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구리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지시
러트닉 상무장관 “구리는 미국에서 만들어져야…예외 면제 없어”
러트닉 상무장관 “구리는 미국에서 만들어져야…예외 면제 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모자를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에 수입되는 구리가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도록 지시하며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했다.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부과 예고에 이어 구리가 품목별 관세의 다음 표적이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미국의 구리 수입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조사하라고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는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는 이번 조사 뒤 곧바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명시적으로는 말하지 않았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미국 보호무역의 상징과도 같은 법률이다. 미 상무부가 외국산 수입 제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수입을 긴급 제한하거나 높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한 조항이다. 트럼프는 1기 재임 시절인 2018년과 2019년에도 국가안보를 이유로 무역확장법을 적용해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 등을 조사한 바 있다. 이후 일부 품목엔 실제로 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의 지시에 따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270일 내로 구리 수입이 안보를 저해할 위험이 있는지 등에 대한 보고서를 대통령에 제출해야 한다. 러트닉 상무장관은 성명에서 “필요하다면 관세가 미국 구리 산업을 재건하고, 국가 방위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미국 산업은 구리에 의존하고 있다. 구리는 미국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예외도 없고 면제도 없다”고 말했다.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선임 고문이 25일(현지시간) 백악관 앞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백악관은 구리가 항공기나 탱크, 배 등 군사 장비 제조에 사용되는 점을 고려하면 구리 수입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선임 고문은 이번 조치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점도 시사했다. 그는 “중국은 오랫 동안 과잉생산과 덤핑을 세계 무역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경제적 무기로 사용했다”며 “중국은 지금도 같은 모델을 사용해 세계 구리 시장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바로 고문은 조사 완료 시점에 대해서는 “‘트럼프의 시간’에 맞춰 최대한 빠르게 조사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후속 조치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미국이 수출하는 구리가 더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은 113억 달러의 구리를 수출하고, 96억 달러의 구리를 수입했다. 미국에 구리를 가장 많이 공급하는 국가는 칠레로 매년 미국에 46억 3000만 달러 규모를 수출한다. 이어 캐나다, 페루, 멕시코가 뒤를 이었다. 한국도 지난해 구리제품 5억7000만 달러 상당을 미국에 수출했고, 미국으로부터 4억3000만 달러 상당을 수입했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 불균형과 관계없이 무역 정책을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구리는 수입 관세가 부과될 수도, 되지 않을 수도 있는 관세 대상 목록에 추가된 품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