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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새벽 골목길 유혈 사건
‘이상동기 범죄’ 가능성 커
경찰 과잉대응 여부도 조사
광주동부경찰서 금남지구대 경찰관이 26일 오전 3시10분쯤 광주 동구 금남로4가역 인근 골목에서 5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쓰러지는 장면이 담긴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 연합뉴스


새벽 시간에 “누군가가 뒤를 따라온다”는 여성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흉기로 공격한 50대 남성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과 증언 등을 토대로 사건 경위 및 범행 동기와 함께 경찰의 과잉 대응 여부를 파악 중이다.

광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26일 오전 3시10분쯤 광주 동구 금남로 금남로4가역 교차로 인근 골목에서 50대 남성 A씨가 금남지구대 소속 B경감을 흉기로 공격하다가 실탄을 맞고 쓰러졌다. A씨는 실탄 3발을 맞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오전 4시쯤 사망했다.

앞서 A씨는 오피스텔로 향하던 여성 2명의 뒤를 쫓았고, 여성들이 112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B경감은 A씨를 향해 “선생님, 거기 서세요”라며 검문을 요청했다. A씨는 대답 대신 들고 있던 종이가방에서 흉기를 꺼내 휘둘렀다. 얼굴 등에 부상을 입은 B경감은 “흉기를 버리라”고 고지한 뒤 테이저건과 공포탄을 잇따라 발포했지만 제압에 실패했다. 계속 흉기를 휘두르는 A씨와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B경감은 실탄 3발을 발사했다.

A씨는 허리와 가슴 등에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B경감도 이마와 볼 등이 흉기에 크게 베여 응급 수술을 받았다. 그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사건이 발생한 골목은 오피스텔과 사무실, 식당 등이 밀집한 구도심 이면도로다. 저녁 시간 이후에는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는다. 편의점도 자정까지만 영업하기 때문에 새벽 시간대에는 인적이 드물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뉴스를 보고 사고 소식을 접했다”며 “가게 바로 앞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게 끔찍하다”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한 현장에는 혈흔이 반경 3m 크기로 남아 있어 사건 당시 급박함을 짐작하게 했다.

경찰은 이 사건이 ‘이상동기 범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오래전부터 정신질환을 앓아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근에서 주차장을 운영하는 C씨는 “A씨가 몇년 전부터 하루에도 몇차례씩 이 골목을 배회했다”면서 “길을 걷다가도 갑자기 멈춰서 멍하니 있거나 알아들을 수 없는 혼잣말을 자주 해 유난히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C씨가 운영하는 주차장 CCTV에는 종이가방을 들고 여성들의 뒤를 쫓는 A씨의 모습이 담겨 있다.

경찰은 B경감의 총기 사용이 적절했는지 여부를 비롯해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광주경찰청 직장협의회는 이 사건으로 인해 경찰관의 사기가 저하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들은 “피의자 사망이라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지만, 정당한 공무수행 및 법 집행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며 “현장에서 조치한 동료들이 또 다른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적절한 조처를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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