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잘 때 코를 심하게 골며 일시적으로 숨이 멎는 ‘수면 무호흡증’이 청력을 나쁘게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무호흡 지속 시간이 길수록 청력 손실 위험이 더욱 증가했다.

인제대 일산백병원 이비인후과 이전미 교수팀은 2014년부터 2023년까지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환자 90명과 정상 대조군을 1대1로 매칭해 청력을 비교 분석했다. 연구 결과 수면 무호흡증 환자는 대조군 보다 모든 주파수 대역(500㎐, 1㎑, 2㎑, 4㎑, 8㎑)에서 청력이 더 나쁜 경향을 보였다. 특히 2㎑ 이상의 고주파 영역에서 청력 손실이 두드러졌다. 수면 무호흡증이 있으면 혈중 산소 수치가 줄어드는 저산소증이 유발된다. 이로 인해 귀로 가는 미세혈관의 혈류 장애가 생길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달팽이관(와우)은 정상적인 청각 기능을 위해 원활한 산소 공급이 필수적인데, 산소 부족이 지속되면 청각세포와 청신경이 손상될 위험도 커질 수 있다. 또 반복적인 저산소증과 산소 재공급 과정에서 몸에 나쁜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 반응이 증가해 신경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심한 코골이로 인한 지속적인 청각 손상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이 교수는 24일 “수면 무호흡증으로 인한 만성 저산소증과 혈류 장애가 청각신경과 달팽이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수면 무호흡증을 진단받았다면 양압기(CPAP) 치료를 통해 기도를 열어 산소 부족을 방지하고 청력 손실 위험을 줄여야 한다. 체중 감량과 규칙적인 운동, 금연 및 절주를 실천하면 무호흡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 또 옆으로 자는 자세를 유지하면 기도 폐쇄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필요하면 구강 내 장치나 수술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이 교수는 “수면 무호흡증 치료는 단순히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 장기적으로 청력을 보호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해당 질환을 조기에 진단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청력 손실 예방을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 최신호에 발표됐다.

국민일보

민태원 의학전문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