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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공, 2021년 사고 위험성 파악
지난해 경영평가도 대책 마련 요구
국토부는 안전관리 고평가 엇박자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사고가 발생한 현장에 26일 잔해가 있다. 연합뉴스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사고가 일어나기 전부터 발주처인 한국도로공사 안팎에서 고속도로 건설 시 인명사고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가 잇달았던 사실이 확인됐다. 주요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도 하자 문제가 심각하다. 상황이 이런데 국토교통부는
양사의 안전관리 능력이 우수하다고 평가
하고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26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도공 내부 자료에 따르면 도공이 발주하는 고속도로 건설 사업에서 이번 사고와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최소 4년 전부터 제기됐다.
공정 후반에 건설장비 조작 중 인명사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도공도 일찌감치 파악한 것이다. 도공은 이 분석을 바탕으로 모바일 기기용 작업장 안전관리 점검 체계까지 만들었다.

구체적으로
도공 도로교통연구원은
2021년 고속도로 건설 안전관리 연구 보고서에서 고속도로 건설 인명사고 3년치를 바탕으로
“도공 발주 건설 공사에서는 중장비를 많이 사용하므로 건설·광산용 기계에 의한 재해가 많이 발생된다”고 분석했다.
실제 원인별 누적 사상자는 건설·광산용 기계(8명)가 바닥 및 지표면(10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연구원은 또
“도공 발주 건설공사는 (건설업 전체 사고 경향과 달리) 공정률이 높은 시점에 재해가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전체 건설업 부상자는 공정률 50% 이상~60% 미만 구간을 중심으로 많이 발생하는 반면, 도공 발주 공사 부상자는 공정률이 높아질수록 급증했다.
이번 사고도 공정률 60%에서 교량 보 설치를 마치고 가설 장비를 철수하던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도공은 지난해 발표된 2023년도 공기업경영평가에서도 “작업장 사망사고 관리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안전 및 재난관리' 비계량 평가에서 최하 등급인 E등급(아주 미흡)을 받았다.
경영평가단은 시설물 붕괴나 건설기계 전도 등 주요 사고에 대한 재발방지대책 이행 실태를 점검하는 한편, 폐쇄회로(CC)TV를 모든 건설 현장으로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시공사 컨소시엄(협력체) 주관사인 현대엔지니어링도 현장 관리가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4월 전남 무안군의 한 아파트 사전점검에서 무더기로 하자가 발견돼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어 연말 국토부 하자 규모 기준 건설사 순위에서 1위에 올랐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지난해 도공과 현대엔지니어링에 공공 건설공사 참여자 38곳을 대상으로 수행한 ‘안전관리 수준 평가’에서 고평가를 줬다.
도공은 최고 등급인 ‘매우 우수’를, 현대엔지니어링도 차순위 등급인 ‘우수’를 받았다. 국토안전관리원이 △안전 전담 조직 구성 △법령에 따른 업무 수행 △사망자 발생 수 등을 평가한 결과다. 평가 성적은 공기업은 경영평가, 건설사는 시공능력평가에 가감점 요소로 반영된다.

전문가들은 공정 전반에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고 감독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번 사고 원인을 아직 단정할 수 없지만, 인재일 가능성이 큰 만큼 안전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사고가 이른 아침에 일어난 점을 고려하면 인부들이 추위 등 현장 상황에 적응하지 못했을 수 있다”며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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