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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포커스]


HMM 벌크선. 사진=HMM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 HMM이 SK해운 일부 사업부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SK해운을 인수하게 되면 몸집이 더 커지는 만큼 ‘주인 없는 현금 부자’ HMM의 민영화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해운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한앤코)와 자문사 모건스탠리는 최근 SK해운 일부 사업부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HMM을 선정했다.

HMM은 올해 3월 중순까지 실사를 진행한 뒤 최종 계약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매각 대상으로는 SK해운 전체 경영권이 아닌 일부 선박과 사업부, 자산 등이 거론된다. 원유 탱커선, 액화석유가스(LPG)선, 벌크선 사업부 등이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부문은 제외됐다.

HMM이 현대상선 시절이던 2014년 LNG 운송 사업권을 매각하면서 겸업금지 조항을 체결해 2029년까지는 해당 사업에 진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앤코는 2018년 SK해운 경영권을 1조5000억원에 인수한 뒤 2023년부터 유조선 사업부 분할 매각을 시도했다. 2024년부터는 통매각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9월 기준 SK해운은 원유선 22척, 제품선 1척, LNG선 12척, LPG선 14척, 벌크선 10척, 벙커링선(선박에 LNG를 연료로 공급하는 선박) 7척 등을 운용한다. 2023년 기준 SK해운의 매출은 1조8865억원, 영업이익은 3671억원이다.

지분 100% 기준 몸값은 4조원대로 평가된다. 해운업계에서는 LNG선 사업부 등을 제외한 분리 매각 시 SK해운의 몸값이 2조원대 안팎(부채 제외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HMM이 SK해운 인수에 나선 이유는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불확실성 대응 전략으로 풀이된다. HMM은 지난해 매출 11조7002억원, 영업이익 3조5128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30%에 달하는 등 현재 현금성 자산이 14조원 안팎에 이른다.

다만 매출의 85%가 컨테이너 사업에 쏠려 있어 글로벌 경기와 운임 변동성에 크게 좌우되는 만큼 사업다각화가 필요하다. SK해운 인수를 통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탱커선 등 벌크사업을 확대해 실적 변동성을 줄인다는 전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도입을 예고한 가운데 컨테이너선 운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HMM은 컨테이너선 운임 하락에 대비해 현재 36척뿐인 벌크선 사업 규모를 2030년 110척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HMM은 인수 금융 없이 현금성 자산 100%로만으로도 SK해운을 매입할 수 있을 정도로 우량한 재무 구조를 갖추고 있다”면서도 “다만 SK해운의 LNG 사업부 제외 순차입금을 3조3000억~3조8000억원으로 가정하면 인수 이후 HMM의 순현금은 4조2000억~4조7000억원 수준으로 대폭 감소할 수 있다”고 했다.

HMM이 SK해운을 품고 몸집을 더 키운다면 향후 매각 작업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한국해양진흥공사가 매각 재추진에 나서더라도 HMM의 덩치를 감당할 수 있는 원매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HMM은 지난해 초 하림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6조원대에 지분 매각을 추진했지만 거래가 최종 무산됐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으로 기업가치가 높아진 데다 오는 4월 정부가 보유한 영구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보통주로 전환할 경우 최대주주 측 보유 지분이 기존 67.06%에서 71.68%로 더욱 확대되는 점을 고려하면 HMM 몸값이 1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최근 자국 항구에 입항하는 중국 선사와 중국산 선박에 대해 척당 최대 100만 달러(약 14억4000만원)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중국산 선박 비중이 낮은 HMM의 반사 수혜 기대감에 한때 2만1550원까지 뛰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2월 25일 종가 기준 HMM의 시가총액은 18조4137억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 30~40%를 감안하면 20조원에 달해 HMM을 국내에서 인수할 수 있는 기업은 사실상 없다.

HMM의 매각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14조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을 바탕으로 자립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소유분산 기업인 포스코와 독일 선사인 하팍로이드의 지배구조를 혼합한 ‘민간+공공’ 소유구조 형태로 가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표적인 예시로 세계 5위 선사인 하팍로이드는 오너 지분 30%에 함부르크시와 칠레 선사 CSAV, 카타르투자청,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이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있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지난해 5월 해양기자협회 포럼에서 “국내 해운기업들이 오너 중심의 지배구조에서 급변하는 국제 해운물류 시장의 변화에 제때 부응하지 못한 채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했다”며 “HMM 매각 때 향후 지배구조의 기준은 인수기업 40%, 정부·공공기관 30%, 화주·선사·소액주주 등 30% 식으로 구성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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