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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의 한 청년이 슈퍼마켓 사장에게 남긴 메모. 부천시 제공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두 분 외식하실 때 보태 쓰시면 기쁠 것 같습니다. 덕분에 살아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경기도 부천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백원선(69)씨와 아내 A씨는 지난해 한 청년이 두고 간 봉투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봉투에는 “감사하다”는 내용의 손편지와 함께 현금 20만원이 들어있었죠. 부부는 편지를 보자마자 눈시울이 붉어졌다고 합니다. 편지를 쓴 청년이 얼마나 힘든 시기를 보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청년은 매일 캔커피를 1개씩 사가던 슈퍼마켓의 오래된 단골이었습니다. 여느 손님과 다를 것 없던 그 청년이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2023년 겨울쯤. 청년의 안색이 유독 어두워 보였습니다. A씨는 2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그 청년이 골목 모퉁이에 홀로 쪼그려 앉아 있는 것을 자주 목격하게 됐다”며 “춥고 쓸쓸해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청년의 사정을 알게 된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습니다. 청년이 찾아와 “라면을 외상할 수 있냐”고 물어보며 “현재 실직 상태라서 밥을 거의 먹지 못했다”고 털어놓은 것이죠. A씨는 라면을 건네주며 슈퍼에 있던 몇 가지 먹을 것을 챙겨줬다고 합니다. “외상값을 받게 될 기대는 하지 않았다”고 A씨는 말했습니다.

A씨는 부천시에서 운영하는 복지 사업인 ‘온(溫)스토어’도 활용했습니다. 온스토어는 슈퍼마켓, 편의점 등 동네 가게 종사자들이 주변의 어려운 이웃에게 물품을 지원하면 부천시가 비용을 보전해주고 필요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입니다.

이처럼 시의 도움과 부부의 따스한 마음으로 청년은 약 6개월 만에 새로운 일자리를 찾게 됐습니다. 그리고 부부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손편지와 20만원을 선물한 것이죠. A씨의 남편인 백씨는 “편지를 보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다”며 “내 일인 것처럼 행복했다”고 말했습니다.

백씨 부부는 청년이 준 20만원을 여전히 보관 중이라고 합니다. 청년과 시간을 맞춰 같이 식사할 날을 기다리면서요. 백씨는 “아직 기회가 되지 않아 밥을 먹지는 못했다”면서도 청년과 꼭 함께 사용할 거라며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습니다.

청년은 이후에도 명절이나 특별한 날마다 작은 케이크 같은 것을 백씨 부부에게 선물한다고 합니다. 백씨는 “청년이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서 결국에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는 게 참 고맙다”며 “항상 응원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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