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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극우유튜브→극우언론 ‘가짜뉴스 파이프’로
‘문형배 음란물 댓글’·화교판사·선관위 간첩 ‘뉴스화’
플랫폼 책임강화 절실…언론사 팩트체크 머리맞대야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이끄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단체인 부정선거·부패방지대는 지난 17일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자택으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 평동의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음란 판사’ 같은 원색적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한달간 출퇴근 시간대 집회를 예고한 이들은 24일 아침에도 허위 조작 정보를 근거로 문 대행의 사퇴를 요구했다. 연합뉴스

2017년 이후 8년 만에 다시 찾아온 현직 대통령 탄핵 심판 국면을 맞아 ‘허위 조작 정보’(가짜뉴스)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대통령의 지지자 선동과 유튜브 등 플랫폼의 영향력 확대, 탄핵 인용 및 조기 대선 가능성에 따른 정치적 양극화, 여기에 기존 언론의 신뢰도 하락까지 한국 사회가 직면한 이 모든 환경이 허위 조작 정보를 싹틔우는 최적의 토양으로 작용하고 있다. 만약 조기 대선이 확정될 경우 허위 정보에 따른 폐해는 지금보다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 강화와 언론사 중심의 팩트체크 활성화 등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윤석열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이 막바지에 가까워지면서 극우 유튜브에선 큰 장이 섰다. ‘헌재 흔들기’가 노골화하는 가운데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둘러싼 ‘음란물’ 허위 조작 정보가 조회수 몰이에 나선 것이다. 이는 문 대행이 가입했던 고교 동창 카페에 많은 음란 게시물이 올라왔다는 ‘일부 사실’을 바탕으로, 일부 누리꾼이 만들어낸 여러 ‘조작 정보’가 보태진 결과다. 논란은 극우·보수 매체 등을 통해 ‘팩트체크 없는 의혹 제기’와 ‘극우 여론 따옴표 보도’ 등으로 확대 재생산됐다.

플랫폼-극우 매체, ‘가짜뉴스 파이프라인’

24일 한겨레 취재 결과, 문 대행의 음란물 댓글 논란은 지난 11일 디시인사이드에 올라온 게시물이 고성국티브이(TV), 가로세로연구소 등 ‘극우 유튜브’를 거쳐 확산되고, 뉴데일리를 비롯한 ‘극우·보수 매체’를 통해 기사화되는 등 전형적인 ‘가짜뉴스의 뉴스화’ 경로를 거쳐 확대 재생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과 배현진·박성훈·나경원 의원 등 정치권은 팩트체크에 나서긴커녕 관련 논평을 내거나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가짜뉴스의 뉴스화를 자극했다. 여기엔 ‘문 대행이 윤 대통령 탄핵 재판 도중 자리를 비우고 자신이 쓴 음란물 댓글 삭제를 시도했다’거나, ‘카페에 게시된 음란물을 문 대행도 봤을 것’이라는 허위 정보와 일방적 의혹 제기도 속출했다.

이 과정에서 고성국티브이와 가로세로연구소, 도람뿌, 인싸잇(it) 등 개인이 운영하는 대표적 극우 유튜브 채널 4곳은 11일부터 16일까지 엿새간 모두 13개의 관련 동영상을 올려 많게는 20만이 넘는 조회수 장사를 했다. 플레이보드의 라이브 슈퍼챗 순위를 봐도 12일부터 관련 영상이 6~7위로 등장하더니 14일엔 인싸잇의 ‘음란×× 문형배…’가 단숨에 2위로 올라섰다. 이는 ‘문형배’나 ‘행번방’(문형배 대행+n번방)이라는 단어를 제목에 끌어왔거나 문 대행의 사진을 섬네일에 올린 영상만 추린 결과다. 대다수 영상이 제목과 섬네일부터 선정적인 것은 물론, 내용 또한 “이 ×× 미친 거 아니야”라는 욕설이 난무하는 등 자극적이고 일방적이었다. ‘수위가 높은’ 영상일수록 관심도를 나타내는 조회수나 정서적 반응 지표인 ‘좋아요’, 적극적 수용의 결과인 댓글 수가 많았다.

‘문형배 재판관 음란물 댓글’ 이외에도 ‘헌법연구관, 형사재판 담당 판사가 화교’ ‘중국인 간첩의 선거 개입’ 등 12·3 내란사태 이후 등장한 대다수 허위 조작 정보의 유통·확산 경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논란 키우는 ‘진짜뉴스 발굴단’ ‘민주파출소’

최근 허위 조작 정보는 사실관계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넘어 사법부와 민주적 선거 시스템을 공격하거나 심지어 ‘혐중’ 같은 혐오와 차별을 부추긴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크지만, 한국은 온라인 커뮤니티-유튜브-극우·보수 매체가 중심이 된 ‘가짜뉴스의 파이프라인’을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이 거의 없다.

유럽연합(EU)은 2022년부터 디지털서비스법(DSA·디에스에이)과 디지털시장법(DMA)을 마련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범위에서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 강화 의무를 못박고 있다. 이는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이라면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해 자신들의 서비스에 대한 문제를 자체 진단·평가하되 특히 차별, 다원주의와 기본권 침해 등에 관한 ‘불법 콘텐츠’에 대해선 스스로 문제를 개선하고 그 결과를 유럽연합 집행부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반면 한국은 아직까지 허위 조작 정보나 혐오 표현 문제 등과 관련해 제대로 된 플랫폼 규제 체계도 갖추지 못했고, 이를 위한 정치권의 논의도 각 정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중구난방일 때가 많다.

실제 정치권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12·3 내란사태 이후 이른바 ‘가짜뉴스’에 대응하겠다며 각각 ‘진짜뉴스 발굴단’과 ‘민주파출소’ 등 전담 조직을 꾸렸으나, 되레 가짜뉴스를 정파적으로 해석해 이를 정쟁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비판이 높은 상황이다.

국민의힘 진짜뉴스 발굴단의 활동은 대부분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맡은 헌재나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정치적 공세, 비판 언론에 대한 공격에 초점을 맞췄다. 심지어 지난 13일엔 허위 조작 정보의 ‘행번방’이란 용어를 보도자료 제목에 그대로 가져다 쓰면서 “(문 대행은) 탄핵 재판 도중 본인의 카페 댓글들을 삭제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 여부를 밝혀야 할 것”이라고 공세를 펼쳤다.

민주당이 꾸린 민주파출소와 국민소통위원회(위원장 전용기 의원)도 정파적 한계를 드러낸다. 접수된 제보(7만9138건)는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31.15%) 관련 내용이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이다.(2월7일 기준) 또 가짜뉴스를 둘러싼 정치적 해석 논란이 큰데도 카카오톡을 통해 가짜뉴스를 퍼 나르는 일반인까지 고발 대상에 포함하겠다고 섣불리 나섰다가 ‘카톡 검열’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정은령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보수 정부가 됐든, 진보 정부가 됐든 허위 조작 정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우리 사회 전체가 마시는 우물물이 더러워져선 안 된다’는 원칙 아래 일관된 정책적 접근을 펴나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며 “거대 양당이 ‘나한테 불리한 뉴스가 가짜뉴스’라는 인식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당장 허위 조작 정보의 정의 단계에서부터 합의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존 언론 중심 ‘팩트체크 강화’ 절실

미디어 전문가들은 조기 대선이 가시화하는 등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하는 시기를 맞아 거대 양당이 이제라도 플랫폼 규제의 원칙과 방향에 대한 합의 등 제도적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진단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언론위원장을 지낸 이강혁 변호사는 이미 국회와 방송통신위원회를 중심으로 ‘한국형 디에스에이’를 표방한 입법 움직임이 있는 만큼, 유럽연합의 디에스에이가 갖는 한계를 넘어 허위 조작 정보에 대한 정의 규정까지 포함한 법적 규제를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유럽연합 디에스에이는 불법 콘텐츠의 범위에 허위 조작 정보를 직접 정의해 포함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이 변호사는 “유튜브 등 플랫폼에 대한 내용 심의 등 규제를 현행보다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통합미디어법을 만들어, 허위 조작 정보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며 “여야가 ‘입법 시 정권을 잡은 상대방이 야당의 언로를 막는 탄압 수단으로 악용할 것’이라는 정치적 의심과 견제를 덜어내야 한다”고 짚었다. 또 그는 플랫폼 규제 강화 논의가 자칫 표현의 자유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서는 “과거 발의된 입법안 대부분이 헌법상 명확성 원칙 등을 충족시키지 못했는데, 향후 입법 과정에서 규제 조항의 의미를 명확하고 구체적이게 해 표현의 자유 제한이 과잉에 이르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런 입법에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전통 미디어 중심의 팩트체크 강화 등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언경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소장은 “당장 5월에 조기 대선이 치러질지 모르고, 그에 따른 허위 조작 정보의 폐해가 극심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어떤 제도를 마련하기에는 시간이 많지 않다”며 “허위 조작 정보에 대한 팩트체크가 절실한 시기인 만큼, 언론사와 언론·시민단체 등이 함께 머리를 맞대어 바람직한 팩트체크 보도의 원칙과 기본적 룰에 대한 합의를 마련한 뒤 이를 실천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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