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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효과로 10만 달러 치솟았지만
이달 26일 기준 8만 달러대 '풀썩'
"디지털 금" 글로벌 기관 매집 잇따라
"2028년까지 50만 달러 도달" 전망도
[서울경제]

전통적인 투자 방식만으로는 변동성이 커진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이제는 글로벌 자산 다변화를 통한 인플레이션 헤지가 필수입니다. 부동산, 원자재, 디지털 자산(코인) 등 대표적인 대체투자부터 자동차·위스키 투자와 같은 신흥 시장의 틈새 기회까지, 세계 각국에서 주목받는 새롭고 이색적인 재테크 전략을 소개합니다.

지난해 7월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4’ 행사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가상자산 시장이 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장주인 비트코인은 25일(현지 시간) 개당 9만 달러선이 무너져 8만 8000달러 대로 하락한 이후 8만 4000달러 대로 재차 주저앉으며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효과를 기대하며 연일 불장이던 지난 연말과는 다른 모습이죠? 비트코인에 물려 있는 글로벌 투자가들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도 비트코인 투자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확한 투자 시점은 알 수 없지만, 블랙록이 운용하는 비트코인 ETF에 약 25만 1000달러에서 최대 50만 달러(약 3억 7000만~7억 3500만 원)를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재무장관으로 임명되면서 이해 상충을 방지하기 위해 투자 자산을 매각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미 손을 털었는지도 모르겠네요.

글로벌 기관들은 지난해부터 비트코인 투자를 대폭 늘려왔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지난해 1월 승인하면서 접근성이 높아진 덕분이죠. 엄청나게 높은 시세 차익을 얻겠다기보단,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리스크를 축소하려는 목적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블랙록·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비트코인 투자 상품을 취급하면서 수요는 더욱 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의 총 운용 규모는 140만 비트코인에 달합니다. 26일 기준 약 1230억 달러, 약 176조 원을 넘어서는 수준이지요.

비트코인 가격이 9만 달러를 넘어 10만 달러 이상으로 치솟은 지난해 4분기에도 기관들의 매집은 계속됐어요. 로이터에 따르면 위스콘신 투자 위원회는 작년 4분기 블랙록이 운용하는 비트코인 ETF(IBIT) 600만 주를 사들였다고 공시했습니다. 기존 보유량을 두 배 이상 늘린 것이죠. 헤지펀드 튜더 인베스트먼트 역시 지난해 4분기 IBIT 보유량이 440만 주에서 800만 주로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아랍에미리트(UAE) 무바달라도 IBIT 820만 주를 매입해 작년 4분기 국부펀드 최초로 비트코인에 투자했어요.
우리나라로 치면 국민연금이 투자한 셈이죠.
이밖에 작년 3분기까지 비트코인을 거들떠보지 않던 헌팅힐 캐피탈도 4분기 약 1억 3100만 달러 규모로 ETF를 사들였습니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관세 정책과 미국 경제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진 점을 꼽습니다. 25일 미국 및 글로벌 경제 전망의 바로미터인 미국 10년물 국채가 4.2%선으로 하락하기도 했어요. 미국 경기가 둔화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들이 속속 감지되면서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팔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에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중 한 곳인 바이비트(Bybit)에서 14억 6000만 달러(약 2조 1000억 원)에 달하는 코인이 해킹당한 사고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디지털 자산 플랫폼의 보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선뜻 투자에 나서기 어려워진 거죠.

앞으로 관건은 비트코인을 '안전자산'으로 보는 수요가 얼마나 될 것이냐는데 달려 있는 셈인데요.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이라니, 잘 믿기지 않으시죠? 그러나 실제로 블랙록 등 일부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명명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공급이 한정돼 있고, 그래서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도피처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죠. 스탠다드차타드(SC)는 지난 18일(현지 시간) 보고서를 통해 "작년 4분기 미국 증권보유현황 보고서(13F)를 분석한 결과 앞으로 더 많은 글로벌 국부펀드가 가상자산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더 많은 기관들이 가상자산 시장에 유입되면서 비트코인은 오는 2028년까지 50만 달러(약 7억 1700만 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돈나무 언니'로 유명한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한 세미나에서 "현재 비트코인 시장 횡보세는 적절한 가격 조정"이라며 "비트코인 가격이 향후 150만 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파격적인 전망을 내놨지요.

트럼프 대통령도 비트코인 비축 정책을 펼치며 가상자산 시장 확대에 불을 붙이고 있어요. 현재 주 정부 20여곳을 중심으로 비트코인 준비금 조성 등 가상자산 수용 법안들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 비트코인 보유 기업인 스트래티지의 마이클 세일러 창업자는 더 적극적인 제안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 공급량의 20%를 매입해 디지털 경제 지배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우리는 정말 새로운 경제 질서의 변혁기에 서 있는 걸까요? 아니면 그저 일시적인 자산 시장의 거품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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