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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단원들은 노조 통해 반대 피력하고 이사회는 정관 개정 부결
국립오페라단·국립발레단·국립합창단·국립현대무용단·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등 국립예술단체들 연습실이 있는 서울 서초구 엔스튜디오. 국립예술단체연합회 홈페이지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5개 국립예술단체의 통합에 대해 무용계에서 반대 서명 운동이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국립합창단, 국립현대무용단의 통합 사무처를 5월까지 신설하려는 문체부의 계획이 공론화 없이 졸속 추진된 탓에 무용계를 비롯해 예술계의 반발이 커지는 모양새다.

안무가 겸 무용수 오현택 씨가 24일 오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국립현대무용단 통합(통폐합) 반대 서명운동’ 링크에는 자정까지 1000명 이상이 참여했다. 평소 사회적 이슈에 목소리를 잘 내지 않던 무용계의 분위기를 고려하면 놀라운 반응이다.

오 씨가 동료 무용가들과 함께 ‘예술의 자유를 지키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올린 글에는 “문체부가 추진하는 5개 국립예술단체 통합이 예술계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것이 명확하다. 통합이라는 이름 아래 실제로는 단체들의 독립성과 창작 환경을 심각하게 축소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특히 다른 장르들과 특성이 다른 국립현대무용단은 통합 이후 표현의 한계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미 예산이 가장 적은 단체인 만큼 통합 이후 더 줄어들면 존립 자체가 어렵게 된다”고 적혀 있다.

오 씨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립예술단체 통합은 무용계를 비롯해 예술계 종사자 모두의 문제인 만큼 경각심을 가지고 대응해야 한다”면서 “예술과 무용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일회성 반발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체부는 국립예술단체들의 자율성은 보장하면서 통합 사무처를 통해 행정업무 일원화와 경영의 효율성 강화를 꾀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예술계에선 각 단체의 장르적 특성과 예산 및 운영 방식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통합이라는 비판이 많다. 현대무용의 경우 기본적으로 다른 장르보다 공적 지원 의존도가 높은 데다 소규모 단체 또는 개인 작업이 주류를 차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국립현대무용단은 연간 예산이 다른 국립예술단체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지만, 규모와 상관없이 작품 편수만 놓고 보면 훨씬 많다.

다수의 국립현대무용단 관계자들은 “오페라, 발레, 오케스트라가 소속된 해외 오페라하우스에 현대무용이 포함되지 않은 데서 알 수 있듯 5개 국립예술단체 가운데 국립현대무용단은 결이 다르다”면서 “국내에 창작춤 플랫폼인 국립무용센터나 국립안무센터가 없는 상황에서 국립현대무용단이 그 역할까지 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5개 국립예술단체 통합은 여러 안무가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환경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국립현대무용단 구성원 대부분이 통합에 부정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립발레단에서도 단원들이 5개 국립예술단체의 통합에 대해 반대하는 뜻을 노조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발레단의 숙원인 전용극장(오페라하우스) 없이 다른 예술단체들과 사무국만 통합하는 것을 비롯해 문체부가 최근 추진하는 국립예술단체 운영 변화가 되레 ‘하향 평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24일 열린 국립발레단 이사회에서 문체부는 2030년경 통합 사무처와 예술의전당을 합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국립발레단 이사회는 문체부가 통합 사무처 추진을 위해 국립예술단체마다 진행하던 정관 개정을 부결시켰다. 국립발레단을 비롯해 국립예술단체 이사회는 문체부 공연전통예술과장이 당연직 이사로 참여할 뿐만 아니라 문체부가 이사진 구성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문체부 방침을 따르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국립발레단 이사회는 문체부와 입장을 달리한 것이다.

쟁점이 된 것은 국립예술단체 정관 가운데 임원의 임기 부분이다. 원래 ‘임원의 임기가 만료된 경우 후임 임원이 임명될 때까지 임원으로서 임기가 연장된 것으로 본다’고 되어 있다. 문체부는 이 조항을 ‘원활한 기관 운영을 위하여 문체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임기가 만료된 임원이라도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로 변경을 추진했다. 국립예술단체 통합 법인 이사회를 원활하게 구성하기 위해 임기가 끝난 단체 이사들이 물러나도록 한 것이다. 앞서 국립현대무용단 등은 이사회에서 문체부의 요구대로 정관을 개정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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