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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말기 암 환자인 아내를 살해한 70대 남성에게 최근 징역 7년형이 선고됐습니다.

이 남성은 아내의 고통을 덜어주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간병 살인으로 한해 평균 열여섯 명이 생을 마감합니다.

절반 이상이 가족 범행입니다.

초고령사회, 간병 지옥이라는 말까지 나오면서 조력 존엄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말기 환자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약물 주입 등의 방법으로 생을 마감하는 걸 뜻하는데요.

국민 열 명 중 여덟 명 이상이 합법화에 찬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찾아 심지어 스위스까지 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진선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고 조순복 씨는 생전에 유방암이 뼈까지 전이돼 칼로 쑤시는 듯한 통증에 시달려왔습니다.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고인의 의사를 가족들은 말릴 수 없었습니다.

[조순복/2023년 7월 생존 당시 : "사람은 다 한 번 나면 가게 돼 있단다. 너무 슬퍼하지 말고 조금만 울어라."]

조 씨는 결국 외국인에게도 조력 존엄사가 허용된 스위스에 가서 생을 마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조 씨의 딸도 복잡한 신청 절차를 거쳐 어머니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했습니다.

[남유하/스위스 조력사망자 가족 : "우리나라에 이런 제도가 있으면 가족들에게 둘러싸인 채 자기 집에서 편안하게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을 텐데 굳이 스위스까지 가야 하는…."]

5년 전 치료가 불가능한 척수염 진단을 받은 이명식 씨.

우리나라가 조력 존엄사를 허용하지 않아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헌법소원까지 냈습니다.

[최다혜/한국존엄사협회장/헌법소송 지원 : "연명의료 결정 그리고 호스피스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그런 고통이 또 있단 말이에요. 그런 분들에게도 선택지가 주어져야 된다, 그게 진정한 자기 결정권이라고..."]

정부는 기본권 침해가 아니라는 의견을 헌재에 냈습니다.

"조력 존엄사가 허용되면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할 우려가 있고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헌법소원 재판과 별도로 조력 존엄사 법안도 국회에 발의돼 있습니다.

종교계와 의료계의 반대 목소리가 큰 상황이어서 존엄하게 죽을 권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KBS 뉴스 진선민입니다.

촬영기자:이상훈 조용호/영상편집:유지영/그래픽:최창준 김지혜

[앵커]

▲‘죽음의 법제화’ 고심하는 서구사회…논란의 ‘조력사망 캡슐’까지▲

서구 사회는 이미 오래전부터,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놓고, 고심해왔습니다.

몇몇 국가들은 일찌감치 조력 사망이나 안락사를 허용해왔고, 이런 '죽음의 법제화'에 동참하는 나라가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적, 윤리적 논쟁도 여전합니다.

이어서 안다영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리포트]

평생 정신 질환을 앓다가 안락사를 선택한 20대 네덜란드 여성입니다.

세계 최초로 2001년부터 안락사를 허용한 네덜란드.

의사가 환자에게 직접 약물을 주입하는 안락사와 의사가 처방한 약물을 환자 스스로 주입하는 조력 사망을 모두 허용하고 있습니다.

벨기에도 비슷한 상황인데, 2014년부터는 미성년자 안락사까지 합법화했습니다.

오래전부터 조력 사망을 폭넓게 허용해온 스위스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외국인의 조력사망을 받아주는 국가입니다.

최근엔 캡슐에 들어가 버튼만 누르면 질소 가스가 나와 5분 안에 숨을 거두게 되는 조력 사망 캡슐까지 나왔습니다.

[플로리안 윌렛/조력 사망 캡슐 지원 단체 공동대표 : "저는 (조력사망 캡슐을 이용하는 것이) 밤에 자신의 침대에서 꿈을 꾸며 잠에 드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두고, 존엄한 죽음을 돕는 기기라는 의견과 너무 쉽게 죽음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엇갈리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여러 서구 국가들은 조력사망이나 안락사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도 지난해 말 조력사망 합법화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고, 프랑스도 조력사망 법제화를 추진 중입니다.

하지만 죽음을 둘러싼 자기 결정권을 어디까지 허용할지, 또 스스로 판단 능력이 없는 치매 환자 안락사가 합당한지 등 법적, 윤리적 논쟁은 유럽 사회에서도 여전히 거셉니다.

파리에서 KBS 뉴스 안다영입니다.

촬영:김은정/영상편집:서삼현/영상출처:유튜브 Firstpost/자료조사:김시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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