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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군 2억9000만원·신안군 18억원 지급
중국 등 조각 공장서 만들어 수입해 설치
프랑스 유명대학 교수 이력 등 모두 허위

전남 신안군 하의도 설치된 천사 조각상. ‘세계적인 조각가’가 설치했다는 이 조각상을 납품한 사람은 사기꾼으로 드러났다. 신안군 제공.


지방자치단체들이 한 번도 해외에서 생활한 적도 없는 사람의 ‘세계적 조각가’라는 말에 속아 혈세로 수억원에서 십수억원의 조각상을 구매해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습사기 등으로 여러 차례 수감생활을 한 그가 설치한 작품은 중국 공방 등에 제작을 의뢰한 뒤 수입한 것이었다.

24일 대구지방법원에 따르면 대구지법 제12형사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과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72)에 대해 지난 20일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12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A씨는 경북 청도군과 전남 신안군에 허위 이력을 내세워 조각 작품을 납품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청도의 경우 “기망 행위가 있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신안 사건에 대해서는 “의심이 들지만 기망으로 계약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 판결문을 보면 강원 영월에서 미술박물관을 운영하는 A씨는 두 지자체에 조각 작품을 납품하면서 ‘세계 유명 조각가’로 행세했다. 그가 지자체에 보낸 이력은 황당했다. A씨는 7세쯤 이탈리아 유명작가 카를로 카라의 양아들로 입양됐다고 했다.

이어 일본 나사사키 피폭위령탑을 조성하고 프랑스 파리7대학 교수와 명예교수, 세계 300여 성당과 성지 성상 제작, 프랑스 <아트저널>로 부터 ‘21세기를 이끌어가는 예술인’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허위 이력을 바탕으로 A씨는 2022년 11월 청도군수에게 조각상 등을 설치하는 사업을 제안하는 편지를 보냈다. 청도군수가 관심을 보이자 그는 2023년 6월 신화랑풍류마을에 20점의 조각 작품을 납품했다. 청도군은 A씨에게 2억9700만원을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청도군은 ‘공종조혐물 심의’도 거치지 않았다. A씨는 ‘이탈리아 비앙코카라라 대리석’을 사용했다고 했지만 수사 결과 청도에 설치된 작품은 중국의 조각 공장에서 제작돼 수입됐다.

신안군도 2018년 12월부터 2019년 3월까지 A씨가 제작한 천사 조각상 318점을 하의도에 설치했다. 신안군은 김대중 대통령 고향인 하의도를 ‘천사의 섬’으로 꾸미는 사업을 추진했다. 신안군은 A씨에게 18억6800만원을 건넸다.

신안군에 설치된 천사상 역시 중국과 필리핀 등지의 조각 공방에서 제작돼 수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신안군은 지난해 경북 청도사건으로 A씨가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자 역시 수사를 의뢰했다.

판결문을 보면 A씨가 제시한 이력은 모두 허위였다. 그는 한국에서 초·중·고등학교 등 정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그는 10대 초반부터 서울의 철공소와 목공소 등에서 일했다. 20대부터 40대까지는 사기·상습사기죄 등으로 여러 차례 교도소를 들락거렸다.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등으로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A씨의 학력은 1995년 교도소 수감 중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 통과가 유일하다. 제대로 된 조각 교육을 받거나 해외에서 활동한 이력 역시 없었다.

박재만 참여자치 21공동대표는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단체장들이 치적에 눈이 멀어 최소한의 검증도 없이 사업을 추진했다”면서 “국민 혈세로 사기꾼의 주머니를 채워준 꼴”이라고 말했다.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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