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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안성 고속도로 교량 붕괴 사고 원인 수사
세종~안성 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 교각 건설 중 상판 붕괴사고가 발생한 25일 낮 경기 안성시 사고 현장에서 소방당국이 현장을 수색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email protected]

“야근하고 들어와서 자고 있는데, 갑자기 폭탄 터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나면서 창문이 심하게 흔들렸어요. 지진이 난 줄 알고 기상청에 전화까지 했는데 아니라길래 나가보니 다리가 무너져 있었어요.”

25일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세종고속도로 세종~안성 구간 교량 붕괴 사고 현장 인근에 사는 주민 윤석남(73)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주민들은 구조 현장을 찾아 실종된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구조되길 바라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고 현장은 참혹했다. 무너진 교량 콘크리트 잔해와 철근이 어지럽게 뒤엉켜 있었고, 하천 곳곳에 끊긴 철근과 콘크리트 조각이 박혀 있었다. 소방당국의 수색과 구조 작업이 동시에 진행돼 아수라장 같은 모습이었다.


사고가 난 교각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주택가에 사는 심현보(63)씨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마치 천둥소리와 같은 굉음에 놀라 밖으로 달려 나온 그는 “나도 토목 전공이다. 평소처럼 교량 상판인 콘크리트 거더(기둥과 기둥을 연결하는 보)를 옮기는 크레인(론처)이 빔을 다 올려놓고 뒤로 빠지는 중이었는데, 그 크레인이 움직이다가 힘을 잘못 주면서 앞쪽으로 쏠리며 연쇄적으로 쭉 무너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차를 몰고 사고 구간을 지나던 한 목격자는 방송 인터뷰에서 “충북 진천에서 (충남) 천안으로 가는데 다리 밑으로 지나가자마자 갑자기 크게 쾅 쾅 쾅 하는 소리가 났다”며 “차를 세워보니 이미 다리가 다 무너져서 연기가 막 올라오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사고는 첫번째 교각과 두번째 교각 사이 상판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붕괴됐고, 상판에서 작업하던 노동자 10명이 함께 추락했다. 당시 현장이 찍힌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에는 수초 만에 상판이 와르르 무너지고, 상판을 옮기던 장비도 휘청이는 모습이 고스란히 찍혔다. 구조에 나선 소방당국이 이날 오후 2시21분께 마지막 실종자를 구조했으나, 이미 숨진 상태였다. 추락한 10명 가운데 4명이 숨지고, 5명이 중상, 1명이 경상을 입었다.


서울세종고속도로는 전체 134㎞로, 수도권(안성~구리, 총길이 72㎞), 비수도권(세종~안성·오송지선 포함 62㎞) 구간으로 나뉜다. 수도권 구간은 지난 1월1일 전면 개통됐고, 비수도권 구간은 2026년 말 완공 예정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은 현장 구조 작업이 완료됨에 따라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78명 규모의 수사전담팀을 꾸리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시공사 관계자 등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추가 붕괴 우려 등을 고려해 당분간 사고 현장 주변에 차량 등의 접근을 통제할 예정이다.

소방당국의 현장 브리핑에 참석하기로 한 시공사 현대엔지니어링 현장소장은 브리핑이 시작되고 돌연 잠적해 연락이 두절됐다. 현장소장은 사고 원인 등을 설명할 예정이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조속한 현장 수습과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관계기관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도 시공을 맡은 신축 아파트에서 무더기 하자가 발생해 대표 명의로 사과했는데, 1년도 되지 않아 또다시 사과문을 발표하게 됐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3~8월 기준 아파트·오피스텔 하자 건수 상위 20개 건설사 명단을 발표했는데, 현대엔지니어링이 1위였다.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서 하자로 판정한 건수를 분석한 결과 현대엔지니어링이 공급한 2343가구에서 118건의 하자가 나와 건설사 가운데 가장 많았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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