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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핫이슈지'서 패러디 화제
단순 흉내 넘어 일상 압축해 보여줘
"30~50번 반복해 연습"... 관찰 일상
상류층 풍자와 사실에 집중한 패러디
"뚱보 개그 아닌 나만의 스킬로 승부"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에서 가상의 대치동 학부모 이소담씨를 연기한 코미디언 이수지. 유튜브 영상 캡처


“남편이 얼마 전에 몽클레르 패딩을 사왔는데 대치동에 이 옷 입고 갈 수 있을까요?”

서울 강남의 ‘맘카페’에 최근 이 같은 고민이 쏟아지고 있다. 코미디언 이수지(40)가 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에 10분짜리 영상을 올린 여파다. ‘휴먼다큐 자식이 좋다 제이미 맘 이소담씨의 별난 하루’라는 10분짜리 해당 영상은 KBS ‘인간극장’ 같은 인물 다큐멘터리 형식을 차용해 ‘사교육 1번지’ 강남 대치동의 극성스러운 교육열을 풍자했다. 이 영상은 게재 20일 만에 채널 구독자 수의 15배에 이르는 678만 회가 조회됐고, 1만5,0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영상에서 그가 입고 나온 의상은 강남 엄마들 ‘교복’으로 통하는 300만 원대의 고가 브랜드 몽클레르의 패딩. 영상이 화제가 된 뒤로 중고거래 플랫폼엔 같은 제품 판매글이 넘쳐난다. 이수지는 단박에 ‘유행 종결자’로 등극했다. 그에겐 ‘천재’ ‘장인’이라는 칭찬이 이어지고 그의 캐릭터 묘사에는 ‘하이퍼리얼리즘(극사실주의)’이라는 호평이 쏟아진다.

"30~50번 반복 연습"... 단순 묘사하지 않아



이수지의 돌풍이 거세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의 시즌제 프로그램인 ‘SNL’에서 다채로운 패러디 연기를 선보인 그는 동료들과 함께 만든 유튜브 채널 ‘데칼코마니’에 이어 지난해 12월 ‘핫이슈지’를 개설해 독보적인 패러디 영상으로 연일 화제를 몰고 있다.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에서 인플루언서 '슈블리맘'을 연기하는 이수지. 유튜브 영상 캡처


인플루언서의 공동구매 라이브방송을 풍자한 ‘슈블리맘’ 영상도 화제다. “얘가 뭔데, 이거 한 컵 마시면 몸의 붓기, 독소가 360도로 확 바뀌어” “와인잔에 마시니 사람이 너무 고급스럽고 우아해보지 않아?” 등 실제 인플루언서의 과장된 모습을 똑같이 재현한다. 불량 제품에 대한 구독자의 불만에 “CS센터에 문의해 달라”며 뭉개는 사실적인 묘사에 시청자들의 박장대소가 터진다. “지독하게 잘한다”, “이수지는 최소 인류학자” 등의 댓글이 이어진다.

이수지의 패러디는 단순히 말투나 표정을 흉내 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수지는 하루 전날 대본을 받는 ‘SNL’ 촬영 때도 하나의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30~50번 반복해 보면서 말투와 행동, 습관, 눈빛을 연습한다”고 밝혔다. 철저한 연습으로 인물을 둘러싼 작은 세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다. 슈블리맘 10분짜리 영상 하나에 구독자들의 심리를 이용한 인플루언서의 상술과 허세, 신빙성이 떨어지는 과장된 홍보, 인플루언서와 구독자와의 관계 등이 드러난다. 일상에서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세계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김헌식 중원대 사회문화대 특임교수는 “이수지는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 유명인을 주로 패러디하기보다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일반적인 사람들을 패러디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대치맘 영상에선 대상의 심리는 물론 이를 바라보는 수용자의 심리를 잘 간파하고 있기에 대중의 공감을 사는 것”이라면서 “특정 부분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총체적으로 녹여내 구체적으로 요약한 것이 그만의 차별점”이라고도 했다.

'뚱보 개그' 안 해... 사실성에 집중

이수지의 패러디 연기들. 오은영 박사(오른쪽 위), 배우 김고은(오른쪽 아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왼쪽 아래) 등을 패러디했다. 쿠팡플레이, JTBC 영상 캡처


이수지의 풍자가 다분히 과장된 묘사에도 쓴웃음을 남기지 않는 것은 사회적 약자가 아닌 상류 계층을 주로 풍자하는 데다, 웃기려고만 애쓰지 않고 사실성을 드러내는 데 집중하기 때문이다. 소재에 매몰되지 않으려는 태도는 데뷔 초부터 “이른바 ‘뚱보 개그’로 웃기기보다 나만의 스킬로 웃기고 싶었다”는 말 한마디가 설명해준다. 그는 패션지 ‘보그’와 인터뷰에서도 “관찰이 생활”이라며 “누군가는 제가 너무 빤히 봐서 기분 나쁠 수도 있는데 식당에서도 엘리베이터에서도, 그 사람이 독특하다 싶으면 완전히 대놓고 쳐다본다”고 말한 바 있다.

과거의 인기 캐릭터를 반복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소재를 발굴하는 것도 이수지 ‘매직’이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다. 최근에는 tvN 드라마 ‘원경’의 배우 차주영이 촬영장을 찾은 팬을 택시에 태워 보내는 영상을 패러디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SNL에서 20, 30대 연기자들과 함께하다 보면 ‘요즘 재미있는 것’과 관련해 차이가 생기는 것을 느낀다”며 “그걸 계속 공부하고 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젊은 친구들에게 계속 물어본다. 그래야 뭔가를 새로 기획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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