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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정의를 실천하는 교수 모임’ 회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임재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마지막 탄핵 심판정에서조차 헌법재판소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뜻을 밝히지 않으면서, 헌재를 향한 지지자들의 위협과 반발도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법치주의와 헌법수호 의지를 포기한 모습이라는 비판과 함께 지지자들의 ‘사법 불신’ 주장이 향후 탄핵 불복·선거 불복 등으로 확대되며 격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진다.

윤 대통령은 지난 25일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언급 없이 탄핵 재판 마지막 변론을 마쳤다. 되레 “잔여 임기에 연연해 하지 않고, 개헌과 정치 개혁을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하겠다”며 탄핵 기각을 전제로 한 직무 계획을 밝히는 데 집중했다. 나아가 서부지법 폭동에 가담한 지지층을 향해 “저의 구속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청년들도 있다.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다”거나 “청년들이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을 직시하고 주권을 되찾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나서고 있다”며 지지자들의 극단적인 행동을 북돋우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대통령과 변호인단이 법원 흔들기를 하고 있다”며 “헌재가 헌법 수호 의지를 읽을 수 없는 사람으로 하여금 대통령직을 유지하도록 용납할 수 있는지까지 따져봐야 할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한층 우려되는 지점은 최근 이어지는 법원과 헌법재판소를 향한 지지자들의 위협과 공격이 본격화될 우려다.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비대위 갤러리’ 등에는 윤 대통령의 최종 의견 진술 직후 “변론 내용 전부 진심이 느껴져서 감동적”이라거나 “서부지법·헌재 다 스쳐 지나가면서 눈물 콸콸”, “첫 소절 듣다가 울컥했다”는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헌재 누리집 자유게시판에는 “유혈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거나 “헌재는 정치적 판단하면 죽는다”, “극좌 판사들 죽어라 죽어”, “인용하면 다 죽는다”는 극단적인 내용까지 적혔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단체인 ‘자유와 정의를 실천하는 교수 모임’도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재판 운영 과정 자체를 불법으로 행하고 있어, 헌재 정당성이 판결 이전부터 크게 훼손됐다”며 “국회 의결부터 일관되게 헌법과 법률에 어긋나는 사기 탄핵”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격앙된 지지자들의 대규모 집회와 물리적 충돌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이날 오전 유튜브 생중계로 “3·1절 1천만명을 동원해 국민저항권으로 맞짱을 뜨면, 헌법재판소도 꼼짝할 수 없다. 1천만명 모이면 끝나는 것”이라며 3·1절 광화문 집회 참석을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 쪽의 지속적인 사법 불신 메시지가, 이후 탄핵 심판 불복·선거 불복 움직임으로 번져나갈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윤석열 대통령 개인의 불복으로 그치지 않는 게 문제”라며 “윤 대통령이 체포 당시 ‘법이 모두 무너졌다’고 한 이후 (지지자들이) 서부지법을 무너뜨렸고 지금은 헌재 재판관들도 린치(사적 폭행)할 듯한 분위기인데, 앞으로 선거 결과도 부정선거라며 불복할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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