 빠른 시일 내에 퇴출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국MS 인사총괄임원을 지낸 한준기 동명대 교수는 “직원 레벨제는 나 혼자 잘 되면 된다는 이기주의와 내부 경쟁을 키울 수 있다. 조직 리더에게 잘 보이기 위해 단기적 성과에만 집중하게 되고 사내 정치도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내부 경쟁의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연례 평가와 스택 랭킹을 폐지한 MS의 나델라 CEO는 내부 경쟁을 없애고 직원 개인의 성장을 위한 지속적인 동료 피드백과 관리자의 코칭을 강조했다. 결과보다는 어떻게 일하는지에 대한 ‘과정’을 강조한 나델라의 리더십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직까지 네이버가 추진 중인 레벨제의 구체적인 내용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2020년 네이버가 추진했던 레벨제는 직원 역량을 7개 레벨로 구분한 바 있습니다. 같은 시기 레벨제와 유사한 ‘그로스 스테이지(Growth Stage)’라는 제도를 도입한 카카오는 역할, 역량, 전문성 등을 토대로 각 개인에게 스테이지를 부여하고 보상을 연계하고 있습니다. 카카오의 스테이지 수는 공개된 적이 없지만, 10개 미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카카오의 스테이지는 조직장과 인사팀이 평가해 결정하고, 업무(역할)가 바뀔 경우 직원 스테이지가 내려갈 수도 있습니다. 2015년 국내 최초로 레벨제를 도입한 쿠팡은 총 12개의 레벨을 직원에게 부여하고 있습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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