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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m 높이 교각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대형 철제 빔은 언제 떨어질지 모르게 위태로워 보였다. 순식간에 무너진 다리 상판이 산등성과 밭·개천·도로를 덮치면서 현장은 폭격을 맞은 것처럼 아수라장이었다. 도로에 떨어진 상판은 과자 부스러기처럼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추가 붕괴를 우려해 주민 접근을 차단했다.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구조물(상판)이 무너져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25일 오전 9시50분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신평리 세종-포천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 교량 작업 중 50m 높이 교각에 올려놓았던 상판(빔) 4개가 떨어져내렸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 사고로 작업 인부 10명이 추락해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5명은 중상이다. 인부 10명 가운데 세 명은 중국인으로 두 명이 숨졌다.

차준홍 기자
사고 현장 인근에 사는 임동섭(69)씨는 “어머니를 마을회관에 모셔다드리기 위해 차를 몰던 중 사고 지점을 지나자마자 ‘쿵~’ 하는 소리를 들었다”며 “5초만 늦게 지났더라면 상판에 깔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당시 이곳을 지나던 백해용(32)씨의 자동차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을 보면, 백씨의 차가 건설 현장 아래를 지나간 직후 교량 상판이 마치 태권도 선수가 송판을 격파하듯 가운데 부분이 두 동강 나며 무너져내렸다.

사고로 숨진 근로자들이 안치된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을 찾은 유가족 10여 명은 갑작스러운 비극에 황망한 표정이었다. 이날 사고로 동생(59·중국)을 잃은 형은 “구정(설)과 지난주에도 봤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며 울먹였다.

사고는 교각 위에 상판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당시 교각 위에서는 런처(크레인)를 이용해 교각 상판의 빔 설치작업 등이 진행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교각 사이를 연결하는 상부 구조물인 ‘거더(Girder·다리 상판 밑에 까는 보의 일종)’에 문제가 생기면서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거더와 교량 양쪽 끝을 잘 결속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 문제가 생긴 것인지, 아니면 크레인을 이용해 교각 위에 올려져 있던 상판 연결작업을 하던 도중 균형을 잡는 데 문제가 생긴 것인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사고 영상을 보면 상판과 거더가 동시에 떨어지면서 V자로 꺾인다”며 “거더끼리의 연결이 미흡했거나 거더를 지탱하는 강선(두꺼운 철근)이 파단(끊어짐)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경기남부청 형사기동대를 중심으로 수사전담팀을 만들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또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소방청·고용노동부 4개 기관이 합동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노동부는 사고 원인 조사를 통해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통상 조사 착수에서 최종 원인 규명까지 두세 달이 걸린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세종-포천고속도로(134㎞)는 크게 안성~구리(71㎞), 세종~안성(62㎞) 등 2개 구간으로 나뉘어 공사가 진행됐다. 구리~포천 구간은 앞서 2017년 개통됐다. 사고 현장은 세종~안성 구간에 포함된 곳이다. 세종~안성 구간은 2026년 말 준공 예정이다. 사고가 난 지점은 천안~안성 구간 9공구(4.1㎞·왕복 6차로) 천용천교 건설 현장으로 시공은 현대엔지니어링, 호반산업, 범양건영 컨소시엄이 맡고 있다. 주관사는 현대엔지니어링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날 성명을 내고 “시공 현장 인명사고로 소중한 생명을 잃고, 다친 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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