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부부 "카타르행 항공기에서 승객 사망...
내 옆자리에 앉히고 자리 못 옮기게 해"
내 옆자리에 앉히고 자리 못 옮기게 해"
카타르 항공의 항공기. 도하=AP 연합뉴스 자료사진
해외 여행을 위해 카타르 항공을 이용한 호주의 한 부부가 비행기에서 승객이 갑자기 숨지는 바람에 비행 내내 옆 좌석에 앉혀진 망자와 함께 여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26일 BBC에 따르면 미셸 링과 제니퍼 콜린이라는 호주 부부는 최근 해외 여행을 위해 호주에서 카타르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그런데 옆 좌석 여성 승객이 비행 도중 심장마비로 갑자기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링은 호주 채널9과의 인터뷰에서 "여성이 쓰려졌을 때 승무원들이 즉시 대응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를 구할 수 없었고, 이를 지켜보는 것은 매우 가슴 아픈 일이었다"고 말했다. 승무원들이 숨진 여성을 비즈니스석 쪽으로 옮기려 했지만, 덩치가 너무 커 통로를 통과하지 못해 이에 실패했다.
링은 그의 옆에 빈 좌석이 있는 것을 본 승무원이 "자리를 옮겨줄 수 있느냐"고 묻자 흔쾌히 응했다. 그러자 승무원들은 링이 앉았던 자리에 담요로 덮힌 숨진 여성의 시신을 앉혔다.
콜린은 근처의 빈 좌석으로 옮길 수 있었지만, 링은 빈 좌석이 있었는데도 이동하지 못했다고 한다. 링도 자리를 바꾸고 싶다고 했지만 승무원은 "한 번 배정받은 좌석에 앉아야 한다"고 거절했다고 이들은 밝혔다.
링은 남은 비행시간 4시간 내내 옆의 시신과 함께 여행해야 했다. 그는 4시간 후 비행기가 착륙하고 구급대원이 담요를 벗기자 숨진 여성의 얼굴을 보게 됐다고 밝혔다.
콜린은 이 경험을 "충격적이었다. 트라우마가 오래갈 것 같다"며 "불쌍한 여성의 죽음에 대해 항공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기내 승객을 돌보기 위한 지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부는 카타르 항공이나 항공권을 예약한 콴타스 항공으로부터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손해배상 소송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타르 항공은 "이번 사건으로 다른 승객이 불편을 겪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콜린 부부와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