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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탄핵심판의 인물들]
'정치인 체포' 핵심증인 곽종근
오락가락 진술로 혼란만 야기
"서류작성·군지휘 모두 내계획"
김용현 '제2의 장세동' 평가도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11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최종의견을 진술하고 있다. 뉴스1

[서울경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이달 25일 11차 최종 변론을 끝으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이제 남은 것은 헌법재판소의 최종 선고뿐이다. 12·3 비상계엄 이후 80일 넘게 이어진 법정 공방 속에서 재판의 흐름을 주도한 네 인물이 있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이른바 ‘스모킹건(직접적 증거)’인 ‘체포 명단 메모’를 공개하며 탄핵 심판 도화선의 불을 댕겼다. 계엄령 집행 과정과 병력 동원 여부를 둘러싼 핵심 증인인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증언이 오락가락했고, 정형식 헌법재판관은 날카로운 질문으로 증인들의 허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반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끝까지 윤 대통령을 엄호하며 충성을 다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석열 탄핵 심판의 불을 지핀 인물은 ‘계엄의 밤’을 거침없이 증언한 홍 전 차장이었다. 홍 전 차장은 지난해 12월 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직후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라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으로부터 정치인 체포 명단을 전달 받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홍 전 차장은 이달 4일 5차 변론과 20일 10차 변론에서도 같은 증언을 이어갔다. 특히 홍 전 차장이 언급한 체포 대상 명단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 등이 포함돼 논란이 됐다. 홍 전 차장은 “이름을 듣고 ‘미친 X’이라 생각해 메모를 멈췄다”고 말했다. 한때 “대통령을 신뢰했고 지시를 따르고 싶었다”던 홍 전 차장은 4일 헌법재판소 변론기일에서 법정에 들어서며 윤 대통령에게 정중히 인사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외면했다.

곽 전 사령관은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 봉쇄 및 계엄 해제 의결 방해’ ‘정치인 체포’ 등을 입증할 핵심 증인이었지만 탄핵 심판 내내 진술을 번복하면서 혼란을 키웠다. 곽 전 사령관은 처음에는 “윤 대통령이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이후 “(의원이 아닌) 인원을 끌어내라”로 말을 바꿨다. 이러한 태도는 6일 열린 탄핵 심판 6차 변론기일에서도 반복됐다. 정 재판관이 “대통령에게 정확히 어떤 단어를 들었느냐”고 10여 분간 추궁하자 곽 전 사령관은 결국 “인원을 끌어내라”는 말을 들었다고 정정했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의 주심을 맡은 정 재판관은 특유의 날카로운 질문으로 증언의 허점을 파고들었다는 평가다. 홍 전 차장이 언급한 ‘체포 명단’ 메모에 대해 정 재판관은 “이미 검거하러 나간 상황에서 왜 ‘검거 요청’이라고 적었느냐”며 메모의 신빙성을 따져 물었다. 특히 5차 변론에서 “검거 지원을 요청했다면 ‘검거 지원’이라고 적는 게 맞지 않느냐”고 지적하자 홍 전 차장은 “다소 합리적이지 않게 적어놨던 부분”이라고 인정했다.

정 재판관은 김 전 장관에게는 “포고령 위반 위험이 높은 사람의 동태를 파악하라고 지시했다는데 다른 사람들은 체포 지시했다는 취지로 말한다”며 “그 말이 왜 체포로 바뀌었느냐. 포고령을 위반하면 체포해야 된다고 말한 거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김 전 장관은 “동정을 확인하다 보면 (포고령) 위반 우려가 있어 예방 차원에서 차단해야 할 것”이라며 “최초부터 혐의도 없는데… 어느 정도 지나야 체포조가 운영되니까…”라며 답변을 흐렸다.

아울러 곽 전 사령관이 윤 대통령의 지시 내용을 두고 증언을 여러 차례 번복했는데 정 재판관은 “대통령에게 들은 말을 정확히 말하라”며 10여 분간 추궁하기도 했다. 곽 전 사령관은 이에 “윤 대통령이 ‘아직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거 같다.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고 했다”고 했다. 결국 ‘의원’을 ‘인원’으로 정정한 것이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탄핵 심판에서도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이 계엄 선포 후 포고령 초안을 작성해 윤 대통령의 승인을 받고 국회와 선관위에 군을 투입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은 이에 대해 “계엄 관련 서류 작성과 군 지휘는 모두 내 결정”이라며 윤 대통령의 직접적 개입을 부인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넨 ‘비상 입법 기구’ 쪽지도 자신이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국회·선관위 병력 투입 역시 “내가 계획했고 대통령에게 보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이 “군 병력 5만~6만 명 동원을 건의했지만 대통령이 ‘경고용’으로 250명만 배치하라고 한 게 맞느냐”고 묻자 김 전 장관은 “맞다”고 답했다. 또 “국회의원 강제 퇴거 지시는 ‘요원 철수’ 의미였고 정치인 체포는 ‘포고령 위반자 동향 파악’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의 주장은 다른 군 관계자들의 증언과 엇갈렸다. 헌법재판소 4차 변론에서 김 전 장관의 태도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충신 ‘장세동’을 연상시킨다는 평가도 나왔다. 윤 대통령을 적극 옹호했지만 김 전 장관의 증언이 탄핵 심판의 최종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확실하다고 법조계는 보고 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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