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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지주 충당금 22.6% 감소
경기 침체 대비 대신 밸류업 치중
“자본건전성 낮아…밸류업 균형 필요”

왼쪽부터 신한금융지주 진옥동, 우리금융지주 임종룡, KB금융지주 양종희, 하나금융지주 함영주 회장. /각 사 제공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사가 대손충당금을 덜 쌓고 계열사로부터 거액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대규모 주주환원에 나서자 금융 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금융지주들이 경기 침체에 대비해 지금보다 자본건전성을 보수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경우 대형 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국내 금융지주 기준보다 3%포인트 높은 16%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총 6조9589억원이다. 이는 전년(8조9931억원) 대비 22.6% 감소한 금액이다. 대손충당금은 부실채권 발생을 대비해 미리 회계상 손실 처리하고 쌓아두는 자금을 말한다.

지주사별로 보면 KB금융의 충당금은 전년 동기(3조1464억원) 대비 35% 감소한 2조443억원이었다. 하나금융지주도 전년보다 25.6% 줄어든 1조3015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다. 신한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충당금도 각각 전년보다 11.4%, 9.7% 줄었다. 금융 당국은 금융권에 경기 침체를 대비해 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적립하라고 지도하고 있다. 그러나 4대 금융지주는 충당금 적립을 오히려 줄인 것이다.

금융지주들은 지난해 계열사로부터 대규모 배당을 받았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 결산배당으로 주당 1045원을 확정했다. 지주에 배당한 금액은 1조6630억원에 이른다. 2023년 결산 배당금은 1조1964억원이었다. 신한은행의 순이익은 20.1% 늘었지만 배당은 38.4% 늘렸다. 신한은행의 주당 배당금이 1000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한라이프, 신한카드, 신한투자증권, 신한캐피탈, 신한저축은행 등 비은행 계열사의 지주 배당액은 9664억원으로 전년보다 63.2% 증가했다. 신한라이프의 경우 순이익 5337억원 중 5283억원(99%)을 배당했다.

KB금융은 KB손해보험과 KB라이프생명으로부터 총 8300억원을 배당받았다. 두 보험사는 2023년 결산 때는 배당을 하지 않았다. 최대 계열사인 KB국민은행도 1조6256억원을 배당했다.

이들이 충당금을 줄이고 계열사에 거액의 배당을 받은 배경엔 주주환원 강화 정책이 있다. 4대 금융지주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목표 달성을 위해 자사주를 매입·소각하고, 배당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주주환원율은 KB금융 39.8%, 신한금융 39.6%, 하나금융 38%, 우리금융 34.7%로 전년 대비 0.9~5%포인트 확대했다. 충당금을 줄이고 배당을 늘리는 방식으로 주주환원 여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금융 당국은 이런 방식의 ‘영끌 밸류업’에 문제가 있다는 견해다. 경기 침체가 지속돼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부실이 확대되고, 일부 대기업의 유동성 위기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 금융지주사들이 자본건전성 관리 강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픽=손민균

금융 당국은 금융지주사의 CET1을 12% 이상으로 권고하고 있지만, 사실상 13% 이상 유지를 원하고 있다. 이에 금융지주들은 CET1 13%를 초과하는 자본은 주주환원에 쓰고 있다. 다만 금융 당국은 금융지주사들이 CET1을 13%에 맞춰 관리할 경우 예기치 못한 위기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해 4분기 강달러 기조가 지속되면서 금융지주사들의 CET1이 하락했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평균 CET1은 지난해 말 기준 12.94%다. KB금융이 13.51%로 가장 높지만, 전 분기보다 0.34%포인트 하락했다. 우리금융은 12.08%로 당국 권고치(12%)를 턱걸이했다. 신한금융은 13.17%에서 13.03%로, 하나금융은 13.17%에서 13.13%로 각각 CET1이 떨어졌다. 금융지주사들은 4분기 기업 대출 등 위험 자산을 줄이면서 CET1 방어에 나섰지만, 수치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금융 당국은 선진국에 비해 국내 금융지수사의 자본건전성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자산 규모 1000억달러(약 140조원) 이상 대형 은행에 대해 CET1 비율을 16%로 끌어올리는 내용의 규제안을 지난해 마련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밸류업도 중요하지만, CET1을 13%로 간당간당하게 맞추는 지금의 방식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자본건정성과 밸류업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자본 규제를 추가할 계획은 없지만, 이런 방식의 주주환원이 적정한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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