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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에 여조 토스" "위원 셋 자기 표"
이준석 당시 대표 등 명태균과 대화에서
'조작 여조 전달·공관위 설득' 의심 정황들
단수 공천 불확실에 尹 부부에 직접 호소
실제 영향 미쳤나·위법 대가 있었나 수사

편집자주

명태균은 정치 컨설턴트인가 정치 브로커인가. 서울중앙지검이 본격 수사에 착수하면서 명태균 사건은 '태풍의 눈'이 될 조짐이다. 한국일보는 명태균 통화 녹취록과 메시지 내역 등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입수해 그를 둘러싼 불편한 얘기를 가감 없이 공개한다. 파편적이고 편향적으로 제기됐던 각종 의혹들을 검증하고 향후 어떤 의혹을 규명해야 하는지도 살펴봤다. 여론조사와 선거 캠프 등 정치권의 고질적인 문제점도 분석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인 명태균씨가 지난해 11월 8일 오전 창원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창원=최주연 기자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가 2022년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을 위해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현 개혁신당 의원), 당 공천관리위원회까지 모두 포섭하려 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 등이 공관위에 명씨가 요청한 공천 청탁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도 다수 확보됐다. 검찰은 윤 대통령 부부 등의 개입이 공관위 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이들이 위법한 대가를 받고 명씨 부탁을 들어준 것은 아닌지 수사 중이다.

24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명씨의 메신저 대화 내역 등을 토대로 2022년 경남 창원의창 국회의원 보궐선거 관련 공천개입 의혹의 밑그림을 완성했다. 이번 논란은 윤 대통령이 명씨에게 "김영선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라고 말하는 통화 녹취가 지난해 10월 31일 공개되면서 본격화했다. 검찰은 명씨가 김 전 의원으로부터 공천 대가로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는 동시에 윤 대통령 부부의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증거를 수집해 왔다.

明 여론조사 받은 이준석 "함 교수 통해 윤상현에 토스"



검찰은 창원의창 보궐선거 확정 직후인 2022년 4월부터 명씨의 청탁이 본격화한 것으로 본다. 주요 통로는 이준석 당시 대표였다. 명씨와 이 전 대표는 4월 2일 "은혜 꼭 갚겠다" "상대 후보 잡는 수치만 나오면야"라는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명씨와 이 전 대표가 만난 직후 이뤄진 대화다. 당시 만남에서 명씨가 김영선 전 의원 단수공천을 요구했고, 이 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10%포인트 앞서는 여론조사를 가져오면 힘쓰겠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게 명씨 주변 사람들 얘기다.

명씨는 이틀 뒤 이 전 대표에게 'PNR(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의 거래 회사)
여론조사'라면서 김 전 의원이 민주당 후보를 13.4%포인트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내줬다. 명씨 발언 녹취에 따르면 '지역 설정 오류'로 인해 공표되지 못한 여론조사다. 검찰은 해당 여론조사 진행 과정에서 이 전 대표의 '10%포인트 차이' 조건에 대한 얘기가 명씨→미래한국연구소 실무자 강혜경씨→PNR로 흘러간 사실을 파악했다. 당시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명씨가 강씨에게 "(10%포인트 차이를) 만들라 해"라고 언급하는 녹취가 발견돼, 검찰은 조작 가능성도 열어두고 수사 중이다.

명씨는 4월 4일과 7일, 24일에도 이 전 대표에게 김 전 의원이 10%포인트 이상 앞서는 여론조사들을 보냈다. 이 전 대표는 24일 여론조사를 받아본 뒤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윤 의원과 친분이 있는 함성득 경기대 교수를 언급하면서 "윤상현 의원한테도 함 교수 통해 토스해달라"고 말했다. 검찰은 명씨가 곧바로 같은 여론조사 내용을 함 교수에게 보낸 것을 확인했다. 윤 의원은 나흘 뒤인 4월 28일 재·보궐선거 공관위원장에 임명된다.

김건희도, 공관위도 청탁 미리 들은 정황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2022년 5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마당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공관위 출범 후 명씨의 청탁은 더 거세졌다. 명씨가 김 전 의원의 단수공천을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명씨 주변에선 당시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 등이 김 전 의원 공천을 반대한다는 얘기가 나온 것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실제 4월 27일 함 교수는 명씨에게 "윤(상현)이 전화를 다섯 번이나 안 받는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윤 의원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준석에게 공관위원장은 윤 의원뿐이라고 한 게 명태균이다" 등 윤 의원을 설득하려는 듯한 내용이다.

윤 대통령 부부가 직접 청탁받은 정황도 이때 처음 등장한다. 명씨가 4월 28일 김건희 여사에게 보낸 것이라며 함 교수에게 전달한 메시지엔 "대통령과 사모님의 충복이 되겠다" "윤상현 의원에게 전화해서 김영선을 전략공천 주라고 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함 교수는 같은 날 밤 명씨에게 "윤상현에게 김영선 문제로 대표가 전화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핵심 공관위원을 포섭하려고 한 정황도 포착됐다. 5월 6일 오전 명씨는 함 교수에게 "윤상현 의원이 (공관위원인) 한기호 사무총장, 강대식 의원, 홍철호 의원을 설득시켜 달라 한다. 이준석 대표에게 '한기호에게 김영선을 밀라 해달라'고 전화 한 통 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7시간쯤 뒤 함 교수는 "했다. 세 놈 다 자기 표라고 한다"고 답했다. 명씨와 함 교수가 서로 거짓말을 주고받은 것이 아니라면, 공관위 출범 후 수시로 김 여사와 공관위원장, 당 사무총장 및 공관위원들에게 명씨의 공천 청탁이 쏟아진 것으로 보인다.

'경선' 소문에 尹 부부 전화한 명태균



명씨는 공천 심사 발표 전날인 5월 9일엔 결국 윤 대통령과 통화까지 했다. 이 전 대표가 이날 새벽 "당선인 쪽에서 창원의창 경선 실시하라고 왔다는 것 같다"고 명씨에게 전했기 때문이다.

명씨는 즉각 "윤한홍이 (중간에서) 장난친 것" "사모님(김 여사)이 전화 드릴 것" 등 메시지를 보냈고, 9일 오전 10시쯤 윤 대통령과 2분 30초간 통화했다. 윤 대통령은 명씨에게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다" "당에서 중진들이 자기들한테 맡겨 달라더라" "내가 윤상현한테도 (얘기를) 했다" "윤상현에게 한 번 더 얘기하겠다" 등의 얘기를 했다. 윤 대통령의 공천 개입 정황이 고스란히 녹취로 남은 셈이다.

명씨는 이후 김 여사와도 짧게 통화했다. 김 여사는 "(윤석열) 당선인이 지금 전화를 했다. 당선인 이름 팔지 말고, 그냥 밀으라고" "권성동 윤한홍이 반대하더만, 보니까" "너무 걱정 말라. 잘 될 거다"라고 언급했다. 다음 날 김 전 의원은 창원의창 지역구에 단수공천된다.

명태균 공천개입 의혹 관련 연락 내역. 그래픽=김대훈 기자


국힘 자료에도 '여사 개입설'… 책임 범위는 따져봐야



공천 결과가 청탁과 외압으로 바뀐 것인지 단언하긴 어렵다. 한기호 당시 사무총장은 본보에 "누구로부터도 공천을 부탁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당시 공관위원 9명이 비밀 투표한 결과 김 전 의원이 1위였다. 위원들의 자유의사에 의한 표결이었다"고 설명했다. '애초부터 당 기여도를 감안해 김 전 의원이 공천돼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검찰에 진술한 공관위원도 있었다.

명씨 등이 와전한 내용이 있는지도 검증이 필요하다. 이 전 대표는 본보에 명씨와 함 교수가 나눈 대화 내용 등에 대해 "저는 공천 때 여기저기서 부탁 들어와도 공관위원들에게 전달하지 않는다"면서 "개괄적 질문에 답하는 것 외에는 누구에게 의사를 전달하거나 자료를 전달하거나 개입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명씨가 보낸 여론조사에 대해서도 "(김 전 의원이) 전략공천을 받고 싶다기에 경쟁력을 입증하면 공관위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면서 "공천을 위해 보내고 싶은 자료가 있다면 공관위원들에게 전달하라는 당연한 얘기를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명씨가 전방위로 청탁을 했고 윤 대통령 등이 동조하면서 명씨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점은 뚜렷하게 확인된다. 검찰이 확보한 국민의힘 당무감사 자료에도 '김 여사의 창원의창 보궐선거 개입설'이 담겨, 여당에서도 이런 정황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 역시 윤 대통령 부부의 개입이 김 전 의원 공천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다.

목차별로 읽어보세요

  1. ① 여론조사와 공천개입의 진실
    1. • 尹 부부·당대표·공관위 모두 포섭 정황… 명태균의 공천 청탁 전모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2310410002198)
    2. • "잘못 짜깁기해" "빼주세요"… 김건희, '尹 맞춤 조사' 받고 '김영선 공천' 보답했나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2222280001535)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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