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안수 전 계엄사령관 검찰서 진술
지난해 10월 국군의날 행사에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은밀하게 대화하는 윤석열 대통령. 김태형 기자
지난해 12월4일 새벽 1시3분,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결의안이 가결된 뒤 윤석열 대통령이 향한 곳은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에 있는 ‘결심지원실’이었다. 검찰 수사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이 결심지원실에 머문 시간은 새벽 1시16분부터 44분까지로 28분 남짓이다. 대통령실과 합참이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 모여있는 위치를 고려하면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이 의결된 직후 합참으로 향한 셈이다.
윤 대통령이 결심지원실에 도착하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육군참모총장)과 수행인원이 모였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법령집을 주변에 요구했고, 김 전 장관의 보좌관이 실무자를 통해 법령집을 구해 대통령실 수행원에게 전달했다. 윤 대통령은 “셋만 있을 테니 나머지는 나가지”라고 말해 결심지원실에는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박 전 사령관만 남았다.
박 전 사령관은 검찰에서 “장관님이 (윤 대통령에게) 현 상황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드렸고, 그 후 긴 침묵이 있었다”며 “두 분이 가까이 있으면서 보고했고 간단히 말씀하셨기 때문에 (대화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박 전 사령관은 “적막이 감돌았다. 대통령이 화가 나셨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대통령은 두꺼운 법령집을 넘긴 기억이 난다”며 “장관님은 약간 웅크리고 계셔서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 등 비서진이 합참을 찾은 새벽 1시45분께 이들과 함께 대통령실로 향했다. 김 전 장관의 보좌관은 누군가와 통화 뒤 김 전 장관에게 어디론가 가야 한다고 했지만, 김 전 장관은 “나는 참석하지 않겠다”며 자리를 지켰다. 이후 “오시라고 합니다”라는 보좌관의 말에 김 전 장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고 한다. 김 전 장관과 박 전 사령관은 새벽 2시42분께 결심지원실을 나와 대통령실로 향했다. 그뒤 박 전 사령관은 새벽 3시7분, 김 전 장관은 3시18분 합참으로 돌아왔다. 김 전 장관은 새벽 3시23분에야 주요 지휘관 화상회의를 통해 군 철수를 처음으로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