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의혹 거점은 임시선거사무소”
노상원이 작전 짤 때 토대 삼은 의혹
노상원이 작전 짤 때 토대 삼은 의혹
CCTV에 기록된 계엄군의 선관위 시스템서버 촬영 모습. 행정안전위원회 제공
12·3 비상계엄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투입 작전에 관여한 국군정보사령부 관계자가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 인사가 쓴 부정선거 의혹 책을 참고해 심문 대상을 선별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 검찰은 ‘계엄 비선’ 의혹을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이 책을 토대로 선관위 투입 작전을 계획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26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정보사 간부 A씨를 조사하며 ‘지난해 10월 노 전 사령관이 부정선거 의혹 책을 얘기하면서 내용을 요약해 달라고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A씨는 노 전 사령관이 지목한 책 ‘4·15 부정선거, 비밀이 드러나다’와 선관위 홈페이지 등을 참고해 업무 담당자 명단을 작성해 전달했다고 한다. A씨는 “책과 유튜브를 보면서 ‘만약 부정선거에 가담한다면 이 조직, 이 사람들일 것’이라는 취지로 정리해 줬다”고 진술했다. A씨는 노 전 사령관, 문상호 정보사령관과 함께 선관위 투입 작전을 모의한 의혹을 받는다.
책의 저자인 김형철 한국군사문제연구원장은 2022년 대선 당시 윤 대통령 캠프에서 공명선거·안심투표 추진위원으로 활동했다. 책은 부정선거 의혹 거점으로 임시선거사무소를 꼽는다. 각급 선관위와 임시사무소 사이 설치된 통신망을 통해 사전투표 및 개표 통신망에 접속해 득표수를 조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선관위는 임시사무소 통신망은 행정업무 처리용이며 사전투표 및 개표 통신망과 무관하다고 반박한 바 있다.
A씨가 노 전 사령관에게 건넨 명단에는 임시사무소 예산 담당 직원을 비롯해 선관위 전산 시스템 운영 직원, 전산 운영 실무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구체적인 대상을 정확히 특정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후 노 전 사령관은 계엄 선포 약 한 달 전 A씨 등 정보사 간부들을 만나 “언론에 특별한 보도가 나면 선관위에 가서 책에 나오는 사람들을 확인해야 한다”며 선관위 직원 30여명 명단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계엄군이 책을 사실상 지침서로 활용한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2021년 출간된 책은 부정선거 의혹 근거로 ‘사전투표지 QR코드 활용’을 제시했는데, 노 전 사령관은 정보사 관계자에게 “QR코드 증거는 반드시 찾아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선관위는 QR코드로 사전투표지에 선거구별 일련번호를 부여한다. 부정선거론자들은 선관위가 부여하지 않은 일련번호가 찍힌 사전투표지가 많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법원이 민경욱 전 의원 소송에서 4만5000여장 사전투표지 QR코드를 모두 판독한 결과 가짜 투표지는 한 장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