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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달 리스 이용료 지원"… 파격 조건에 입소문

"하루 커피 한 잔 값으로 비싼 수입차를 탈 수 있습니다."

한 자동차 리스 중개업체가 만든 홍보 영상에 나오는 문구입니다.

이 업체가 내건 '자동차 리스 이용 조건'은 그야말로 파격 그 자체였습니다.

2017년 기준으로 현대 제네시스 G80은 월 45만 원, BMW 3시리즈는 월 58만 원, 벤츠 E클래스는 월 68만 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홍보했습니다.

다른 자동차 리스 회사나, 할부 구매 방식과 비교하면 거의 절반가량 저렴한 금액입니다.

특히 이 업체가 내건 최대 강점은 '리스 이용료 지원'이었습니다.

당장 목돈을 내기 부담스러운 고객이 일정한 선수금을 내고 매달 리스 이용료를 납부하면, 중개업체에서도 리스 이용료의 일부를 함께 지원한다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지원한 금액은 리스 이용 기간이 끝났을 때, 선수금에서 공제하고 돌려주는 조건을 내세웠습니다.

2015년 충북 청주에서 시작한 이 업체는 이런 파격적인 조건으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고, 서울과 부산, 대구 등 전국 곳곳에 지사를 만들며 빠르게 사업을 확장해 나갔습니다.


■ 태양광 투자 등으로 고객 돈 날려… 새 고객 돈으로 '돌려막기'

'싼 게 비지떡'이라더니, 저렴한 자동차 리스를 내세우던 이 업체도 결국 탈이 났습니다.

고객들에게 받은 선수금을 사실상 같은 계열사를 통해 태양광 사업 투자금 등으로 썼다가 막대한 손해를 봤습니다.

이에 따라 고객들에게 지원하던 '리스 이용료'는 물론 직원 월급조차 제대로 주지 못하는 형편이 됐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새로 고객들을 모집해 이들이 낸 선수금으로 기존 고객에 대한 지원금이나 직원 월급을 지급하는 이른바 '돌려막기'로 업체를 유지했습니다.

이렇게 돌려막기용으로 쓰인 피해 금액만 무려 50억 원대에 달합니다.

이마저도 한계에 다다르면서 월 이용료나 선수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늘었고, 온라인 등에서 공론화되자 업체 대표는 결국 법정에 서게 됐습니다.


■ "사기 범죄 미필적 고의 인정"...리스 중개업체 대표 실형

업체 대표는 재판 과정에서 "태양광 등 투자 실패가 아니었다면 충분히 회사 운영이 가능한 구조였고, 고객과의 계약 자체에 '사기'나 돈을 받아 챙기려는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적어도 2019년 태양광 사업 투자가 실패로 끝난 이후에는, 고객들에게 선수금이나 리스 이용료 지원금을 지급할 형편이 되지 않았는데도 새로 고객을 유치한 게 사기 범죄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봤습니다.

이에 청주지방법원 제22형사부는 리스 중개 업체 대표 38살 정 모 씨에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죄를 적용해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돌려막기식 변제를 하면서도 이를 숨기고 정상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것처럼 피해자들에게 선수금 명목으로 50억 원이 넘는 금액을 편취했다"면서 "피해자들이 입은 경제적 피해가 상당하고, 피고인은 피해자들에게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피고인이 취득한 편취금 중 상당액이 태양광 사업에 투자되거나, 돌려막기식 운영에 필요한 자금으로 쓰여 기존 리스 계약자들에게 지급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 유사 범죄 기승… "금감원 등록 여부 등 확인해야"

금융감독원은 2020년 9월, 자동차 리스료 대납을 가장한 사기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면서 '소비자 경보 주의보'를 발령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정 씨가 운영하던 업체를 비롯해, 유사한 사기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오토, ○카 등 피해 금액이 수십~수백억 원 단위로 추정되는 사건도 잇따랐습니다. 이들 대부분 리스 계약자에게 보증금 납부를 유도하고, 매달 리스 이용료를 지원하겠다고 속인 뒤 보증금을 가로채는 수법입니다.

피해자들은 수천만 원 단위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런 중개업체들이 연결해 준 리스 금융회사와의 남은 계약기간 동안 리스 이용료도 전액 부담해야 합니다.

실제로 한 피해자는 "매달 리스 이용료의 절반 가까이 중개 업체가 지원해 준다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어서 주변에도 소개해 줄 정도였다"면서 "하지만 업체가 지원을 끊은 뒤 기존 보증금으로 낸 선수금과 리스 이용료까지 7천만 원 가까이 손해를 봤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처럼 보증금 미반환 등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금융감독원에 등록·신고된 '여신전문 금융회사'인지 확인하는 등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업체도 이렇게 여신전문 금융업으로 등록하지 않은 개인 사업체였습니다.

금감원은 매달 리스 이용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불가피하게 일부 보증금을 납부할 경우 '금융회사 리스 계약서'에 보증금 또는 선납금 항목에 제대로 기재가 되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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