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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비명(비이재명)계 대권 주자로 꼽히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24일 여의도에서 만나 85분간 정국과 당내 현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김 전 총리는 "오늘 이 대표께서 어렵게 마련해 준 자리인 만큼 그동안 바깥에서 많은 분으로부터 들었던 고언과 여론을 가감 없이 전달하려 한다"며 "(의견을 준) 그분들이 가장 답답해하는 것은 어쩌다가 21세기 한복판에 대통령 한 사람이 이렇게 국민의 삶을 도탄에 빠뜨릴 수 있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고 헌법·개헌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게 그분들의 주장"이라며 "민주당이 단순히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이후에도 새로운 대한민국을 준비할 정치개혁, 개헌 등에 대해 뚜렷한 비전을 제시해달라는 요구가 많다"고 밝혔다.

김 전 총리는 "이 대표님이나 저나 정치하는 사람들로서 우리가 국민한테 죄송하고 부끄러운 것은 공동체가 지금 사실상 정서적 내전 상태로 많은 분이 절망하고 계신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희에게 주어진 과제는 사실상 내전 상태에 이른 대한민국 공동체를 위해 국민의 갈라진 마음을 어떻게든 서로 추슬러서라도 국민 대통합을 이룰 수 있는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 대표는 "오랜만에 김 전 총리님을 뵈었는데 국가에 대한 걱정과 당에 대한 우려가 크신 것 같다"면서 "그간의 고민을 오늘 겸허하게 많이 듣고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잘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그는 "온 국민이 국가와 정치를 걱정하는 상황이 됐고 저도 그에 대해 전혀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며 "이 문제를 어떻게 원만하게 합리적으로 잘 해결해 나갈지 고견을 듣겠다"고 했다.


김 전 총리는 회동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비공개 회동에서도 개헌을 포함한 정치 개혁에 대해 이 대표가 분명한 입장을 밝힐 것을 강하게 요청했지만, 이 대표가 '나도 생각은 왜 없겠나. 그러나 지금은 탄핵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공방이 오고 갔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개헌)에 대해 저는 '이 정도도 이야기를 안 하면 어떡하냐'고 자꾸 얘기했고, 이 대표께서는 '나도 생각은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하면서 조금 공방이 오고 갔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반면 이 대표는 기자들에게 회동 내용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만찬을 하기 위해 들어오고 있다. 뉴스1

이후 민주당 측 한민수 대변인과 김 전 총리 측 오영식 전 의원이 회동 내용을 언급했다.

한 대변인은 "김 전 총리는 당 운영에서 상처받고 떠난 사람을 포용할 방안을 요청하고, 개헌을 포함해 정치 개혁도 필요하다고 말했다"며 "'이 대표가 개혁의 그림을 그리고 대한민국을 새롭게 만들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오 전 의원도 "개헌 등 정치 개혁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주셔야 한다는 김 전 총리의 강한 주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 정체성 논란, 국민 통합 방안, 추경 등에 대해서도 두루 논의가 오갔다.

오 전 의원은 이 대표가 당 정체성을 '중도·보수'라고 언급한 데 대해 김 전 총리가 "단정적 표현이 오해를 불러일으킨 측면이 있다"면서도 "중도 보수적 입장을 가진 분들까지도 더 끌어안기 위한 노력으로서 취지를 이해한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김 전 총리에게 전날 자신이 강성 지지층에게 의견이 다른 상대방을 향한 과도한 공격을 삼가달라는 당부 메시지를 낸 점을 먼저 거론했다고 한다. 김 전 총리가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친명계 강성 당원)'의 비명계 인사 공격을 비판해 온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만나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양측은 '민주 헌정수호' 세력이 결집해 정권 교체를 이뤄야 한다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또 미국 트럼프 정부의 통상압력, 중국의 기술 굴기, 한국 경제 성장 저하 등 과제를 앞에 두고 국민 화합·대통합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제시해 달라는 김 전 총리의 요청에 이 대표는 "필요한 일이다.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 대변인은 "의료대란 수습, 추경 편성을 통한 경제 회생 등에 나서달라는 김 전 총리의 주문에 이 대표는 적극 공감하며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대표는 지난 13일 김경수 전 경남지사, 21일 박용진 전 의원에 이어 이날 김 전 총리를 만나면서 통합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27일에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28일에는 김동연 경기지사와도 회동할 계획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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