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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변론 종결되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헌법재판관들의 최대 관심사는 국회에 진입한 12·3 계엄군의 목적이었다. 지난 20일 10차 변론까지 16명 증인을 상대로 17차례 증인신문이 이뤄지는 동안 재판관의 질문 내용을 분석한 결과다. 재판관이 변론에서 던진 질문들은 추후 파면 여부를 결정할 핵심 기준이 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로 12ㆍ3 비상계엄을 발표한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운동장에 계엄군이 탄 헬기가 착륙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계엄군, 국회 진입 왜 했나”…12차례 물은 헌재
재판관들은 계엄 당일 국회의사당에 투입된 계엄군이 계엄 해제를 막기 위해 국회의원을 끌어내려 했는지를 7명 증인을 상대로 12차례 물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모든 증인 중 첫 출석(지난달 23일 4차 변론)한 날부터 주심 정형식 재판관은 “애초에 본청 건물 안에 군병력이 왜 굳이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느냐”부터 물었다.

“입법활동을 막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봉쇄 목적이 아니었다”는 김 전 장관의 답변이 이어지자, 뒤이어 김형두 재판관이 “발언과 달리 국회 봉쇄가 목적이 아니었나 하는 정황이 보인다”고 직접적으로 지적했다. “국회의장도 출입구로 못 가서 담을 넘었고, 일부 국회의원은 병력이 진출로를 열어주지 않아 못 들어간 일도 있다”면서다.

이 과정에서 정 재판관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지난 6일 6차 변론)을 상대로 “(대통령에게) 들은 이야기만 정확히 하라”며 표현 하나하나를 검증하기도 했다. 사람·인원·의원 등 여러 단어를 쓰자 “법률가는 말이 달라지는 것에 따라 신빙성을 판단한다”고 지적하면서다. 곽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의결정족수가 아직 안 채워진 것 같다. 인원들을 다 끄집어내라”고 했다고 정정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재판관들이 계엄군 질문에 주력한 것은 국회 장악 및 해산 시도가 사실일 경우 위헌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주장대로 계엄선포 및 행정부·법원 통제를 대통령 고유 권한으로 인정하더라도, 헌법은 입법권 제한까지 허용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당일 여러 군인과 경찰에 지속해서 의정 활동 방해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무회의 적법했나
계엄 전 국무회의 적법성은 계엄군 활동 다음으로 높은 관심사였다. 한덕수 국무총리(지난 20일 10차 변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지난 11일 7차 변론), 김용현 전 장관 등을 상대로 5차례 질문했다. 계엄 선포 전 약 5분간 열린 국무회의 실체 역시 ‘계엄 선포와 해제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89조 5호)는 헌법 조항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사안이다.

정 재판관은 김 전 장관을 상대로 “윤 대통령이 계엄의 구체적인 내용을 얘기했는지” “계엄사령관 임명을 심의했는지” “계엄선포문에 국무위원 부서(副署)가 있었는지” 등을 하나하나 물었다. 김 재판관은 이 전 장관을 상대로 “개회선언, 안건 설명, 폐회 선언이 없었다는데, 이 말이 맞느냐”고 물었다.

이·김 전 장관이 “정상적인 국무회의가 있었다”는 취지로 답변하자, 정 재판관은 국무회의 의장인 한 총리를 상대로 “저희가 증인한테 듣고자 하는 것은 그냥 증인의 생각이다. 그래야 저희가 사법적인 판단을 한다”며 완곡하게 물었다. 한 총리는 “통상의 국무회의가 아니었다. 형식적·실체적 흠결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홍장원 메모' 첨예한 쟁점엔 재판관이 직접 따져
방첩사령부가 정치인·법관·언론인을 체포하려 했다는 이른바 ‘홍장원 메모’도 주요 질문 소재였다. 앞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윤 대통령이 ‘싹 다 잡아들여라’라고 지시했고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체포 명단을 불러줬다”고 폭로해 촉발된 쟁점이다. 계엄 상황이라도 무제한 체포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므로, 이 부분도 위헌 여부와 관련된다.

유일하게 두 번 출석(5·10차 변론)한 홍 전 차장의 증언을 두고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이 첨예하게 다투자 재판관들이 추가 질문을 통해 신빙성을 파고드는 장면이 몇몇 나왔다. 5차 변론에서 정 재판관은 여 전 사령관이 검거 지원을 요청했다면 ‘검거 요청’이 아니라 ‘검거 지원’이라고 적어야 하지 않았냐 지적했고 홍 전 차장은 “다소 합리적이지 않게 적어놨던 부분”이라고 인정했다.

또 김 재판관은 지난 10차 변론에서 “(계엄 당일) 국무회의 때 조태용 국정원장이 자리에 있었는데, 원장을 제치고 1차장한테 전화를 했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전화로 직접 지시를 내렸다는 홍 전 차장 증언이 이어지자 “증인과 윤 대통령은 서로 잘 알고 인식하는 사이냐”며 이 같은 의문을 표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출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尹 계엄 선포 배경 관련 증인 3명에게만 관심 無
질문 대상과 역할분담도 눈에 띈다. 최대 관심사인 계엄군 활동과 관련해서는 조성현 수방사 1경비단장(지난 13일 8차 변론)을 증인으로 직권 채택하면서까지 집중한 반면, 윤 대통령 측이 계엄 선포 배경 중 하나로 밝힌 부정선거 의혹이나 야당의 예산 폭거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재판부가 질문하지 않은 증인은 딱 3명인데,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한 백종욱 전 국정원 3차장,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야당의 예산 폭거를 증언한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 등이다. 이미선 재판관이 김 전 장관을 상대로 “계엄 목적이 야당에 경종을 울리고, 부정선거 증거 수집을 위한 것이냐” “국가비상입법기구가 제5공화국의 국가입법회의 같은 건가”라고 물은 것 외에는 다른 증인들에게 관련 질문은 전혀 없었다.

질문 자체는 김형두 재판관이 가장 많이 했다. 재판관 아무도 질문하지 않은 백 전 차장 등 3명을 제외한 13명 모두에게 질문했다. 이어 정형식 재판관이 8명에게,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3명에게 물었다. 이미선 재판관은 한 번 질문했고, 정정미·김복형·정계선·조한창 재판관은 한 차례도 묻지 않았다.

김형두 헌법재판관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8차 변론에서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증인심문을 하고 있다. 사진 헌법재판소
헌재는 25일 변론에서 최후진술을 들은 뒤 평의에서 증언과 증거를 종합적으로 따져 파면 여부를 결정한다. 재판관 질문이 의정활동 방해 등에 집중된 만큼, 국헌문란 목적이 있었는지가 핵심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탄핵심판은 변론 종결 후 통상 2주 내에 선고되므로 내달 중순쯤 대통령 파면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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