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명태균 보고서]
<2> 명태균을 키운 여권 지도부
2020년 11월 종로 사무실서 김종인 첫 만남
지상욱 소개받고 여연 자문 활동하며 '날개'
여론조사 제공은 물론 각종 현안 물밑 작업
"김종인에 부탁" 이준석 구하기 나선 정황도
공천 개입 등 사익 추구 정황 "수사로 밝혀야"

편집자주

명태균은 정치 컨설턴트인가 정치 브로커인가. 서울중앙지검이 본격 수사에 착수하면서 명태균 사건은 '태풍의 눈'이 될 조짐이다. 한국일보는 명태균 통화 녹취록과 메시지 내역 등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입수해 그를 둘러싼 불편한 얘기를 가감없이 공개한다. 파편적이고 편향적으로 제기됐던 각종 의혹들을 검증하고 향후 어떤 의혹을 규명해야 하는지도 살펴봤다. 여론조사와 선거 캠프 등 정치권의 고질적인 문제점도 분석했다.

명태균씨가 2021년 4월 25일 자신의 SNS에 올린 게시물. 명씨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제주도의 한 별장에서 사진을 함께 찍었는데, 이 별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인인 사업가 김모씨 소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SNS 캡처


2020년까지만 해도 '무명'이던 명태균씨를 중앙정치 무대로 끌어들인 것은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였다. 장기였던 여론조사를 제공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잇따라 관계를 맺은 명씨는 윤석열 정부에선 대통령 부부와 직거래하는 '정치 브로커'로 성장했다.

2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명씨가 김종인 전 위원장을 처음 만난 시점은 2020년 11월로 추정된다. 명씨는 검찰 조사에서 김 전 위원장을 알게 된 경위에 관해 "2020년 11월 3일쯤 김영선 전 의원 소개로, 서울 종로구의 김 전 위원장 사무실에서 처음 만났다"고 진술했다. 명씨는 이 자리에서 '외부 인사인 김 전 위원장이 어떻게 단기간에 당권을 장악할 수 있었는지' 나름의 분석을 말했는데, 김 전 위원장이 "당신 누구야"라며 인정해줘 정국에 대해 수시로 상의하는 사이가 됐다고 한다.

명씨는 "김 전 위원장이 여의도연구원 자리를 제안하며 지상욱 당시 원장과의 만남을 주선해줬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여의도연구원은 주요 정책 현안이나 선거에 대한 여론조사 활동을 주된 업무로 하는 국민의힘 '싱크탱크'로 이사장은 당대표(또는 비대위원장)가 맡는다. 김 전 위원장은 당 비대위가 출범한 직후인 2020년 6월 지상욱 전 의원을 원장으로 선임했는데, 여론조사에 능통한 명씨에게 그를 도와주게 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김 전 위원장은 본보에 "(명씨에게 자리를 제안하거나 지상욱 전 원장을 소개한)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김종인 →지상욱 만남으로 중앙정치 진출



하지만 이 무렵부터 명씨와 김 전 위원장, 지 전 원장 간의 연락이 빈번해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검찰이 확보한 명씨의 카카오톡 내역 등에 따르면, 명씨는 2021년 1월부터 지속적으로 김 전 위원장 등에게 공표 여론조사와 설문지를 사전에 보고하거나 비공표 여론조사를 제공했다. 명씨는 이후 주요 현안에 관한 정보를 김 전 위원장과 지 전 원장에게 공유하고 여기에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면서 신뢰를 쌓아간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정책 여론조사에도 관여했다. 명씨는 2021년 2월 여의도연구원의 '가덕도 신공항 정책 여론조사'와 관련해 지 전 원장에게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하면 부산 비율이 너무 낮아진다"며 여론조사 방법, 설문지, 기존 여론조사 결과 등에 대해 코치해준 것으로 파악됐다. 지 전 원장에게 '한일해저터널' 관련 보고서를 받은 뒤 "정치 이슈화가 되니 찬반 여론이 정당 지지율을 크게 넘지 못할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여론조사에 한정돼 있던 명씨의 역할은 2021년 오세훈-안철수 서울시장 단일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등 주요 현안을 거치며 확대됐다. 명씨의 검찰 진술 등에 따르면, 명씨는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후보를 만나 김 전 위원장의 의중을 전하는 한편, 김 전 위원장에게는 "단일화 시기를 후보자 등록 이후로 늦추면 오세훈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 수 있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명씨는 박완수 당시 국민의힘 의원을 찾아가 이준석 의원 지지를 설득하는 등 이 의원의 당대표 당선을 도왔다고도 주장한다. 명씨는 당대표 경선 지지율 여론조사를 여러 차례 진행해 출마 당사자인 이 의원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이준석 징계엔 '김종인-윤리위 면담' 주선 정황도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긴밀한 관계는 '이준석 체제'에서도 이어졌다. 명씨는 이 의원이 당대표 시절 치러진 2022년 지방선거와 관련해 경기도지사, 대구시장 등 비공표 여론조사 결과를 이 의원에게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명씨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윤 전 총장 측과 당 지도부 사이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했다. 검찰이 확보한 명씨의 카카오톡 내역에 따르면, 그는 윤 대통령과 이 의원의 첫 만남인 2021년 7월 6일 비공개 회동 일정이나 김종인 전 위원장과의 만남을 조율했다

이 의원이 성접대 의혹으로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되자 일선에서 물러난 김 전 위원장을 통해 명씨가 이 의원을 구명하려 한 정황도 포착됐다. 명씨는 2022년 6월 22일 김진태 당시 강원도지사 후보에게 카카오톡으로 "이준석 대표(가) 우크라이나 가기 전에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것(을) 해결해 달라고 해서, 김종인 위원장님께 제가 부탁드려 해결해 줬다"고 전했다. 김 지사는 이에 "어제 김종인 위원장께 '이준석 살려달라'고 말씀드렸더니 '이미 이양희 (윤리)위원장'에게 말했다고 그러셨다"고 답했다. 명씨 주장이 맞다면, 그가 국민의힘 윤리위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치권에선 명씨를 단순히 사기꾼으로 치부하긴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소통이 부족한 보수진영 내 주요 인물들을 오가며 결론을 이끌어내는 면모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씨는 결과적으로 자신의 인맥을 '김영선 공천'이라는 사익을 추구하는 데 활용했다. 정치인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제공한 여론조사 일부가 조작됐다는 의혹도 검찰 수사를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

목차별로 읽어보세요

  1. ① 여론조사와 공천개입의 진실
    1. • 尹 부부·당대표·공관위 모두 포섭 정황… 명태균의 공천 청탁 전모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2310410002198)
    2. • "잘못 짜깁기해" "빼주세요"… 김건희, '尹 맞춤 조사' 받고 '김영선 공천' 보답했나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2222280001535)
    3. • "판세 잘 짠다" 평판에 명태균 '스카우트'... 갈등 빚다 尹 부부 뇌관으로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2114100002742)
    4. • "김건희 여사가 경선 나가라더라" 김영선 당대표 여론조사도 돌린 명태균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2314020004490)
  2. ② 명태균을 키운 여권 지도부
    1. • '명태균-여권' 부당거래… "김종인에 불리" 문항 '슬쩍', '이준석 열세' 공표 연기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2322180000786)
    2. • '무명' 명태균, 김종인 만난 뒤 중앙 무대로... '가덕도 신공항'도 논의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2416070002789)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7810 '서부지법 폭동' 7명 추가 기소‥'사랑제일교회 특임전도사' 포함 new 랭크뉴스 2025.02.26
47809 [고수다] 박지원 "尹 최후진술, 그게 사람이 할 소리?‥파면선고 이유서" new 랭크뉴스 2025.02.26
47808 “관리비 88만 원, 이게 맞나요?”…‘난방비 폭탄’ 속출 [잇슈 키워드] new 랭크뉴스 2025.02.26
47807 “설마 이런 일이” 제주서 중국인들 유골함 훔치고 28억여원 요구 new 랭크뉴스 2025.02.26
47806 공포탄 쏴도 흉기 휘둘렀다…새벽 금남로 울린 총성 세발, 무슨일 new 랭크뉴스 2025.02.26
47805 명태균 “오세훈, 울면서 전화해 놓고 배신”…민주당, 녹취 공개 new 랭크뉴스 2025.02.26
47804 다이소 3000원 영양제에 '분노'…약국가 “대웅제약 불매운동” new 랭크뉴스 2025.02.26
47803 PT비에 헬스장 이용료 포함됐다면, 금액 절반은 소득공제 new 랭크뉴스 2025.02.26
47802 은행 ELS 문턱 높인다…9월부터 400여개 '거점점포'서만 판매 new 랭크뉴스 2025.02.26
47801 가장 비싼 자리 유골함 훔쳐 수십억 요구한 중국인 추적 중 new 랭크뉴스 2025.02.26
47800 "이게 사고 키웠다"…'붕괴 교량' 공법 뭐길래, 전국 공사 중지 new 랭크뉴스 2025.02.26
47799 헬스장 PT비도 세액공제된다···반도체 소부장 기업에 세액공제 확대 new 랭크뉴스 2025.02.26
47798 수영 강습·PT도 소득공제 된다…절반은 시설이용료 인정 new 랭크뉴스 2025.02.26
47797 담요 덮은 시신 옆에서 4시간 비행... 승무원 "자리 교체 안돼" new 랭크뉴스 2025.02.26
47796 넘어져도 ‘벌떡’…광주 경찰관 흉기 피습 순간 [포착] new 랭크뉴스 2025.02.26
47795 여성들 뒤쫓던 그 남자, 경찰 검문에 36cm 흉기부터 뽑았다 new 랭크뉴스 2025.02.26
47794 차는 멀쩡한데 58회 병원치료... '나이롱 환자' 합의금 사라진다 new 랭크뉴스 2025.02.26
47793 출산율 9년 만에 반등…바닥 친 저출산? new 랭크뉴스 2025.02.26
47792 트럼프 행정부, 트랜스젠더 선수 비자발급 영구금지 추진 new 랭크뉴스 2025.02.26
47791 오세훈 "민주당의 아버지는 이재명 아닌 명태균‥굉장히 의존" new 랭크뉴스 2025.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