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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동성중·고, 송파 마천동 이전 추진
SH-가톨릭학원 간 용지매매계약 체결
일반고 전환에도 신입생 감소에 운영난
거여마천 신도시 형성시 학생 모집 용이
구도심 인구 감소에 신도시 이전 이어져
동성고. 학교홈페이지 캡처

[서울경제]

1920년대부터 서울 대학로를 지켜온 동성중과 동성고가 종로구를 떠나 송파구 거여·마천 뉴타운 인근에 터를 잡을 전망이다. 100년간 종로구 혜화동을 지키며 김수환 추기경 등 걸출한 인재들을 배출해 온 명문 사학이지만 학령 인구가 급감하면서 학교 운영이 버거워졌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북 간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앞으로 구도심을 지켜 온 학교들의 강남권 신도시 이전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관계기관에 따르면 SH가 지난해 12월 30일부터 31일까지 진행한 ‘서울 마천 중고등학교 용지(약 2만 3678㎡)에 대한 선착순수의계약’ 신청에서 학교법인 가톨릭학원이 홀로 접수했다. 단독 신청한 가톨릭학원이 계약대상자로 선정됐고 두 기관은 올해 1월 8일 용지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동성고. 학교홈페이지 캡처


가톨릭학원은 교육기관, 의료기관을 산하기관으로 두면서 각종 지원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학원이 운영 중인 교육기관에는 가톨릭대, 동성중·고, 계성고, 계성초가 있다. 이 중 가톨릭학원이 마천 학교 용지에 이전하려는 기관은 동성중·고인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사립학교가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풍문여고(2017년 이전) 이후 처음이다. 재단 관계자는 “학생 모집이 점점 어려워져 이미 내부적으로 이전을 결정한 상태”라며 “교육청에서 이전 절차를 밟는 중”이라고 말했다.

동성중·고는 개교 117년의 역사를 가진 명문 사학이다. 1907년 9월 4일 4년제 기관으로 설립된 소의학교를 1922년 2월 천주교 서울교구에서 인수하면서 현재의 동성중·고로 이어지고 있다. 1929년 9월 혜화동에 교사를 신축하고 이전한 뒤로 대학로를 100년 가까이 지켜왔다. 한국인 최초 추기경인 김수환 전 추기경이 동성고 제16회 졸업생이다. 김 전 추기경은 5대 이사장을 맡아 후학 양성에도 힘썼다. 장면 전 총리는 1936년 11월부터 1947년 8월 정계 진출 때까지 제3대 교장으로 학교를 이끌었다. 만화가 고우영 화백, 영화배우 안성기 씨가 나온 학교로도 유명하다.

횡단보도 뒤로 펜스에 둘러싸인 마천국민임대주택단지 중·고교 용지가 보인다. 김창영 기자


매매계약이 체결된 지역은 송파파크데일 1단지와 2단지 사이 위치한 마천동 590번지 일대다. 2005년 국토교통부가 마천 국민임대주택단지예정지구 지정 계획을 발표한 후 중·고등학교 신설 부지로 확보된 땅이다. 하지만 2016년 12월 사업이 완료된 뒤에도 재개발사업 지연과 불확실한 학교 수요 예측 때문에 학교 용지는 장기간 공터로 방치됐다. 주민들은 임대주택이 들어서고 인근 재개발이 진행 중인데도 학교가 들어서지 않고 있다면서 서울시교육청에 학교 신설을 요구했지만 교육청은 학생 수 모집 어려움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SH는 오래 전부터 용지 매각에 나섰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2009년 서울학원과 매매계약을 체결했지만 학원이 잔금을 내지 못해 계약이 해제됐다. 2013년부터 교육청에 토지매입 의견을 조회했으나 교육청은 지난해 5월 거여·마천동 고등학생은 다른 강동·송파 학교군으로 통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고교 설립 의사가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후 SH는 공립 대신 사립학교 설립을 추진하기 위해 가톨릭학원을 포함해 사립재단 서너곳을 대상으로 매각을 추진했지만 재단들은 비싼 토지가격 부담 등으로 매입을 포기했다.

SH는 회심의 카드로 20년 분할납부, 10년 무이자라는 파격 조건을 내걸었다. 지난해 8월 분할납부 이자 감면 대상을 확대하는 등 사규를 개정해 납부조건을 대폭 완화했다. 그 결과 공급가격 1239억 5433만 원을 1년 단위로 20년간 나눠 갚을 수 있게 됐고, 비용 부담을 덜고 가톨릭학원이 매입에 성공했다. 학원은 계약금으로 10%를 지불한 상태다.

지난해 1월 5일 서울 성동구 덕수고에서 마지막 졸업식을 마친 야구부 졸업생들이 5일 야구장 마운드 위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100년간 종로 구도심을 지킨 학교가 떠나는 이유는 학령 인구 감소 충격을 더 이상 견디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2009년 자율형 사립고로 지정된 동성고는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다 2022년부터 일반고로 전환했다. 구도심 인구 감소에 정부의 자사고 폐지 기조까지 겹치며 2020년과 2021년 모집 정원을 못 채운 결과였다. 자사고는 등록금으로만 학교를 운영하기 때문에 학생 충원이 안 되면 재정에 어려움을 겪는다. 일반고로 전환되면 정부의 고교 무상교육 정책에 따라 수업료 등을 면제받는다.

일반고 전환 후에도 입학생 감소에 따른 운영난은 계속됐다. 학교알리미에 따르면 동성중 학생수는 지난해 4월 기준 1학년 67명, 2학년 78명, 3학년 65명 등 210명에 불과하다. 1학년 기준 학급당 학생 수는 16.8명으로 종로구(18.3명), 서울시(24.8명), 전국(25.9명) 평균에 못 미친다.

동성중·고가 마천동에 주목한 이유는 거여·마천 뉴타운에 인구 6만 명, 1만 6000세대의 신도시가 형성되면 학생 모집이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이곳은 강남권의 유일한 뉴타운으로 주목받고 있다. 2020년 6월 거여2-2구역(e편한세상송파파크센트럴)에 1199세대, 2021년 12월 거여2-1구역(송파시그니처롯데캐슬)에 1945세대가 각각 입주했으며 마천4구역(1372세대)이 관리처분인가를 받는 등 나머지 지역도 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남학교이지만 이전하면 남녀 공학으로 전환된다는 이점도 있다.

지역에서는 공립학교 신설이 아닌 사립학교 이전인만큼 토지사용승낙, 교육청 인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공 예산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 승인 없이 공사에 들어갈 수 있다. 유정인 서울시의원(국민의힘·송파구 제5선거구)은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이르면 2030년께 이전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2024년 폐교한 성수공고. 연합뉴스


가톨릭학원이 서울시교육청에 이전 의사를 밝혔지만 아직 계획 승인 절차를 밟기 전이어서 실제 이전이 확정될지, 이전한다면 시점이 언제인지 현재로서는 장담할 수 없다. 교직원 의견 수렴, 학생 피해 최소화 계획 등이 수립돼야 하고 학생 모집 규모를 판단할 수 있을만큼 뉴타운 재개발이 진척을 보여야 인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 교육청의 입장이다.

동성중·고 뿐만 아니라 최근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며 신도시로 이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22년 덕수상고가 성동구 행당동에서 위례신도시가 있는 송파구 거여동으로 이전해 일반고로 전환했다. 중구 명동에 있던 계성여고는 2016년 성북구 길음동으로, 종로구 안국동에 있던 풍문여고는 2017년 강남구 자곡동 내곡지구로 이전했다. 모두 대규모 개발이 이뤄지면서 주민 수가 늘어난 지역이다.

2023년 광진구 화양초, 2024년 도봉구 도봉고와 성동구 성수공고가 문을 닫은 데 이어 2027년 강서구 경서중이 폐교를 앞두고 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1일 기준 서울 소규모 학교가 169개교에 달했다. 인구 감소에 구도심 폐교 사례가 잇따르면서 앞으로 사립학교를 중심으로 신도시로 몰리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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