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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윤석열의 탄핵심판 최후진술을 통해 확실해진 것이 있다. 더 이상 그에게 대한민국 외교를 맡겨선 안 된다는 사실이다.

그는 최후진술에서 국민을 지키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처럼 자신도 결단을 내린 것뿐이라고 호소했다. 직무에 복귀하면 자신은 대외 관계에 치중하고 국내 문제는 총리에게 권한을 넘기겠다고 했다. “역대 가장 강력한 한·미 동맹을 구축한 경험”을 살려 외교에 온 힘을 쏟겠다는 것이다.

트럼프에게 동맹은 손해 보는 장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세계는 다극화 질서로 접어드는데 냉전 시대 이분법적 세계관에 ‘나 홀로’ 갇혀 있는 사람이 외교에만 집중하고 싶다니 놀라웠다.

지난해 10월 정부는 미 대선을 불과 3주 앞둔 시점에서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살상무기를 지원했다면 미·러 종전 협상이 급물살을 타는 지금 한국의 외교적 입장이 얼마나 난감해졌을지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그는 “야당은 방산 물자를 수출할 때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는 방위사업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북한·중국·러시아가 원치 않는 자유세계에 방산 수출을 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도 특정 규모 이상의 무기를 해외 판매할 때 대통령이 의회에 통보토록 한다. 미 의회는 무기 수출이 국가안보에 해가 된다고 판단하면 불승인 결의안을 투표에 부칠 수도 있다. 윤석열같이 정세를 읽지 못하고 오판하는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다. 그는 미국이 러시아와 손잡은 현 상황을 얼마나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을지 궁금하다.

윤석열은 계엄 이유는 부정선거 때문이고, 그 배후에 중국이 있다고 강변했다. ‘줄타기 외교’를 하며 전략적 공간을 넓혀나가도 모자랄 판에 대통령이 직접 그 줄을 끊어놓고 있는 것이다.

지금 국제 정세는 한국이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상황으로 흘러갈 수 있는 절체절명의 시기다. 전문가들은 ‘미국 없는 한반도’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운명에 국가의 운명을 끌어들이려는 윤석열은 한국 외교의 ‘짐’이 되고 있다.

정치부 | 정유진 [email protected]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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