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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4일) 오전 일본 후쿠오카시 옛 후쿠오카형무소 터에서 열린 윤동주 시인 80주기 추도식. 민소영 기자

■ 윤동주 80주기 日 추모 물결…현지 매체 취재 열기도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 '서시', 1941.11.20.)


「死ぬ日まで空を迎ぎ一点の恥辱なきことを、
葉あいにそよぐ風にもわたしは心痛んだ。
星をうたう心で生きとし生けるものをいとおしまねば
そしてわたしに与えられた道を歩みゆかねば。
今宵も星が風にふきさらされる。」


어제(24일) 오전 11시 일본 후쿠오카시 모모치니시공원. 눈발이 옅게 휘날리던 옛 후쿠오카형무소 터에는 따스한 볕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작은 동네 공원에 모인 남녀노소 30여 명이 윤동주의 사진 앞에 꽃을 두고,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묵념했습니다.

한 사람씩 앞에 나서서 '서시', '새로운 길' 등 자신이 좋아하는 윤동주의 시를 골라 한국어나 일본어로 낭독하는 순서가 이어졌습니다. 일부 참석자는 시를 외워 암송하기도 했습니다.

후쿠오카형무소는 1945년 2월 16일, 시인 윤동주(1917~1945)가 순국한 곳입니다. 1943년 7월 치안유지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던 때이자, 광복을 겨우 6개월 앞두고였습니다.

24일 오전 일본 후쿠오카시 옛 후쿠오카형무소 터에서 열린 윤동주 시인 80주기 추도식.

그의 순국 80주기를 맞아 그가 옥사(獄死)한 후쿠오카를 비롯해 유학했던 도쿄 릿쿄(立教)대학, 교토 도시샤(同志社)대학 등 일본 각지에서 그를 기리는 추도 행사와 강연회 등이 열렸습니다.

어제 낮 후쿠오카에서는 '후쿠오카·윤동주의 시를 읽는 모임'과 주후쿠오카대한민국총영사관 주최로 80주기 추도식 '윤동주 사후 80년, 윤동주의 시를 계속 읽는 2025'가 열렸습니다.

후쿠오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매달 윤동주의 시를 읽는 이 모임은 1995년부터 매년, 그의 기일과 가까운 휴일에 맞춰 윤동주가 숨을 거둔 형무소 터에서 추도식을 엽니다. 올해로 31년째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추도식은 일본 교도통신, NHK와 지역 방송사뿐만 아니라 요미우리, 마이니치신문 등 여러 매체에서도 찾아 뜨거운 취재 열기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교토에서 밤새 버스를 타고 후쿠오카까지 취재를 온 지역신문 기자도 있었습니다.

최근 도시샤(同志社)대가 윤동주 시인에게 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명예 문화박사 학위를 수여하는 등 일본 내에서 고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24일 일본 후쿠오카시에서 열린 윤동주 사후 80년 기념 강연회 ‘윤동주 디아스포라의 서정’에서 패널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달 윤동주 시인 80주기에 맞춰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재출간되기도 했습니다.

윤동주 시집이 절판되면서 그의 시가 사라질 것을 우려한 윤동주를 기리는 일본 내 단체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어 새롭게 책을 낸 것입니다. 고인의 조카인 윤인석 성균관대 명예교수와 연세대 등에서 제공받은 자료도 이번 신간에 담겨 있습니다.

후쿠오카·윤동주의 시를 읽는 모임을 이끄는 마나기 미키코 대표는 윤동주 시인의 명예박사 수여에 대해 "문학뿐 아니라 한일 양국 가교가 되는 중요한 공을 세운 사람이기에, 명예문학박사가 아닌 명예문화박사"라며 "현대 사회에 들어서 지금도 여러 곳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데 함께 윤동주의 시를 읽으며 그 안에서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건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와 같은 사유도 하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윤동주는 그야말로 순수하고, 강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마음이 끌렸습니다. 시를 듣다 보면 시대를 살면서 고민하고, 괴로워하고, 대처하면서 열심히 살아간 그의 모습에 마음이 통하죠. 나답게 살고, 자기 말로 말한다는 것, 그리고 그가 자기 말로 쓴 것이 지금의 우리에게 응원과 격려를 해주고 있잖아요. 그래서 윤동주는 지금도 살아있는 게 아닐까요."

윤동주 80주기를 맞아 이달 일본에서 새롭게 출간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Amazon Japan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윤동주는 연세대의 전신인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1942년 일본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도쿄에 있는 릿쿄대에 진학했다가 1942년 10월 도시샤대 문학부 문화과 영어영문학 전공으로 옮겼습니다.

그는 1943년 7월, 방학을 맞아 고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던 중 친구 송몽규와 함께 일본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조선인 유학생을 모아놓고 조선의 독립과 민족 문화 수호를 선동했다는 죄목으로 징역 2년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후쿠오카 형무소로 이감된 그는 독립 6개월 전, 옥중에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숨집니다.

같은 형무소에 갇힌 송몽규도 한 달 뒤 순국했습니다. 그는 가족 면회에서 "감옥에서 정체불명의 주사를 맞았다"고 증언했는데, 이 때문에 윤동주의 사인이 생체실험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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