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트럼프와 디리스킹 [유레카]

랭크뉴스 2025.02.26 01:45 조회 수 : 1


이제는 세인들의 기억 속에서 다소 잊힌 ‘디리스킹’(위험 완화)이라는 용어를 처음 꺼내든 이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었다. 그는 2023년 3월30일 유럽연합의 대중 정책 관련 연설에서 “중국과 디커플(관계단절)은 가능하지 않으며 유럽에 이익도 되지 않는다”며 “우리는 디리스크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는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이 결속해 권위주의 국가인 중·러의 도전을 이겨내야 한다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시대였다. 부담스러운 미국의 요구를 받아 든 유럽인들의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없었다. 2022년 2월 말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유럽 안보에 큰 위협이 된 러시아와 ‘관계 단절’은 각오해야 했지만,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을 멀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등장한 말이 ‘디리스킹’이었다. 즉,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 유럽의 안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민감한 영역’에선 대중 의존도를 낮추겠지만(디리스킹), 전면적인 관계 단절은 불가능하다고 선언한 것이다.

불과 2년이 못 돼 이 말이 전혀 다른 맥락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새 논쟁을 불러온 이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바타’인 제이디 밴스 부통령이었다. 그는 지난 14일 독일 뮌헨 안보회의 연설에서 “내가 유럽에 관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러시아도 중국도 아니다. 유럽 내부에 존재하는 위협”이라며,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연정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독일 등 유럽의 민주주의가 잘못됐다고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다. 유럽은 이를 ‘유럽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였다.

분명, 미국의 위협은 말뿐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끝내기 위한 미-러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배제하고 있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국방비 목표치를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에서 무려 5%로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덴마크 영토인 그린란드를 빼앗을 기세다.

그러자 디리스킹이란 말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외교담당 수석 칼럼니스트인 기디언 래크먼은 “어렵겠지만 지금 유럽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디리스킹을 시작해야 한다”고 외쳤다. 경제·무역·안보 등 주요 영역에서 미국 의존을 줄이고 유럽이 자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쉽진 않겠지만 우리도 검토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7685 경찰관 흉기 공격한 피의자 실탄 맞고 사망…정당방위 논란 랭크뉴스 2025.02.26
47684 대통령실 "尹 개헌 의지 실현돼 새 시대 열기를" 랭크뉴스 2025.02.26
47683 CCTV에 담긴 서울세종고속도 교각 붕괴 순간… 상판 기울더니 와르르 랭크뉴스 2025.02.26
47682 ‘사망선고’ 받은 독일 좌파당…문신한 ‘틱톡 여왕’이 살렸다[시스루피플] 랭크뉴스 2025.02.26
47681 [단독] “상폐도 견뎠는데”… 매수 가격 고작 ‘5원’ 올린 락앤락에 소액주주 분노 랭크뉴스 2025.02.26
47680 尹탄핵심판 결론은…만장일치 파면부터 기각·각하까지 분분 랭크뉴스 2025.02.26
47679 트럼프 “71억원에 미 영주권 주는 ‘골드카드’ 팔 것”…투자이민 비자는 폐지 랭크뉴스 2025.02.26
47678 “윤석열은 사람 냄새 나는 대통령”···‘30년 멘토’ 정상명의 마지막 변론 랭크뉴스 2025.02.26
47677 트럼프 "72억원 내면 미국 영주권 줄 것"… 투자이민은 폐지 랭크뉴스 2025.02.26
47676 "정글인 줄"·"계산까지 40분"…성심당이 작정하고 만들었더니 '초대박' 랭크뉴스 2025.02.26
47675 권성동 “상법개정안, 도끼로 수술하자는 격…이재명 끝장 토론하자” 랭크뉴스 2025.02.26
47674 [속보]‘112 출동’ 경찰관 흉기 피습···피의자 실탄 맞고 사망 랭크뉴스 2025.02.26
47673 테슬라 8.4% 급락…뉴욕증시 기술주 사흘째 큰폭 하락 랭크뉴스 2025.02.26
47672 일론 머스크 때문에?…테슬라 시총 1兆달러 또 깨졌다 랭크뉴스 2025.02.26
47671 백종원 더본코리아, 감귤맥주 함량 논란 랭크뉴스 2025.02.26
47670 [모닝콜] 명태균 변호사 "김건희 여사, 언론사 압박 녹취 있다" 랭크뉴스 2025.02.26
47669 [속보] 대통령실 “대통령 개헌 의지 실현돼 우리 정치 새 시대 열기를 희망” 랭크뉴스 2025.02.26
47668 트럼프 압박에 결국…젤렌스키, 우크라 광물 수익 50% 내놓는다 랭크뉴스 2025.02.26
47667 현대로템, 모로코 전동차 2.2조 수주… 철도 단일사업 최대 랭크뉴스 2025.02.26
47666 홍준표, 尹 최종 변론에 "작년 8월 말씀과 같아…탄핵 기각될 듯" 랭크뉴스 2025.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