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내년도 의대 정원을 증원 이전 수준으로 동결할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의대생 복귀를 위한 막판 설득에 나섰다. 의료계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부 일각과 의료계 등이 우려를 보이자 교육부도 일단 한 발 물러서 속도조절에 나섰다.
이 장관은 26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대 정원을 증원 이전으로 돌리는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의대 학장단과 대화하는 자리에서 학장들이 3058명 안을 건의했다”며 “교육부는 의·정 갈등 해소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고려할 때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서 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도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2000명 증원을 없앤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추계기구를 통해 지속해서 논의하되 2026학년도 정원 등은 내년도 입시 때문에 해결해줘야 한다”고 답했다.
교육위에서 이 같은 질문이 나온것은 이 장관이 최근 의대 학장들과 만난 뒤 대한의사협회 측에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증원 이전 수준인 3058명으로 동결하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장관은 지난 24일 40개교 의대 학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0명 증원’ 안을 제안받은 뒤 수용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의협 측에 이에 대한 의견을 묻는 식으로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입시를 위해 입학 정원을 빠르게 확정 지어야 하는 교육부가 적극적으로 물밑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해석된다. 교육부는 그간 “제로베이스(원점)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혀왔다. 다만 당시 간담회 참석 학장들은 이를 전향적인 입장 변화로는 판단하지 않았고, 뚜렷한 결과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원점 재검토 가능성을 열어뒀던 교육부는 일단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원론적 답변으로 선회했다. 교육부 입장이 다소 바뀐 데에는 보건복지부와 대학 본부의 입장 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복지부는 이날 대학 총장이 의대 정원을 자율 조정하도록 한 법안 부칙을 삭제했다. 정부 일각에선 의사 수를 산출할 추계위원회 법안이 수정을 거듭하고 있는 만큼 증원 이전으로 회귀하는 안이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학 내부에서도 증원에 대한 입장이 갈리고 있다. 의대 학장단은 0명 증원을 요구하는 반면 대학 본부 중에는 늘려 놓은 인원을 줄이는 것에 난감해 하는 곳들도 있다. 의대생들이 정원 동결 제안에 응할지도 미지수다. 휴학 의대생들 사이에선 증원 백지화뿐 아니라 정부의 필수의료정책패키지 폐기까지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의료계가 탄핵 국면이 정리된 뒤 들어설 새로운 정부와 협상하려고 하는 것도 교육부 입장에선 부담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의대 정원 문제는 교육부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 복지부와도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실련·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으로 구성된 ‘국민중심 의료개혁 연대회의’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이 장관이 의대 증원 동결을 운운하는 것은 불편을 참고 기다린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국회는 즉시 모든 의대 증원 밀실 협상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