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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21일 서울 시내 한 건설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건설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7년 전 서초구 방배동의 한 재건축 아파트 입주권을 산 지인은 "차라리 그때 반포 기축 아파트를 샀다면 차익이 컸을 것"이라며 종종 한탄한다. 프리미엄에 초기 분담금까지 18억 원 가까이 썼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사비가 폭등해 수억 원의 추가 분담금을 각오해야 하는 탓이다. 입주권 매입을 고민하던 2018년 1월, 인근 반포동 인기 아파트의 국민평형 매매가는 19억 원 후반대. 재건축 아파트는 현재 준공도 안 됐는데 그 집값이 30억 원을 훌쩍 넘은 점을 고려하면, 그의 후회에는 이유가 있다.

공사비 증액으로 끙끙 앓는 입주 예정자들은 도처에 있다. 갈등이 격해져 입주를 넉 달 앞두고 공사비 청구 소장을 받은 조합의 심정은 오죽할까. 십여 년을 기다려 겨우 첫 삽을 떴지만 공사비 증액 협상이 불발돼 공사를 멈춘 곳도 있다. 한숨은 깊어져만 가는데 너무 올라버린 자잿값과 인건비 때문에 '후불 청구서'에 응하는 것 외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

시공사도 할 말은 있다. 100% 안팎의 매출 원가율을 감내해야 하는 동시에 오른 공사비를 바탕으로 새로운 재건축·재정비 사업도 따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시공능력 '투톱' 건설사가 달려든 한남4구역 재개발정비사업의 수주전이 격화한 지점 중 하나도 공사비였다. 두 건설사는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분 일부를 자체 부담하겠다고, 확정 공사비를 약속하겠노라고 공약하며 '제 살 깎기'를 불사했다. 건설업계에선 "지어도 남는 게 없다"는 호소가 끊이질 않는다.

그나마 손실을 감수할 수 있는 대형사는 다행인 편이다. 중견·중소 건설사는 급증한 공사비에 더해 지방 미분양 물량까지 쌓여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아파트에 '1억 원 이상 할인'이라는 대형 현수막이 붙고, '분양가 20%를 현금으로 되돌려준다'는 파격 혜택이 나와도 미분양 물량은 늘어만 간다.

이렇게 분양 시장의 여러 주체가 속을 앓는데도 근본 대책이 나오질 않는다. 불황이 장기화될 전망이라 공사비 안정을 위한 공공·민간협의체를 마련하고 적정 공사비 산정을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를 살펴달라는 현장의 요구가 잇따른다. 공공기관의 공사비 갈등 중재 기능을 대대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있다.

분양 시장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건설 경기 회복을 위한 규제 완화도 검토해 볼 시점이다. 건설업계의 부침이 전체 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표가 잇따라 나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 발표된 LH의 지방 미분양 주택 매입, 역대 최대 규모 발주 등의 방안은 현실성은 있으나 장기적으로 효과를 보기엔 어렵다는 게 여러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 등을 이제는 논의해볼 법하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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