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의 한 은행 앞에 대출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5일 기준금리를 연 3.0%에서 2.75%로 인하하면서 시중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은행들은 일단 대출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있지만 금리 인하와 동시에 가계대출이 늘어날까봐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은행연합회의 25일 공시를 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해 12월 평균 주택담보대출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4.28%~4.55%로 집계됐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전인 지난해 9월(3.86~4.15%)보다 오히려 올랐다. 5대 은행이 정한 ‘가산금리-우대금리’의 산술 평균값이 지난해 9월 0.7%에서 12월 1.4%로 늘었기 때문이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대출기준금리+가산금리’에서 ‘우대금리’를 뺀 값으로 결정된다. 은행들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대출기준금리)는 줄고 있다.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인 코픽스 금리는 지난달 기준 3.08로, 4개월 연속 하락세다. 한은이 이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만큼 다음달 중순 발표되는 코픽스 금리도 추가로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은행들이 재량으로 붙여둔 가산금리를 얼마나 내릴지다. 금융당국은 대출 금리 인하를 거론하면서도 우회적으로 가계대출 총량을 맞추라고 압박하고 있다. 선제적으로 인하에 나선 은행으로 ‘수요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조심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된다. 인하 폭과 시점을 두고 은행 간 눈치 싸움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등으로 고가 부동산 수요가 높아지는 상황”이라며 “대출 금리가 타행보다 조금만 낮아져도 대출 총량이 크게 늘 수 있어 부담이 크다”고 했다. 또다른 은행권 관계자도 “기준금리 인하를 대출금리에 반영하라는 당국 메시지가 나온 만큼 아무 조치도 안하긴 어렵다”라면서도 “일별 가계대출 신청 추이 등을 보고 가산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이제는 대출금리에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할 때”라며 자체 금리 조정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