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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이어진 투표행렬…"책임 묻자" vs "해임은 부적절"
서명부 열람 논란에 투표 방해 처벌 못 해…제도 개선 목소리도


(춘천·양양=연합뉴스) 박영서 류호준 기자 = 각종 비위 의혹으로 말미암아 주민소환 심판대에 선 김진하 양양군수가 '한 끗 차이'로 군수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주민소환 가결 요건인 투표율 33.3%에 1.05% 포인트가 모자랐다. 유권자 3분의 1 이상인 8천309명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야 투표함 뚜껑을 열 수 있었으나 271명이 부족했다.

주민소환을 추진한 단체는 "투표 결과에 승복한다"면서도 주민소환제를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닌 수직으로 세워진 운동장"이라고 표현하며 권력의 감시자 역할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개표 여부 관심 모이는 김진하 양양군수 주민소환투표
(양양=연합뉴스) 류호준 기자 = 26일 오전 강원 양양군 양양읍에 마련된 김진하 양양군수 주민소환투표 투표소에서 투표가 진행 중이다.
주민소환투표는 유권자 3분의 1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야 투표함을 개표할 수 있다. 2025.2.26 [email protected]


마지막까지 놓을 수 없던 긴장의 끈…투표율 32.25% 기록
26일 강원특별자치도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주민소환투표 본투표 진행 결과 유권자 2만4천925명 중 8천38명(사전·거소투표 포함)이 투표에 참여해 최종 투표율이 32.25%로 잠정 집계됐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07년 제도 도입 이후 지난해 연말까지 전국에서 청구된 147건 중 단 2건만 가결돼 직위 상실로 이어졌다.

성공률로 따지면 1.36%에 불과하다. 가결 사례 모두 시의원으로, 자치단체장 중 직위를 잃은 사례는 없었다.

이에 김 군수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 청구 당시 성공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고, 3선 군수를 끌어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관측이 주를 이뤘지만, 김 군수가 구속되면서 주민소환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

실제로 지난 21∼22일 사전투표에서 투표율이 14.81%를 기록했고, 본투표가 이뤄진 이날도 양양지역 6개 읍·면 마련된 22개 투표소에는 아침부터 군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시내에 자리한 양양읍 제1투표소는 출근 전인 오전 8시 30분을 전후해 투표소가 붐볐다. 오전 9시 이후에도 투표 행렬은 줄지 않았다.

고령층이 많은 지역 특성상 가족이나 지인의 도움을 받아 투표하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일부 군민들은 투표 참여에 대한 부담을 의식한 탓인지 마스크를 끼고 얼굴을 가린 채 투표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날 투표에 참여한 신모(54)씨는 "아무래도 투표를 하러 오면 군수 해임에 동의하는 의사로 보일 수 있어 마스크를 꼈다"며 "양양군의 명예를 실추한 김 군수에게 책임을 묻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진하 군수 주민소환에 대해 반대하는 군민도 있었다.

이모(55)씨는 "개인 비위도 있긴 하지만 분명 재임 기간 실적도 있었다"며 "사법부의 판단에 앞서 임기도 얼마 남지 않은 군수 해임은 부적절해 보여 투표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민소환 찬반 묻는 투표용지
(양양=연합뉴스) 류호준 기자 = 26일 오전 강원 양양군 양양읍에 마련된 김진하 양양군수 주민소환투표 투표소에 투표용지가 놓여 있다. 2025.2.26 [email protected]


"주민소환대상자 권리 중요하지만…제도 보완 필요"
주민소환 투표를 주도했던 이들은 이번 사례를 통해 주민소환제의 문제점이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고 밝혔다.

주민소환을 추진한 김동일 미래양양시민연대 대표는 "선관위를 신뢰하고 투표 결과에 대해 승복한다"면서도 "선거라는 전쟁터에서 적군과 나와의 싸움이 돼야 하는데 시스템과의 싸움이었다"고 돌아봤다.

김 대표는 "제도적으로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 보니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 '수직으로 세워진 운동장'을 올라가려 했던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투표 실시를 위해 주민 15%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하는데, 이후 서명부 확인 절차를 통해 누구나 전체 명단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김 군수가 직접 2시간 동안 이름과 주소 등이 적힌 서명부를 열람했다. 김 군수뿐만 아니라 다른 주민들도 서명부를 들여다보면서 서명 참여로 인한 불이익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투표 방해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다는 점도 맹점으로 지목됐다.

김도균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위원장은 "김 군수 측 지지자들의 투표 방해 행위로 양양군 곳곳에서 갈등이 드러났다"며 "주민소환투표는 여러모로 몹시 어렵고 지난한 싸움을 하게끔 절차가 만들어져 있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했다.

권자경 강릉원주대학교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주민소환대상자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투표와 관련해 어떠한 내용도 발설하지 않겠다는 서명을 받고, 그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은 지겠다고 하는 등 서명부 열람에 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보인다"며 "서명 참여 등으로 인해 불이익이나 보복받을 시 이를 다시 처벌하는 규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지역사회 구조상 학연, 혈연, 지연으로 엮여있기도 하지만, 투표 방해 행위는 엄격한 조사와 처벌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번 주민소환이 부결된 것에 대해서는 "사안 자체가 정책 문제가 아닌 개인 비위에서 비롯되다 보니 이해 당사자가 적었던 것 같다. 실질적인 피해를 보는 이들의 범위가 작았다"고 평가했다.

봉인된 김진하 양양군수 주민소환투표 투표함
(양양=연합뉴스) 류호준 기자 = 26일 오후 강원 양양군 양양읍에 마련된 김진하 강원 양양군수 주민소환투표 개표소에 투표함이 놓여 있다.
최종 투표율이 33.3%를 넘기지 못하면 투표함은 봉인되고 주민소환은 무산된다. 2025.2.26 [email protected]


주민소환 일단락, 형사재판 시작…금고형 이상 확정 시 직위 상실
주민소환은 부결됐지만 김 군수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과 뇌물수수, 강제추행 혐의로 구속돼 재판받고 있어 김 군수의 부정행위를 둘러싼 지역사회의 갈등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동일 대표는 "제도와 시스템, 권력층에 가로막히더라도 권력의 감시자 역할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상황과 유사하게 스스로의 무관심이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있다"며 "이번 주민소환이 군민들이 민주주의에 더욱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김도균 위원장도 "더 엄정하게 꾸짖음을 줘야 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주민들의 순수한 힘으로 30% 이상이 투표에 참여한 것도 의미 있는 성과"라며 "자진 사퇴만이 김 군수가 군민에게 사죄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춘천지법 속초지원 형사부(김종헌 지원장)는 내일(27일) 김 군수 사건의 첫 공판을 연다.

김 군수는 주민소환투표 소명을 통해 "군정과 관련해 그 어떠한 부정 청탁을 받는 등 위법한 행위를 한 적이 없다. 형사법적 절차에서 입증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무죄를 주장하면서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자치단체장 등 선출직 공무원은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 그 외의 혐의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직을 잃는다.

김진하 양양군수 각종 비위 논란(CG)
[연합뉴스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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